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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10년, 삼성디스플레이의 도전]전자 계열사 유일 비상장사, IPO 안하는 이유④현금흐름 내에서 보수적 투자, 대규모 자금조달 필요성 낮아

김혜란 기자공개 2022-01-25 13:41:58

[편집자주]

과거 삼성전자에서 분할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그간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를 고부가 OLED로 응수하며 시장지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그러나 출범 당시 내세운 '제2의 삼성전자'를 운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중소형 OLED 분야는 세계 최강이지만 대형 OLED 시장에선 이제 막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대형 패널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도 넘어서야 할 숙원의 영역이기도 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10년을 짚고 미래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0일 10: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규모로는 삼성의 전자 계열사 중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지난해 말 연결회계 기준 매출 약 30조원으로 삼성SDI(2020년 말 기준 약 11조원)나 삼성전기(약 8조원)를 압도한다. 하지만 이들 중 유일하게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았다.

상장의 목적 중 하나는 자금조달인데,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현금곳간이 넉넉하다. 2012년 출범 이후 줄곧 순현금 기조를 유지했다. 또 무리한 양적 팽창을 지양하고 자체 현금흐름이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투자를 집행했기에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술 전환기에 놓인 사업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삼성 특유의 기조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영전략 전반에 흘렀다.

◇불확실성 있는 기술 전환기엔 보수적 접근

지난 10년간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멈추지 않고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LED 등으로 이어졌다. 여러 신기술 가운데 가격과 기술 면에서 기존의 것을 압도해 대세화가 되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게 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중소형 사업부문에선 LCD와 OLED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졌고 전환기에도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대형 부문에선 기술 추이에 조금 뒤처졌다. 대형부문에서 LCD 기술을 기반으로 QD 필름을 채택한 QLED TV(삼성전자 브랜드명) 전략을 오랜 기간 유지했다. 지난해 말 들어서야 대형패널에서 최초의 OLED 기술을 적용한 QD디스플레이(QD-OLED) 양산에 돌입하면서 이제 막 OLED TV·모니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디스플레이는 계속 진화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궁극적으로 QNED(퀀텀닷 나노 LED)를 바라본다. 세트(완성품) 업체들은 TV와 모니터 등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LCD에서 OLED를 넘어 이제는 마이크로LED TV 등 차세대 기술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기술 전환기에 놓인 사업에 대해선 무리하게 양적 팽창을 해서 시장을 압도하기 보다 투자 타이밍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삼성 전자계열사들의 공통된 재무기조다.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모두 경쟁사들이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는 와중에도 공통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재무건전성을 매우 타이트하게 유지한다. 자체 영업현금흐름 내에서 투자를 단행하고 차입과 부채비율을 낮은 선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019년에 2025년까지 총 13조원을 대형 패널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매년 발생한 자본적 지출(CAPEX)도 자체 현금흐름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2016년~2017년 각각 9조8313억원, 13조5456억원으로 CAPEX가 확 늘어나긴 했으나 다른 해에는 대체로 연간 4조원대를 넘지 않았다. 지난해엔 3조8895억원, 올 3분기 말까지 2조724억원을 집행했다.

재무추이를 보면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순현금 기조를 유지했으며 작년 말 기준으로 14조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 중이다. 부채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순차입금이 약 9조원에 달한다. 발 빠른 투자를 통해 OLED TV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삼성도 QD-OLED가 양산 체제에 들어가고 삼성전자와 델 등이 TV, 모니터에 채택키로 하면서 이제부터 증설이 필요한데,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에서 독립했지만 종속된…가깝고도 먼 형제 사이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에 형성된 멀티플로 따져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상장할 유인이 많지 않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LG디스플레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4배로 1배 이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정부보조금 등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중국 기업들의 LCD 저가 공세 등에 흔들리다 보니 만성적인 저평가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상장했을 경우를 가정해 기업가치를 도출해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현재 순자산(47조원)에 PBR 0.64배를 곱하면 약 30조원밖에 안 된다. 주식시장에서 순자산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굳이 제값을 깎으면서 상장을 할 이유가 없다.

상장하지 않는다면 지분 84.78%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전자의 종속기업으로서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게 된다. 삼성전자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 경영체제를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세트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한 묶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모기업과 종속기업 관계라고 해도 LG그룹처럼 지주사 체제도 아니고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협력이 끈끈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LG전자의 경우 LG디스플레이와 함께 협력하며 OLED TV의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고, 지금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마이크로LED를 공동개발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런 움직임은 없다.

물론 고객사와 납품사 관계로 묶여 있지만 각각 마이크로LED와 QD-OLED라는 다른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계열사의 자생력 강화를 화두로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과거부터 사업권을 두고 치열하게 그룹 내 경쟁을 벌이게 했던 삼성 특유의 경영 스타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상장할 이유가 없었다"며 "앞으로도 상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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