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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현대글로비스 '금액' 중심 배당정책, 기조 이어가나②2020년 3개년 계획 공개, '안정성'에 초점…상하한 정해 예측가능성 높여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10 14:04:30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8일 08:01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실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은 '배당'이다. 기업 입장에선 현금유출이 불가피하지만 배당금이 계좌에 꽂히는 게 눈에 보여 주주 만족도가 높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록 배당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연말 주주명부 폐쇄를 앞두고 고배당주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배당에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1년(사업연도 기준)까지 19년 연속 기말배당을 실시해왔다. 최근엔 배당금 상하한을 정해두는 등 뚜렷한 기준도 설정했다. 실적 등락과의 연계성을 줄인 것이다. 정의선 회장 등 오너일가가 오랫동안 대주주로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당배당금'이 배당지표, 전년 대비 0~10% 상향

현대글로비스의 배당 키워드는 '안정성'이다. 최근 3년간 전년도 주당배당금(DPS·Dividends Per Share)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책정해왔다. 배당정책을 공개한 기업들 대부분이 배당성향이나 잉여현금흐름 등을 기준으로 삼은 것과 차이가 있다. 글로비스의 방식은 실적 혹은 재무지표와 직접적인 연동이 되지 않는다.

현대글로비스가 2020년 2월 공시한 중장기 배당정책. <출처:전자공시시스템>

배당정책을 공식화한 건 지난 2020년 2월이다. 주주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자 중장기(3개년) 정책을 수립해 공개했다. DPS를 전년 대비 최소 0%에서 최대 10%까지 상향하겠다는 내용이다. 에비타(EBITDA)나 CAPEX 등 재무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숫자를 정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한과 하한이 정해져있다.

이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배당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설령 대규모 순적자를 내더라도 배당은 최소 전년 수준으로 유지한다. 동시에 실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배당금을 확 키우지는 않겠단 의미다. 배당금 그래프가 완만히 우상향을 그리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 측 역시 '안정적'인 배당 유지를 위해 주당배당금을 지표로 설정했다고 설명한다. 배당성향이나 FCF 일정비율을 목표로 할 경우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당기순이익 규모나 일회성 현금유입·유출 등에 따라 배당을 지나치게 많이 할 수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같은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정책이 적용된 2019년부터 2021년(사업연도 기준)까지 현대글로비스의 주당배당금은 3500원→3500원→3800원으로 정해졌다. 첫 해엔 직전년 대비 6.1% 높였고 한차례 동결을 거쳐 지난해엔 8.6% 상향조정했다.

◇과거 순이익 줄어도 배당은 확대, 배당성향 '들쑥날쑥'

현대글로비스는 2005년 12월 상장 직후부터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상장사 시절 현금·주식배당을 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19년 연속이다. 하지만 명문화된 배당정책은 없었다. 상장 후 첫 배당금(사업연도 2005년)은 주당 150원으로 책정했다.

이후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500원, 600원, 700원, 1500원 등 꾸준히 상향조정했다. 때때로 배당금을 동결한 적은 있지만 전년보다 줄인 적은 없다. 심지어 인상 폭이 상당했다. 2014년엔 2000원으로 전년(1500원) 대비 33.3% 올렸고 2015년엔 50% 높인 3000원으로 정했다.


2015년의 경우 당기순이익 규모가 전년 대비 3분의2 수준으로 작아졌지만 배당금은 되레 50% 증액했다. 2018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배당성향은 들쑥날쑥했다. 최근 10년 동안의 배당성향은 11.31%~29.84% 사이에서 분포돼있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3000원을 유지하다 2018년 3300원으로 10% 인상했다. 최근 기조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같은 배당 스타일을 두고 오너일가가 오랫동안 대주주로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근로소득과 더불어 쏠쏠하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지만 2005년 상장 후 각각 28.12%, 31.88%가 됐다. 두 사람 몫이 60%였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 이슈 등이 불거질 때마다 지분을 처분했지만 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변화가 생긴 건 올 초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정리해 주주명단에서 빠졌다. 정 회장은 여전히 최대주주(19.99998%)다.

2020년 발표한 배당정책의 적용 기간이 만료되며 새로운 배당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 배당기준 설정은 기업의 자율권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법적 의무가 뒤따르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최근 ESG경영 확대 등으로 주주권리 보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기업들 사이에서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한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중장기 배당정책을 발표하고 그에 맞춰 수익을 주주들과 공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배당정책을 업데이트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글로비스는 분기배당이나 중간배당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필요시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갖춰놨다. 정관 제44조(이익의배당)에는 이사회 결의로 3월과 6월, 9월 말일의 주주에게 금전(현금)배당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곳은 현대차, 현대모비스다. 배당과 함께 주주친화 정책으로 여겨지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은 실시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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