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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M&A와 이사회의 역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7-01 09:00:37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다수 회사에서 인수합병(M&A)은 경영진의 업무 영역이다. 경영진은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그 집행에 M&A가 필요한지를 점검한다. 유기적 성장으로 부족하거나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면 M&A 상대방을 물색한 후 협상을 거쳐 딜을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정한 단계에서부터는 이사회가 관여되지만 이사회는 어디까지나 해당 M&A의 내용과 프로세스를 감독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참여할뿐이다.

사외이사들은 M&A의 이른 단계부터 관여하려 하지 않는다. 우호적 M&A든 적대적 M&A든 이사의 법률적 책임이 연관되는 단계와 그 범주 내에서만 관심을 가진다. 사외이사들이 딜 진행의 모든 단계에서 경영진에 대부분의 사항을 일임하는 것은 전문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종 법률적 책임은 이사회가 지기 때문에 그 각도에서 주로 딜을 검토하게 된다. 경영진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진행한 딜이 이사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른 단계에서부터 이사회와 정보를 공유하고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놓쳤던 부분을 보완한다.

이사회의 M&A 프로세스 관여 정도는 매수측인지 매도측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매수측인 경우 회사가 진행하는 수많은 투자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것이 어려울뿐 아니라 딜이 진행된 후에 이사회의 책임이 거론될 만큼의 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별로 없다. 즉 과도한 가격에 기업을 인수했다는 이유로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낮다. M&A의 효용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명확해지는 것이고 다양한 경영상의 요인들이 결과에 작용한다.

반대로, 매도측 이사회는 매도 가격 문제가 첨예하고 회사 전체를 팔고 떠나는 주주들의 관심과 관여가 많기 때문에 프로세스 전체에 상대적으로 많은 참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M&A에는 거의 반드시 크고 작은 소송이 수반된다고 한다. 딜의 진행에 상수다. 2013년의 경우 1억 달러 이상의 딜 중 97%가 소송을 발생시켰다. 추가로, 국내에서는 매도측 회사 종업원들이 고용승계와 위로금 문제를 제기해서 이사회 차원에서 그를 다루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매수측 이사들도 대형 M&A 프로세스에는 이른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매수측 경영진은 딜에 낙관적인 것이 보통이고 성과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문제는 추후 해결할 수 있다고 차치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로 가격을 양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사회가 이 측면을 보완해 주면 좋을 것이다.

사외이사들이 다수인 이사회가 M&A와 관련해서 수행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장기전략적인 것이다. 경영진이 사업상 필요에 의해 인수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하는 전 단계다. 회사의 정체성, 미래전략 등에 비추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실제로 그 가능성은 어떤지를 수시로 경영진과 소통하면서 모색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이사회가 상시 다루는 ESG 관련 요소들이 전략적 사고와 논의에 반영되게 된다. 이 과정이 충실하면 경영진이 매출 등 외형적 성장을 목적으로 딜을 추진하는 것도 제어할 수 있다.

M&A는 그 결과로 양측의 지배구조와 이사회를 변화시킨다. 적대적 M&A가 성공하는 경우 인수된 회사의 이사회는 전면 개편되는 것이 보통이다. 적대적이 아니어도 대개의 경우 인수하는 회사 이사회 멤버의 일부가 이동함으로써 PMI를 지원한다. 인수하는 회사의 이사회도 새로운 멤버들로 보완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재편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호적, 적대적 무관하게, 기업인수가 발생하면 포츈500 기업의 경우 인수자 이사회의 이사들 중 83%는 이동하지 않으나 인수당하는 기업에서는 사내이사의 34%, 사외이사의 29%만이 잔류했다. 인수한 기업이 회사의 지속에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이사들이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우호적 합병의 경우에는 양사 이사회가 합쳐지고 합쳐진 이사회의 구성은 회사 규모에 비례해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에어프랑스와 KLM의 합병으로 탄생한 에어프랑스-KLM 이사회는 보기 드문 대형 이사회인데 19인의 이사로 구성된다. 합작회사인 데다가 추가로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했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이사들도 선임해야 되는 것이 이유다.

대등한 합병의 경우 초기에는 연령 등을 이유로 한 자연 감소를 기대하면서 단순히 양측을 합한 거대 이사회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사회 의장과 CEO가 분리될 수도 있다.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연장자인 아르셀로 회장이 이사회 의장, 사실상의 인수 주체인 미탈의 회장이 CEO를 맡았고 이사회 의장 은퇴 후 두 직책은 통합되었다. M&A의 성공을 좌우하는 큰 요소인 PMI는 이사회가 주도하고 감독해야 하는데 그 전에 이사회 자신의 성공적인 PMI가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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