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여전채 시장]여전사, 시장가격 반영의지 '제로'...금리 왜곡 부추겨④NIM 관리 위해 'Par' 구간만 발행…을의 입장 증권사 인수 부담 증가
남준우 기자공개 2022-05-17 13:22:52
[편집자주]
여전채는 압도적인 발행량으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채권이다. 다만 일괄실고제 방식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아 외부에 관련 정보가 잘 노출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금리 상승과 금융당국 규제 등 여러 악재가 더해지며 숨겨졌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여전채 시장에서 통용되는 관행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벨은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여전채 시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2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전채는 일괄신고제를 적용해 발행하는 만큼 수요예측이라는 시장 가격 책정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전채 발행에 시장 수요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금리 왜곡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일괄신고제를 적용하더라도 오버 금리로 발행하거나 수요예측 방식을 도입하자는 등 시장 가격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목소리가 증권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사는 수익성 관리를 위해 조달 비용을 어떻게든 낮추고자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일괄신고제 적용, 최근 개별민평 이상 발행 전무
국내 여전채 시장의 큰 손은 증권사다. ELS(주가연계증권)나 DLS(파생연계증권) 등 파생결합증권 상품 헤지 운용을 위해 여전채를 적극 사용한다. ELS는 주권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수치에 연계한 증권이지만 여전채를 편입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다. 발행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여전채 특성상 여전사는 증권사의 핵심 고객이다. 리그테이블 등에서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네트워크 관리가 필수다. 자칫 잘못하다 향후 발행을 재개할 때 인수나 주관 업무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발행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수수료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21년 전체 DCM 인수 수수료 수익은 2076억원이다. 이중 여전채 등을 포함한 금융채(FB) 인수 수수료만 30%가 넘는 641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캐피탈사, 카드사 등의 발행 물량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여전채를 비싼 가격에 사서 싼 값에 파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괄신고제가 적용되는 만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행 비용을 증권사에게 떠넘기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가 반영 되지 않아 가격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일괄신고제는 1년 이내에 발행할 금액을 한번에 신고하고 연 3회 이상에 걸쳐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일괄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경매방식으로 입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투자자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수요예측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국내 여전사는 개별민평금리를 오버하지 않는 수준에서 금리를 확정짓고 있다. 대부분 해당 만기의 개별민평 수익률을 발행 금리로 결정한다.
여전채 발행 업무가 회사채 발행과 비교했을 때 업무 밀도도 낮다보니 증권사가 취하는 수수료율 역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업체 신용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근 여전채 인수수수료는 0.3bp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10년간 약 10배 가까이 떨어졌다. 인수 물량이 많아지고 증권사별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수수료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한 증권사 인력은 "증권신고서 잘 보면 여전사는 파(par) 이상 오버 발행을 하지 않는다"며 "여전채는 오버 발행을 안하니까 시장 금리가 반영이 안되고 결국에는 누군가는 인수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떠안는 물량이 많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전채 가격 10~15bp 정도 왜곡됐다"
일부 증권사 IB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요예측 방식을 도입해서라도 시장 가격을 반영하게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사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약 2년 동안 국고채 대비 여전채 스프레드는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한때 15bp 수준이었던 A급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100bp 이상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의 경우 연 3.352%를 기록하며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돌파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확연하게 벌어진 스프레드를 고려하면 여전채 가격은 10~15bp 정도 왜곡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괄신고제를 적용하더라도 오버 발행을 하는 등 시장 가격을 최대한 반영시키고자 설득 중이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전사가 수익성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서 조달 금리를 높이지 않으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여전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NIM(Net Interest Margin, 순이자마진)이다.
NIM은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벌어낸 수익에서 자금 조달비용을 뺀 금액을 운용한 자산의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운용 수익은 주로 이자, 카드, 할부금융, 리스, 신기술금융 등에서 나온 수익을 의미한다. 운용 자산의 단위당 이익률로써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얼마 만큼의 수익을 냈는지를 읽을 수 있다.
여전사의 경우 올해 만기 도래하는 여전채 규모가 36조원에 이른다. 다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파생결합증권으로 조달해 운용하는 ‘헤지 자산’ 중 여전채 비중을 기존 15%에서 12%까지 줄여야해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카드론 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중 채무자들의 상환 능력도 의심스러운 상태라 NIM 관리에 더욱 민감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전사가 유독 NIM 지표 관리에 민감하다"면서 "최근 시장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서 NIM 관리를 위해 조달 금리를 더더욱 높이지 않으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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