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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피치마켓 될까]'거대공룡' 현대차그룹의 상생 약속③소비자 권익 확대·기존 업계와 상생 초점…정보 비대칭 해소 중점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20 07:41:26

[편집자주]

대표적인 '레몬마켓' 중고차시장이 변곡점을 맞는다.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며 10년 만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은 투명한 관리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존 업계와의 상생에도 힘쓰겠단 각오다. 더벨은 변화를 앞둔 중고차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살핀다. '시고 맛없는' 시장이 대기업 합류를 발판 삼아 달콤한 '피치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7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의 중고차매매업 진출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사라지며 현대자동차그룹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거대 공룡'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시장 점유율 합이 7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양사 독과점 형태로 시장이 재편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중고차업계가 정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이어 양사에 대한 '사업조정'까지 신청한 이유다. 시장 진입을 막지 못한다면 시점이라도 최대한 늦추려고 시도했다. 조건 없이 문이 열리면 순식간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뺏겨 생존을 위협받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자칫 골목상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2019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한 만료 뒤 곧바로 시장 진출을 시도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속도조절 끝에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크게 두가지를 약속했다. '소비자 권익 보호'와 '중소사업자와의 상생'이다. 전자는 '레몬마켓'이라 불리는 기존 시장의 최대 허점이자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후자는 기존 사업자의 충격 완화 뿐 아니라 업계 전반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약속을 지켜나갈까.

◇200여개 검사 거쳐 '인증중고차'로, 객관적 '가치산정' 기준 마련

현대차·기아는 내년 1월 시범사업 개시를 목표로 중고차사업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연내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중기부의 사업조정 권고로 1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됐다. 내부에 각각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을 꾸리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경기도 용인과 전라북도 정읍에 각각 자동차매매업 등록도 마쳤다.

양사는 3월과 4월 각자 중고차사업 방향성을 공개했다. 세부내용에선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은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던 '깜깜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끄는 게 목표다. 고품질의 차량를 공급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신뢰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게 인증중고차(Certified Pre-Owned)다. 제조사가 자사의 차량을 매입, 엄격한 품질확인 절차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잔존가치 방어에 보탬이 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주로 활용한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업체들은 물론 현대차·기아 역시 해외시장에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5년, 10㎞ 미만'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과한 차량에 한해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연식과 주행거리는 중고차업계와 의견차가 첨예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등을 내세워 입장을 관철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대기업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알짜' 매물을 모두 가져가 자신들의 경쟁력이 악화된다는 주장을 폈다.

양사는 차량이력과 성능·상태 진단을 기반으로 차량가치 평가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객관적인 가격산정이 가능해야 소비자들이 믿고 차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차량 데이터를 활용하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 순으로 진행되는 중고차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마련한다. 기아는 전기차에 좀 더 힘을 준다. 전기차만의 인증체계를 개발해 중고 전기차에 대한 가치산정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증중고차 전용시설도 각각 구축한다. 현대차는 '허브기지', 기아는 '리컨디셔닝센터'로 이름(가칭)을 정했다. 이곳에 최첨단 장비를 갖춰두고 △중고차 성능·상태 진단 △상품화 △품질인증 등을 진행한다. 전시·시승 등 고객체험을 위한 공간도 마련한다.

◇중기부 권고안 수용, 통합정보 포털 구축 등 '정보 비대칭' 해소

기존 중고차업계와의 상생도 챙긴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부터 '오픈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상생안은 기본적으로 2025년 4월까지 약 3년간은 중소기업벤처부의 사업조정안이 바탕이 된다. 본격 사업 개시에 들어가는 내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현대차는 2.9%, 기아는 2.1%의 점유율 상한이 적용되다. 2024년 5월부턴 각각 4.1%, 2.9%다.

당초 양사 모두 자체적으로도 판매대수 제한을 약속했다. 중고차업계와의 상생 논의 과정에서 합의에 도달한 이슈기 때문이다. 다만 중기부의 기준이 자체적으로 정한 수치보다 더 엄격하다.

이 기간 매입도 자유롭지 않다. 신차 구매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만 중고차를 매입할 수 있다. 인증중고차 대상이 아닌 물량은 반드시 경매로 돌려야 한다. 경매 참여자 역시 중소기업 혹은 기존 업계와 협의해 정한 사업자(물량의 50% 이상)로 제한된다.


'오픈 플랫폼' 관련 계획도 구체화 했다. 현대차는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창구 격인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미끼 매물 스크리닝 등을 제공한다. 시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순위 등 지표와 △트렌드 리포트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정보들은 소비자와 기존 중고차업계 종사자 등 모든 시장 참여자들에게 오픈된다.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꼽혀온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콘셉트. <출처:현대차>

양사 모두 제조사로서 보유 기술 정보와 노하우 전수에도 나선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관련 신기술 교육과 최신 고객만족(CS) 교육 지원 등을 실시해 업계 종사원들의 이해도와 지식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판매 역량 강화에 기여하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전체적인 중고차 품질과 성능 수준을 향상시켜 시장 신뢰를 높일 것"이라며 "중고차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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