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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렌터카 시장, 장기렌트 탈세 논란 가중 국내 리스·렌트 시장 연평균 14% 성장…세제혜택 취지 변질

이기욱 기자공개 2022-06-17 15:45:54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7일 15: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매가 아닌 리스나 렌트 방식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소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리스·렌터카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구매, 리스보다 세제 혜택이 뛰어난 렌터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만의 기형적인 상품 구조 ‘장기렌터카’의 위법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매·리스에 비해 세제 혜택 커…고소득 개인사업자에 인기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리스·렌트 시장은 연평균 11%씩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역시 14% 수준에 달한다. 특히 2030 세대의 리스·렌트 비중은 2015년 16.2%에서 지난해 31.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차를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경험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MZ세대의 성향이 실제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리스·렌터카 시장의 성장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장기렌터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고소득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수입차를 장기 렌터카로 활용하며 세금을 아끼는 방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사업용 차량을 리스나 렌트로 이용할 경우 둘 다 비용처리가 가능하고 차량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개인 단위로 차량을 이용할 경우 자동차의 배기량에 따라 렌트로 이용할 때 훨씬 더 큰 세금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자동차세는 구매(리스와 동일)로 1600cc 이하 차량을 이용하면 최대 140원/cc, 1600cc 초과 차량에는 200원/cc이 부과된다. 반면 렌트 차량은 2500cc 이하는 최대 19원/cc, 2500cc 초과는 24원/cc으로 세금이 훨씬 저렴하다. 배기량 2000cc의 차량을 렌트로 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직접 사서 탈 때보다 자동차세 부담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지방교육세 역시 구매 차량은 자동차세의 30%가 추가 과금되지만 렌트 차량은 면제된다. 이밖에 취등록세, 공채매입 할인가격 등을 모두 포함하면 혜택 차이는 더욱 커진다. 차량 가격이 올라갈수록 혜택이 더욱 커지는 구조여서 고가의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장기 렌터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외국 렌터카, 단기 대여가 기본…리스와 차별 규제 문제 발생

렌터카에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것은 주로 영업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관광산업과 연계된 단기 렌터카를 중심으로 렌터카 시장이 발전해왔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렌터카를 빌려 여행을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의 면세혜택이 큰 것처럼 단기 렌터카 역시 ‘관광도시를 기반으로 한 영업’이라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많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대여하는 렌터카는 길어야 한 달 이내로 이용하기 때문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형적인 상품 구조 ‘장기렌터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오랜 자동차 문화를 지닌 나라에서는 차량을 장기로 대여할 때는 리스, 단기로 대여할 때는 렌트라는 인식이 잡혀 있다. 실제 미국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최장 331일까지만 차량을 대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렌터카 사업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자동차대여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렌터카를 관광업뿐만 아니라 업무상 출장, 카셰어링 등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별도의 규제 없이 최장 5년이라는 장기간 대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점차 일반 개인과 법인들 사이에서 렌터카가 리스 대비 세제 혜택이 월등하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일상적인 업무용으로 렌터카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좋은 제도가 악용된 것이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렌터카에는 ‘단기 사용’이라는 확실한 전제가 깔려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장기 렌터카’라는 기형적인 상품이 운영되고 있다”며 “장기 렌터카와 리스는 상품 성격은 거의 비슷한데 각각의 상품에 대한 규제와 혜택은 차이가 커 불공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렌터카로 새는 지방세만 연간 1조원 이상…혜택은 고스란히 대기업 렌터카 업체에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은 정상적으로 걷혀야 할 세금이 제대로 징수되지 못하고 문제를 낳고 있다. 차를 이용해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렌터카 이용 세제혜택이 값비싼 고급 수입차의 세금을 낮추는 탈세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편법적으로 빠져나가는 세금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장기렌터카 신규 등록 대수(19만 9000대)를 구매나 리스로 이용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방세는 기존보다 약 1조853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2551억원)과 비교하면 세수 손실이 4배 이상 늘어났다. 장기렌터카 시장이 성장할수록 손실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세제 혜택은 장기 렌터카로 고가의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런 차량을 주로 취급하는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생계형 중소 렌터카 업체를 위한 정책이 대기업 렌터카사의 배를 불려주는 정책으로 왜곡돼 있는 것이다. 또한 ‘동일산업, 동일규제’라는 정책과 규제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과 함께 해당 산업계에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해 10월에는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인플루언서가 수 억원대의 슈퍼카 3대를 임차해 본인과 가족들의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렌트비, 유류비 등을 업무상 비용인 것처럼 위장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BMW 5 시리즈 등 최근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고급 수입차들 중 상당수가 장기 렌터카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국세청이 고액체납자 584명 중 법인 명의의 고가 수입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90명에 대한 추적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인차량 번호판 색깔을 연두색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국토교통부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다.

또 다른 여신업계 관계자는 “조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투명성과 형평성”이라며 “왜곡된 렌터카 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이러한 제도 개선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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