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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인사이더스]의사 출신 VC 심사역의 바이오텍 투자 기준은의료진 등 실수요자 고려…"결국엔 사람 보고 투자"

임정요 기자공개 2022-05-16 08:28:39

[편집자주]

제약바이오 업계를 리드하는 '핵심 관계자'를 모았다. 일명 바이오 인사이더스(insiders)다. 바이오텍 주요 임원 또는 벤처캐피탈 주요 심사역 등으로 구성된 이들이 시장의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더벨은 정식 인터뷰 등을 통해선 나올 수 없는 통찰력 있는 견해를 모아서 독자에게 전달키로 했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2일 0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에 의사(MD)출신이 늘고 있다. MD 심사역들에 따르면 현재 VC업 종사자 중 의사출신이 총 15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 중 40%에 해당하는 6명이 2021년과 올해 새롭게 투자 사이드로 건너왔다.

의사들의 이동은 2016년에 시작됐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문 상무는 2016년 6월 인터베스트에 합류하며 최초의 의사출신 VC 심사역 사례가 됐다. 같은 해 11월 이현규 CL파트너스 상무가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이듬해 이승우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상무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아래는 더벨에 의견을 전달한 의사 출신 벤처캐피탈 심사역.

이현규(규): 제 2호 MD 심사역이자 맏형. 2021년 CL파트너스 창업
김진주(주): 소화기내과 전문의. 임팩트 투자사 HGI에서 지속가능한 딥테크에 투자. 상무.
이승우(우): 일반의. 디지털헬스케어 벤처경험.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상무
박은영(영): 공인회계사 겸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데일리파트너스 이사.
김세진(진): 산부인과 전문의. 뮤렉스파트너스 수석
유영경(경): 90년대생 가정의학과 전문의. TS인베스트먼트 팀장.

-의사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알고 있다. 개략적인 설명과 의사일 때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 부탁한다.

규: 임상의사는 아니었다. 의대에서 임상 대신 기초연구를 선택했는데 그 시점에서부터 보편적인 의사와는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16년간 면역종양학과 바이러스 등을 연구했다. 평범하게 갔다면 의대교수가 되는 트랙이었다.

우: 전문의는 아니고 인턴까지 했던 일반의이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인턴의사 1년, 군대체 복무 3년을 해서 4년의 임상경험이 있다. 그 후에는 디지털헬스케어 벤처기업에서 4~5년을 근무했다.

영: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해 삼정KPMG 회계법인에 2년간 감사일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 퇴사하고 1년간 공부에 매진해 의전에 갔고 암 환자를 보고 싶어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됐다.

진: 산부인과 전문의를 선택한 이유는 모든 걸 다 해 볼 수 있는 과여서다. 내분비와 관련된 환자도 볼 수 있고, 의료와 관련된 시술, 수술, 오피스 환자도 볼 수 있었다.

경: 생화학 학사 때부터 면역학 연구실에 있었다. 녹십자에서 하는 면역치료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기반으로 의전에 진학해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과 특성상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에서 소아과, 내과, 항암제를 많이 다루는 혈액종양내과, 의료기기를 접하는 이비인후과나 수술과를 두루 접했다.

주: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전공의, 소화기내과 전문의로 임상강사, 건강증진센터 진료교수 등을 지낸 뒤 경상대병원 본원과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임상조교수를 지냈다. 10여년간 임상 및 연구활동을 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짧지 않다. 어째서 가운을 벗고 투자업으로 전향했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규:
본인은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첫번째 의사 VC였는데, 고등학교 선배인 한투파 황만순 대표의 설득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유틸렉스 권병세 대표, 셀리드 강창율 대표, 바이젠셀 김태규 대표 등 국내 면역학 분야 연구실적이 훌륭한 교수들이 창업을 하던 시기였다. VC업에 오면 국내 저명한 석학들이 친절히 기술 얘기를 들려준다는 말에 설득 됐다.

우: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국내에 닷컴버블과 IT붐이 덮쳤다. 자연히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인 소개로 2010년 초반 디지털헬스케어 회사에 합류한 거다.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앱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이후 의료기기 회사 와이브레인에서 약 3년 임상시험 및 인허가 담당을 맡기도 했다. 당시 벤처회사엔 의사가 많지 않았다. 투자를 받으러 다닐때 IR에 동석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VC 심사역들을 만나며 투자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주: 배양육이나 드론, 자율주행 등의 기술과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서 세상엔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고 상용화 돼 가는데 정작 병원 내부는 변화에 느리다고 느꼈다. 사회에서 자본이나 기업의 흥망성쇠는 어떠한가 궁금해졌다. 컨설팅펌 등으로의 이직을 고려하던 중에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 VC업계를 알게 됐다. 자본과 기업의 성장과 흐름을 경험하기에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해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영: VC에선 회계사 자격증과 의사 자격증을 고루 살릴 수 있겠다 싶었다.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루틴하게 반복되는 업무가 많은데 투자사이드는 분야의 흐름이 빠르고 재밌다. 매번 새로운 기술을 검토하며 이게 나중에 실제 임상에서 사용됐을때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게 즐겁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투자업계에 왔다.

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과연 의사일까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고 고민했다. 호기심이 많은 성향을 살릴 수 있는 영역에서 도전하고 싶었고 그게 스타트업 업계라는 확신을 가지고 VC에 도전했다.

경: 가정의학과에서 비만, 노화, 유전자 등 어떤 과에도 속하지 않는 증상을 많이 봤다. 특히 질병에 걸리기 이전 단계와 이후 단계의 환자에 눈길이 갔다. 치매의 경우 경도인지장애, 당뇨의 경우 내당불능장애, 또, 암 완치 후 사후관리 등이다. 이와 관련해 최신 트렌드를 검토하고, 회사들을 가이드하고 밸류에이션 해보고 싶었다. 친오빠가 스타트업을 창업한터라 VC 생태계를 많이 전해 들었던 것도 계기가 됐다.

-의사라는 배경이 투자결정에 어떤 차별점이 주는가.

주: 내과의사다보니 신약 개발사들이 질환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를 본다. 해당 적응증에 어떤 병태생리학 특성이 있고 지금까지 어떤 치료법이 쓰이고 있으며 어떤 예후, 언멧니즈가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고민했는지를 살핀다.

경: 의대는 고대, 인턴은 삼성병원, 수련은 세브란스에서 받으며 메이저 대학병원 전문의들을 대부분 알게 됐다. 헬스케어나 의료기기는 수요자가 의료인이기 때문에 지인을 통해 '상용화 되면 의료진으로써 쓰고 싶으냐', '환자에게 바로 적용 가능할 것 같으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신약의 경우에도 최신 물질은 아니더라도 미충족의료수요가 있는 적응증의 임상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의견을 많이 구한다.

진: 바이오 스타트업 대표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의사여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바이오 VC가 되기 위해 꼭 의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로 투자하는 분야는.

규: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판단하고 셀렉신에 투자했다. 셀렉신은 항체를 이용해 IL-2의 알파 수용체 결합부위는 막고, 베타감마 수용체와의 결합을 유도해 CD8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 특이적 페길레이션이 가능하며 체내 투여 후 항체에서 IL-2가 분리되더라도 생체 내 IL-2를 끌어 쓸 수 있다. 기존 IL-2의 약점을 극복했다고 판단된다. 이 외에, CTO의 기술개발 능력과 인품을 보고 진단용 의료기기 회사 앱솔로지에도 투자했다.

우: 신경계 질환 치료제에 관심이 많다. 뇌분야 약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잘 모르니 성과가 더디다. 그런 쪽으로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게 벤처라고 생각한다. 모달리티는 유전자치료제가 됐든 저분자 화합물이 됐든 상관은 없다. 관련해서 디지털헬스케어 쪽이 조금 더 규제가 완화되면 한국에서도 시장이 열릴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외에 전반적인 의식주와 기타 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자본주의가 고도화 되면서 ESG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데, HGI는 임팩트 투자사로서 이전부터 보다 적극적인 형태인 임팩트 투자에 집중해왔다.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풀려고 하는지, 기업가 정신이 있는 창업팀에 투자한다.

진: 병원이 디지털화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아직 디지털화 되지 않은 것을 더 디지털화 한다던지, 기존 디지털화된 부분도 최신기술로 업데이트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들에 투자했다. '의사였을 때 이런게 있었다면 좋았을 거 같다' 싶은 곳을 발굴하는 편이다. 완전히 신약은 당분간 안 볼 것 같다.

영: 방사선종양과에서 영상을 많이 보다보니 영상 쪽 회사를 많이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신약하는 회사들은 항암제 회사들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된다. 최근엔 간병인 중개 플랫폼 회사도 검토하고 있다.

경: 이쪽은 6개월 사이에도 시장이 많이 변한다. 엑소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치료제, 제3세대 바이오의약품 등이 최신 트렌드인데, 이게 계속 바뀐다. 아직 생태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우: 환자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수 있을지, 수가를 받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의료 현장에선 단순히 기술이 좋다고 쓰일 수 있는 게 아니고 보험 수가나 급여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같은 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는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효과가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성이 떨어진다.

영: 제품이 개발되면 의사들이 쓸 건지를 주요히 파악한다.

주: 창업팀을 중요하게 본다. 실험데이터는 지금 진행 중인 실험의 데이터가 좋더라도 그 다음 임상으로 갔을 때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회사가 커가다 보면 여러 변수가 생기는데 그런 변수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 팀인지를 보려고 한다.

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대표와 구성멤버들의 면면을 본다. 다만 어떤 논문을 썼느냐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조심하고 있다. 해외 유수 연구실에 있었다면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내는게 당연하다. 때문에 미국에서 어떤 논문을 썼는지보다는 귀국 후 자기 기초를 만들어서 쓰는 논문의 내용을 보고 있다.

경: 아무리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 적응증이라고 해도 기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 정말 많다. 때문에 메커니즘이 포괄적인 신약을 적용하는 회사들은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의사가 바이오텍을 창업하면 더 잘 될까.

우: 의사가 창업한다고 해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사람들이 생각을 모아야한다. 리더십이 있는 의사라면 본인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각 분야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임상시험·인허가 과정에선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폐암환자는 뇌 전이가 잘 되기 때문에 폐암 치료제 개발 시 뇌에도 전달이 되면 좋겠다'라는 등 의사이기 때문에 좋은 개발을 할 수 있는 지점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물질 도출(디스커버리) 영역은 다르다. 저분자 화합물 물질이면 흔히 메드켐(MedChem)이라는 의약화학 분들이 해야하고, 세포치료제는 생명공학 전공자분들이 해야한다.

주: 의사도 사실 굉장히 분업화되어 있어서 마냥 의사면 잘 된다고 뭉뚱그려서 말하기는 어렵겠다. 의료현장에서 경험했던 부분을 살려 조금 더 탁상공론이 아닌 실효성있는 사업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겠다. 또 반대로 경험이란 제한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박스에서 나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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