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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을 움직이는 사람들]'농기계 한 우물' 김준식 회장의 머릿속 '역발상 인식'③사양 사업 인식 뒤로 하고 글로벌 수출 지향, 20년 만에 매출 1조 기업 일궈

박상희 기자공개 2022-06-20 07:51:14

[편집자주]

1947년 설립된 대동은 광복과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사업보국'을 기치로 내세우며 70년이 넘는 긴 세월을 거치며 한국의 농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쓰며 국내 농기계 넘버원 회사로 성장했지만 매출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하며 사세를 확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3세 경영인 김준식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의 영속을 위해 대동의 변화와 혁신은 불가피하다며 외부 출신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동그룹의 조직 문화와 주요 경영진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4일 07: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2~3세 경영에 접어들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창업주 시절의 사업 아이템을 이어받아 그 역량과 전문성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인수합병(M&A)이나 사업다각화를 통해 외형 확장에 나서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창업주이자 조부인 고(故) 김삼만 회장, 부친인 고 김상수 회장에 이어 삼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준식 대동그룹 회장(사진)의 선택은 전자였다. 한눈팔지 않고 오직 농기계 사업 외길을 걸었다. 다만 시야는 항상 밖을 향했다. 사양사업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뒤로 하고 '글로벌 대동'의 길을 개척했다.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일군 매출 1조원 시대 뒤에는 김 회장의 '역발상 인식'이 있었다.

◇1997년 첫 해외법인 미국 진출, 20년 후 3억불 수출의 탑

1966년생인 김 회장은 1985년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9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 회장은 대학교 졸업 이후 유학길에 오르거나 다른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곧바로 대동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 회장은 △1996년 기획조정실장 △1998년 총괄전무 △2003년 부사장 △2004년 대표이사 부사장 △2006년 대표이사 사장 △2011년 대표이사 부회장 △2017년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부친 고 김상수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뒀는데, 김 회장은 막내였다. 김 회장의 커리어를 보면 부친이 일찌감치 차기 경영 후계자로 점찍었음을 알 수 있다.

대동 입사 이후 기획 및 전략 등의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김 회장의 눈은 항상 국경 너머를 향했다. 국내 농기계 내수 시장은 성장 폭을 확대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동은 내수시장 정체에 대응해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김 회장이 기획조정실을 이끌던 1997년 대동이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점은 상징적이다. 현재 대동 수출의 80% 이상은 미국에서 나온다. 대동은 이후에도 중국(2007년), 유럽(2010년), 캐나다 (2018년) 등 지속적인 해외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수출을 확대했다.

대동의 수출 규모는 2017년 6101억원, 2018년 6548억원, 2019년 8344억원, 2020년 8958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수출에 힘을 싣는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지 10년 만인 2008년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농기계 업계 최초로 3억불 수출의 탑을 들어올렸다. 북미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의 여타 해외 거점 시장도 매출이 신장하며 최대 실적을 낸 결과였다.

국내 및 해외에서 지속 성장하면서 대동은 매년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대동의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1792억원, 영업이익은 38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약 32%, 12% 신장했다.

대동 관계자는 "김준식 회장은 대동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글로벌과 수출을 지향했다"면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최근 해외 수출이 주목받았지만, 김 회장이 해외 사업에 관심과 역량을 쏟은 건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같은 조직 문화를 갖길 원한다" 권위 의식 없는 회장

김 회장이 대동의 오너 경영인으로 성장하고 있을 1990년대 중후반, 농기계 사업만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혹 누군가는 농기계 사업에서 미래 비전을 발견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양사업이라고 외면했을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오히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엿봤다.

2015년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이란 책을 추천했다. 김 회장은 책을 추천하며 "생각과 현실 사이의 격차가 큰 곳에 항상 더 큰 기회가 있다"면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역발상의 가치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불어 닥친 닷컴 열풍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농기계 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동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 이전인 2015년 김 회장은 "대동은 규모로 보면 대기업보다는 작고 스타트업보다는 크다"고 정의 내렸다. 이어 "다만 역사가 깊은 탓인지 대동의 기업문화는 대기업의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대동의 각 조직 단위가 각각의 스타트업 같은 문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신념은 지금도 여전하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김 회장은 '사고의 시프트(shift)'를 강조했다. 농기계 중심 사업 구조에서 '미래 농업 기업'으로의 재편은 전방위적 변화와 함께 DNA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생산품은 최첨단인데 생각이 농기계 생산 시대에 머물러 있다면 성공은 요원하다"면서 "직급에 관계없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 및 사고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을 변화시키려면 리더가 먼저 변해야 한다. 김 회장은 권위 의식을 내세우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새벽 출근으로 임직원을 강제로 새벽형 인간으로 만들던 이전의 회장님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경영 문화를 추구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임원 회의에서도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는 임직원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로 알려진다. 김 회장의 평소 스타일도 스니커즈에 청바지 차림이다. 출근 시간도 오전 10시다.

대동그룹 관계자는 "김준식 회장이 권위적인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평소 스타일이나 언행도 캐쥬얼하다"면서 "창의와 혁신, 협력,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회장의 경영 이념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대동의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018년까지만 해도 18년에 이르렀다. 임직원의 이직률이 현저하게 낮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는 방증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상도 기업이다 보니 '우리가 남이가' 라는 인식이 있다"면서 "2018년 이후 외부에서 새로운 인재가 유입되면서 평균 근속연수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임직원의 애사심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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