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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의 마스크 [thebell note]

김지원 기자공개 2022-01-07 13:15:46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5일 08: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가까이 써온 마스크를 벗을 기미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서로의 맨 얼굴을 마주하는 게 어색할 지경이다. 두 눈만 간신히 내놓은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조금 갑갑하긴 해도 마스크 덕에 얼굴을 가릴 수 있어 나쁘지 않다는 이들도 종종 보인다.

유례없이 긴 겨울을 나고 있는 CJ CGV도 마스크를 제법 오래 끼고 있는 듯하다. 꽁꽁 얼어붙어 회복의 틈을 쉬이 내어주지 않는 영화관 산업 때문일 터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면 마스크를 더 쓰고 싶어 하는 건 오히려 CJ CGV 쪽이라는 생각도 든다.

작년 말 CJ CGV는 운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부채로 잡히는 일반 회사채 대신 회계장부에서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을 택했다.

대표 주관사만 여섯군데에 달하는 역대급 주관사단을 꾸렸음에도 결과는 처참했다. 수요예측 결과 1600억원 모집에 3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작년 공모채 시장을 찾은 CJ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미매각이다.

더 이상 악화할 것이 없는 업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다만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본 평정 결과를 놓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누가 봐도 등급을 떨어뜨려서 발행했어야 하는 상황인데 두 신용평가사 모두 등급을 유지해서다. 이전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와 비교해 봐도 평정 요지에 큰 차이는 없었다.

CJ CGV의 신용도는 ‘A-, 부정적’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자체 신용등급보다 한 노치 낮기 때문에 ‘BBB+, 부정적’이다. 만약 이번 본 평정에서 등급이 떨어졌다면 CJ CGV는 사실상 발행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본 확충이 절실했던 발행사 측에서 신용평가사를 향한 등급 압박이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들려온다.

“정기 평정 때는 다른 액션이 나오지 않을까요.” 최근 만난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CJ CGV는 올해 6월 정기 평가에서 신용등급을 다시 받는다. 부정적 아웃룩을 고려하면 드라마틱한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등급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벼랑 끝에 섰다 한들 언제까지고 마스크 뒤에 숨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의 민낯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도 무뎌진 칼날을 다시 갈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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