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1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들의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거세다. 최근에는 상장사에 상시적으로 공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거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집중하던 것과는 변화된 점이다. 여기에 단순히 배당 확대뿐 아니라 ESG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초점은 대주주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후진적인 지배구조(G)를 개선하는 데 맞춰져 있다.이런 흐름에서 다시 주목받는 개념이 ‘터널링(tunneling)’이다. 터널링은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로 상장사의 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수법을 가리킨다. 터널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내재화할 수 있는 상장사의 이익을 대주주가 차등적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비상장사의 배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적법하게’ 대주주의 주머니로 이익을 귀속시킨다.
최근 VIP자산운용은 아세아그룹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인 삼봉개발에 대한 그룹 상장사들의 내부거래를 문제삼았다. 자본금 8억원, 유형자산 3억원에 불과한 이 작은 회사는 그룹 상장사 소유인 경주월드 위탁운영과 아세아타워 관리로 지난해에만 3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여기에 3년 평균 배당성향이 85.8%로 그룹 지주사 아세아의 지난해 배당성향 2.8%를 크게 웃돌았다.
2019년 KB자산운용에 이어 올해 3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대한 SM엔터테인먼트의 인세 지급 문제를 재점화했다. 2000년부터 22년간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누적인세가 1400억원을 웃돌아 이익률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외에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지난해 12월 BYC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 제원기업이 BYC 보유 부동산 관리와 용역으로 2020년에만 42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포함한 내부거래를 지적했다.
사모펀드들의 터널링 단절 요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큰틀에서도 의미있는 행보다. 대주주 일가가 비상장사를 동원해 상장사의 이익을 이전시킬 수 있다면 상장사의 배당을 늘릴 유인을 상실한다. 그 결과 상장사 내 다른 주주의 몫은 줄어들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핵심 원인이 된다. 터널링을 끊어내기만 해도 이전되던 이익을 내재화하면서 밸류에이션의 기본인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릴 수 있다.
터널링을 단절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해당 비상장사를 상장사에 합병하는 방법으로 앞서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 제안했다. 또다른 방법은 상장사의 배당을 비상장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VIP자산운용이 아세아그룹에 요구했다. 두 방법 모두 핵심은 대주주와 다른 주주가 수취하는 이익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다.
터널링의 구조가 단순한 만큼 이처럼 해소하는 방법도 의외로 간단하다. 그럼에도 오너 지위를 앞세워 상장사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점은 아쉽다. 터널링 단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주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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