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녀, 경영수업 어떻게 받고 있을까? 컨설팅펌 혹은 글로벌IB 거쳐 그룹 입사 뒤 초고속 승진이 대체적 경로
조은아 기자공개 2022-08-08 08:06:05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2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SK하이닉스를 휴직하고 미국 스타트업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을 완전히 떠난 건 아니지만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뒤 숨돌릴 틈 없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다른 재벌가 3~4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민정씨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SK그룹 외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건재한 데다 장녀와 장남도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넒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현재 민정씨를 제외하면 10대 그룹에서 오너 3~4세가 아버지 회사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들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 SK그룹에서는 민정씨를 제외하고 최태원 회장의 장녀와 장남은 각각 SK바이오팜과 SK E&S에 몸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SK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업을 맡고 있는 곳으로 핵심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다만 두 사람이 사회생활을 SK그룹에서 시작한 건 아니다. 윤정씨는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인근씨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인턴을 지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진희씨가 현대차 해외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외아들은 아직 대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1978년생으로 아직 40대인 만큼 자녀들의 경영 참여 역시 먼 훗날의 얘기로 보인다.
롯데그룹에서는 앞서 5월 신동빈 회장의 외아들이 롯데케미칼에 상무보로 입사했다. 신유열 상무보는 현재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서 근무 중인데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몇 년 안에 한국 롯데케미칼로 이동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신 상무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롯데그룹 입사 전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했다.
5대 그룹이 최근 몇 년 사이 세대교체를 사실상 마쳐 경영권 승계가 상대적으로 먼 일이라면 그 다음 그룹들은 한창 바삐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이들 후계자들은 각각 그룹에 입사한 뒤 숨가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화그룹에선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모두 한화그룹에 몸담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한화솔루션과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를 여럿 겸직하며 사실상 김동관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두 동생은 각각 한화생명과 한화솔루션에서 근무 중이다.
김동관 사장은 특히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직후인 2010년에 한화그룹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다른 그룹의 재벌 3~4세들이 컨설팅 회사 등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뒤 아버지가 이끄는 회사에 들어오는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정기선 사장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유학을 떠나 이후 컨설팅 회사 등에 몸담다 다시 그룹으로 돌아왔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차남이자 정기선 사장의 동생은 아직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장남 해찬씨가 2021년 11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현재 군 복무 중이다. 해찬씨는 군 복무 전에 신세계그룹의 호텔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이들과 달리 완전히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인물들도 있다. 10대 그룹 안에는 없지만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몇몇 찾아볼 수 있다. 구본웅 마음캐피탈그룹 대표가 대표적이다.
구 대표는 LS가(家) 장손이지만 LS그룹에 입사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벤처캐피털(VC) 포메이션8과 마음캐피탈그룹 등을 설립하며 10년 넘게 독자적 길을 걸었다. 오큘러스, 쿠팡, 루닛 등이 그가 투자한 대표적인 회사다.
구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다녔는데 학업을 마친 뒤에도 현지에 남아 창업을 결정했다. 구 대표가 LS그룹에 입사할 가능성도 높지 않아보인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보유하고 있던 ㈜LS 지분과 예스코홀딩스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현재 지주사는 물론 계열사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과거로 범위를 넓혀보면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해외 유명 광고제에서 상을 받으며 '광고인'으로 이름을 알린 뒤 광고회사를 차렸고 이후 두산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올 3월 박용만 전 회장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두산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임원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사실상 두산그룹을 완전히 떠났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실반그룹 공동대표도 회사 밖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실반그룹은 정 대표가 설립한 싱가포르 기반 사모펀드 운용사다. 1986년생인 정 대표는 2012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4년 소셜임팩트 전문 투자회사 HGI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 지속가능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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