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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aper]30억달러 프로젝트 수출입은행, '맏형' 역할 톡톡히 했다RFP 형식·트랜치 구성부터 '고심'…HK공항·北 미사일 이슈까지 이겨낸 '빅 딜'

박기수 기자공개 2022-01-10 07:28:07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7일 11: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관식'. 이번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딜을 준비했던 한국수출입은행 자금시장단은 하우스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면서 에세이 형식의 제안서를 요구했다. 주관을 원하는 하우스들이 이번 딜에 얼마나 열의를 가졌는지 꼼꼼하게 정성평가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통상의 형식적인 제안서는 거부하겠다는 수은의 의지에 하우스들이 꽤 괴로웠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수은 입장에서 이번 딜의 상징성은 작지 않았다. 이번 발행은 임인년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의 첫 딜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발행 규모도 30억달러로 정부 발행채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였다. 그 정부 발행채도 1990년대 말 IMF 사태 당시 발행했던 채권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사실상 이번 딜이 국내 한국물 시장 역사상 가장 큰 딜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수은은 트랜치 구성부터 고민했다. 한 번도 발행해본 적이 없었던 '30년물'에 대한 고민과 스터디까지 이뤄졌다고 알려진다. 다만 향후 금리 변동성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트랜치는 3년·5년·10년물로 구성됐다.

10년물에는 별도의 고민이 있었다. 금리 인상 시기에서 만기가 긴 발행물은 이슈어(Issuer) 입장에서 흥행 여부에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었다. 수은은 10년물에 '그린 라벨'을 달았다. ESG가 하나의 공식이 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장기물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보자는 것이었다.

하우스들의 제안을 깐깐한 기준으로 걸러낸 결과 주관사단으로는 BNP파리바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다이와증권, HSBC, JP모간, MUFG증권이 선정됐다. 국내 증권사로는 KB증권이 선정됐다. 국책은행이 근래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토종IB 육성 정책의 수혜자였다.

◇美 금리인상·北 미사일·홍콩 리스크 극복…위상 '증명'

북빌딩(Book Building·수요 예측)과 프라이싱(Pricing) 등 본격적인 딜의 진행이 임박했던 연초 상황은 썩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올해 중순에서 3월로 당겨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슈어, 특히 기념비적인 딜을 진행하는 이슈어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이에 수은은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딜 마케팅과 북빌딩을 나눠 진행하는 타임라인을 택했다. 이달 4일(한국시간)에 버츄얼 로드쇼(Virtual Roadshow)를 진행해 투자자들을 만났고, 5일에 북빌딩을 개시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성공적인 딜을 위해 이슈어가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상의 경우에는 하루 안에 모든 절차가 진행된다.

로드쇼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려는 때 불청객이 찾아왔다. 북한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8시 10분쯤 북한이 동해 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상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져 투심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소였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수은은 이니셜 프라이싱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IPG, 최초 제시 금리)로 3년·5년·10년물에 T₃+50bp·T₅+60bp·T₁₀+85bp를 제시했다.

사실 미 금리 인상 가속화와 북한 미사일 외 수은을 고민하게 만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같은 날 아시아 시장에서 나오는 또 다른 이슈어인 '홍콩국제공항공사(HK Airport, 홍국공)'이었다.

홍국공은 5년물과 10년물에 IPG로 수은보다 훨씬 높은 80bp, 110bp를 제시했다. 심지어 홍국공은 수은보다 국제 신용등급이 한 노치 높은 AA+급이었다. 경쟁자의 IPG가 생각보다 높자 수은의 고민은 깊어졌다.


◇임인년 첫 딜 '합격점', 석유공사·우리은행 발행 예고

다행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홍콩 리스크는 없었다. 수요예측 결과 3년·5년·10년물에 총 82억달러가 모였다. 수은은 수정 제시 가이던스(RPG)도 없이 바로 최종 제시 가이던스(FPG)로 각각 25bp, 30bp, 50bp를 제시했다.

경쟁자였던 홍국공은 5년·10년물 FPG로 42.5bp, 80bp를 제시했다. 수은의 5년·10년물과는 각각 12.5bp, 30bp나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수은의 발행물에는 60억달러라는 수요가 몰렸다. 특히 공을 들였던 10년물에는 25억달러의 북오더가 쌓였다. 흥행을 넘어 수은의 입지와 국가신용을 입증받는 순간이었다.

같은 날 유럽시장에는 네덜란드계 은행인 라보뱅크(Rabobank)도 채권 발행에 나섰다. 라보뱅크의 3년물 발행 금리는 수은보다 12bp나 높은 37bp다. 비교군을 글로벌 은행으로 두던 아시아 이슈어끼리 두던 수은의 금리가 훨씬 낮다. 이번 조달에 '합격점'을 줄만 하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프라이싱(Pricing) 과정에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강했던 3년물이 초반에 부진했다가 미국 시장이 열리면서 활로를 찾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탓에 단기물 투자자가 장기물 투자자로 넘어가는 현상이 있었다"라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난 유로화본드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각종 리스크에도 끄떡없이 견고했던 수요에 증액 발행을 고려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다만 수은은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왔던 금액만큼만 발행한다는 규칙을 지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어느 정도 타이트하게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물 대표 발행자로서 시장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연 수은을 시작으로 한국석유공사·우리은행·현대캐피탈·신한카드·한화손해보험 등이 한국물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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