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국가론으로 예상하는 '대기업 기상도' 12일 경총 간담회, 합리적 경쟁 막는 '규제 철폐' 호응 vs 안전문제 재계 충돌 불가피
양도웅 기자공개 2022-01-14 09:12:24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2일 1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재계 C레벨 임원 9명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본인의 국가론(국가의 역할)을 밝혔는데, 여기엔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정부와 재계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다.일각의 판단대로 그는 반기업적 정치인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바꿔 말해 대기업들은 앞으로 가능성 있는 이재명 시대에서 경영 활동을 하기 어려워질까 아니면 더 쉬워질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충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충분하진 않은 답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던 셈이다.
12일 오후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경총 간담회'가 열렸다. 이 후보와 손경식 경총 회장 외에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하범종 ㈜LG 사장, 정상빈 현대자동차 부사장, 고수찬 롯데지주 부사장, 우무현 GS건설 사장, 조현일 ㈜한화 사장, 오세헌 한국조선해양 사장 등 재계 C레벨 임원 9명도 참석했다.
이 후보는 간담회 서두에 본인의 국정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그는 "국가 역할 중에 국민의 생명과 공동체를 지키는 안보"를 최우선순위라고 설명한 뒤 "두 번째 중요한 게 공정한 룰과 신뢰할 수 있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크게 2개 수준으로 구분된 그의 국정 우선순위에서 경제와 기업은 두 번째였다. 이 후보는 "(신뢰할 수 있는 질서 유지와) 같은 무게인 게 민생"이라며 "민생은 결국 먹고사는 문제이자 경제 문제인데 그 핵심에는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계와 시장에서 혁신과 창의가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등 환경을 조성하는 게 국가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국가의 역할에 간담회에 참석한 재계 임원들은 공감을 표했다. 특히 규제 완화를 지속해서 요구한 재계 입장에선 반가운 발언임이 분명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경제 생태계에 창의와 혁신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규제 합리화 등을 말씀하신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이 후보와 재계의 '파열음'이 어디에서 날 수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바로 이 후보의 첫 번째 국정 우선순위인 '국민의 안전·안보'와 기업의 첫 번째 경영 우선순위인 '이윤 추구'가 충돌하는 사례가 벌어질 때이다. 언급했다시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이 후보의 두 번째 국정 우선순위이다.
공교롭게도 간담회가 열리기 전날 한 건설현장에서 타워 크레인이 무너져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안전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었다. 이달 말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해당 건설현장을 책임지는 기업의 경영자나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포문을 연 건 손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재해 예방 활동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많은 기업이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릴 형편이라 현실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고 입장을 발혔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 큰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후보께서 잊지 마시고 재고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 부문에서 재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규제 완화와 관련해 충돌하는 부분이 안전에 관한 문제"라며 "안전에 관한 문제들은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라 (제 국정 우선순위에서) 1단계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엄격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에 대한 안전 정책과 관련해선 이 후보와 재계가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1시간여의 짧은 간담회가 마무리됐다. 이번 간담회를 두고 재계에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현대중공업그룹 연구개발센터 유치, 두산그룹 병원부지 용도변경 등 친기업적 행보를 보이며 우려를 불식시켰으나 안전 부문에서 보인 완강한 태도로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중심이 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달 27일 시행된다. 기업들은 안전 관련 임원을 추가로 선임하거나 안전 관련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CEO나 사업주가 구속될 가능성이 있어 중대재해 사고 1번에 경영진을 교체해야 하는 등 기업 환경이 위축될 수 있는 점에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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