이 기사는 2021년 12월 29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 시장에서 ‘유니버스’는 투자 가능한 자산군을 가리킨다. 우리말로 바꾸면 ‘우주’쯤 되는 이 유니버스는 투자자의 니즈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우주가 인류에게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것을 생각하면 유니버스는 채권 시장을 설명하기에 손색없는 단어다.이 거대한 유니버스에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업계가 있다. 다름 아닌 게임사다. 시장에서 가장 보수적이라 불리는 채권 시장에서 게임사는 암묵적으로 위험한 투자처로 꼽혔다.
한두 개의 ‘대박’ 게임에 의존해야 하는 사업 구조상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게 이유였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받은 타 게임사를 인수하며 성장해야 하는 업의 특성도 한몫했다.
시장의 우려를 뚫고 게임사가 공모 회사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7대 게임사 중 올해 처음으로 공모채를 발행한 기업만 세 곳이다. 두어 개의 대형 게임사만 발을 들였던 공모채 시장에 꽤 신선한 변화다.
공모채 수요예측 결과 같은 등급을 보유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더블유게임즈를 제외하고는 모두 모집금액을 채웠다. 썩 나쁘지 않은 데뷔전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비슷한 규모의 타 업계 기업에 비해 저평가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신용평가사도 아직까지는 등급 평정 시 게임사에 더 엄격한 재무비율을 요구한다. 지난 8월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 소식에 두 신용평가사가 엇갈린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만난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게임사도 이제 공모채 시장에 데뷔할 만한 체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가격만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채권 투자자들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국내 게임사들은 적극적인 M&A와 신사업 투자를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M&A를 계획하고 있어 곳간에 현금도 든든히 채워놓았다. 덕분에 올해 처음 공모채를 발행한 게임사 모두 A급 신용등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게임업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잦은 M&A로 인해 아직 재무 변동성 우려를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소수의 주력 게임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 또한 게임사들의 남은 숙제다.
게임 업계는 이미 채권 시장의 유니버스에 올라탔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공모채 시장의 '우주'를 게임사들이 더 키워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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