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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라임판결 파장]펀드판매 사기 적용 '첫 판시'…금융권 이목 집중①최종심에 판매사 법적지위 재정립…손실마다 법정행 우려감

양정우 기자공개 2022-06-28 08:09:12

[편집자주]

국내 헤지펀드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라임 사태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사기 판매 혐의를 확정한 최근 법원의 판결은 패소한 대신증권(피고)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여진을 남기고 있다. 1심 법원의 판결이 금융업계에 불러일으킬 파장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7일 0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원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펀드 가입자의 계약을 무효로 판시하자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하급심의 판단이 대법원의 최종 결론으로 확정되면 국내 금융 투자의 원칙이 재정립될 수 있는 판결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번 판결이 화두로 제시한 것은 '판매사의 법적 지위'와 '상품 가입의 법적 성격'으로 요약된다.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는 자산운용사와 가입자의 중간에 위치한 연결고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판시에서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을 가입자의 매매 계약 상대방으로 보고 민법상 사기에 따른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지점에서 판매사의 중개업자 지위와 펀드 가입의 투자 성격이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이 즉각 항소에 나선 만큼 앞으로도 첨예한 법정 대립이 예상된다. 촉각을 곤두세운 업계에서는 이런 법리가 최종심에서 확정될 경우 사모펀드가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매매 당사자와 중개업자 사이…위탁 판매에 전액 배상 책임 '과중 목소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라임 펀드 피해자 일부에게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라임펀드 피해자 4명이 대신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소송에 대해 투자금 전액 반환 판결을 선고했다.

라임 펀드와 얽힌 판매사는 대신증권 1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이번 판결이 주목 받는 건 '핫'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법원은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여 대신증권과의 수익증권에 관한 매매 계약이 성립됐다는 전제 아래 민법상 제110조(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따른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펀드 판매사의 사기로 판단해 계약이 취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일 최종심에서도 하급심의 논리를 차용하면 이제 판매사는 펀드를 위탁 판매할 때마다 중간 매개체가 아닌 매매의 주체로서 사기에 따른 원상회복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패소 판결의 피고인 대신증권은 물론 펀드 판매 사업을 벌이는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펀드 판매사는 민법상 통상적인 매매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투자 중개업자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사실 펀드의 구조를 고려하면 핵심 당사자는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와 투자를 결정한 가입자다. 판매사가 이 근본 골조에서 독립적 당사자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을지 법적 이견을 제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사모펀드 생태계에서 판매사 역할을 맡는 건 증권사와 은행 등이다. 이들 대형 금융기관은 아무래도 전국적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는 별도 영업망을 갖추는 게 불가능하기에 제도적으로 세일즈만 위탁받는 판매사가 등장했다. 한마디로 위탁 판매를 장려하고자 투자 중개업의 기능이 존재하지만 이제 이들 연결고리가 투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대신증권도 운용엔 전혀 관여하지 않은 판매사가 운용사의 잘못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항소의 근거로 제시했다. 라임 펀드 사태의 중심부엔 라임운용의 임직원과 투자처의 임직원 등이 결탁해 저지른 불법행위가 있는 만큼 판매사인 대신증권이 전부 책임을 지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등 특별법이 우위인 국내 법 체계에서 포괄적 법률인 민법의 사기 조항을 적용한 것도 이슈"라며 "법원에서 적용한 민법은 본래 특별법과 비교해 보충적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으로 사회적 법익의 경중을 판가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조계에서 사기 취소까지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투자 행위' 손실 가능성 전제…사모펀드 손실 때마다 줄소송 우려

이번 판결에서 또 다른 쟁점으로 지목되는 건 상품 가입의 법적 성격이다. 사모펀드 가입을 투자로 여기는 기존 리걸 마인드(legal mind)와 결이 다른 판시가 아니냐는 법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법상 사기에 해당하려면 우선 사기를 의도한 자의 고의와 위법적 기망행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이 구성 요건에 따라 상대방의 착오가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통상적 매매 행위가 아닌 투자의 경우 손실 리스크가 당연히 전제된 터라 모든 손실 책임을 판매사에 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간 펀드 판매가 사기로 계약이 취소된 사례가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라임 펀드 판시에서는 민법상 사기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을 인정했다.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원고인 가입자가 지불한 매매대금은 물론 지연손해금(이자)까지 모두 지급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이들 판매 대금은 단연 대신증권이 아닌 운용사가 모두 수취(판매수수료 제외)한 상황이다.

대신증권을 비롯한 업계는 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금융투자상품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삼고 있다고 항변한다.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라임 펀드를 비롯한 다수의 사모펀드는 투자위험등급 1등급(매우 높은 위험)이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펀드 가입자가 투자자라면 제안서에 기재된 전략과 위험성을 살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도 갖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판매사의 책임이 아예 없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라임 펀드 판매사이면서 직원(장 모 반포WM센터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법상 사기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손실이 발생한 사모펀드마다 줄소송이 이어지는 여건을 우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모펀드가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변질되거나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증권 명동사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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