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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thebell note]

김소라 기자공개 2022-05-09 07:00:11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3일 08: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코스닥 상장사 A의 홍담(홍보담당자)은 회사 앞으로 온 어떤 아찔한 편지 얘기를 들려줬다. 봉투에 적힌 발신인의 주소가 교도소로 된 편지였다. 교도소도 그냥 교도소가 아닌 중범죄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악명 높은 곳이라 했다. 교도관은 자기 집이 따로 있을 테니 편지의 주인공은 수감자 중 한 명이었을 테다.

그가 손수 편지까지 보내며 해소하고 싶었던 궁금증은 이랬다. "저는 귀하의 회사가 아주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주주로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로드맵을 듣고 싶다." 회사 내부에선 "우리도 자필로 써서 보내야 한다"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제 편지를 부치진 않았다는 후문이다.

A사는 증권가 보고서에서 '메타버스' 유망주로 손꼽히는 곳이다. 주 사업 영역은 인공지능이지만 2020년 말 상장 후 메타버스 비즈니스 진출을 본격화했다. 올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비롯해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연관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 하지 않던 새로운 시도인 만큼 내부에선 "여느 때 보다 중요한 한 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고민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많은 사용자가 계속해서 플랫폼에 들러줄까 하는 것이다. 소문난 잔칫집에 행여 먹을 게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올 초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연 B사의 일일 플랫폼 이용자 수가 50명도 안 된다는 들려오는 소식들도 불안하다.

어느새 주가 상승의 재료처럼 여겨지는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 시선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와 여기서 쓰일 경제적 재화인 NFT가 미래 유망 사업으로 급부상하며 상장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를 사업 정관에 채워 넣고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벌써 이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초 NFT 사업을 발표한 C사는 반년 동안 주가가 6배 치솟는 기쁨을 누렸지만 최근 한 달째 거래정지 상태다. 연말 감사를 맡은 회계 법인이 NFT 사업에 대한 회계처리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의견 거절을 낸 탓이다. C사는 부랴부랴 NFT 관련 사업 정관을 삭제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찍혀버린 '상장폐지 심사 대상 기업' 딱지와 투자자들의 불신을 되돌릴 순 없다.

B사와 C사의 사례는 A사에게 좋은 반면교사다. 메타버스와 NFT라는 차마 외면할 수 없는 트렌드를 빠르게 쫓았으나 쓸쓸한 아쉬움만 남긴 이들에게서 외려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 서두르기보단 조심스럽게, 모호하기보단 구체적으로, 겉모습보단 본질에 다가갈 때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다. A사가 주위의 호들갑에 동요되지 않고 사람들이 진정 마음속으로 그리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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