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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시대, 가전업 재고 리스크 점검]SK매직, 재고 건전성 레벨업 '평가충당금 축소'⑤렌탈수요 지속 판단…매트리스·식물재배기 등 품목 다각화로 승부수

손현지 기자공개 2022-08-08 10:57:39

[편집자주]

변화가 느린 가전업계에서 재고관리는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타 업종에 비해 신사업을 쉽게 추진하지 않는 편이라 재고관리 역량은 수익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 가전업계가 엔데믹 기조로 접어들면서 재고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이후 펜트업 효과(보복소비)를 기대하고 제조물량을 확대했지만 2분기 금리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각사별로 재고관리 기조와 그에 따른 재무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5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매직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렌탈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재고자산 규모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렌탈업 특성상 고객 계정이 늘어나면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도 함께 확대된다. SK매직은 폭발적인 성장세로 렌탈업계 신흥강자로 떠올랐던 회사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재고자산 확대흐름은 이전과는 달랐다. 고객계정 증가세가 둔화되는데도 불구하고 재고는 가파르게 불어났다. 렌탈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만으로는 이전만큼의 신규고객 유치가 어려워졌고 제품이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SK매직은 재고 건전성 관리차원에서 새 비전 '매직 3.0'을 선포했다. 고객들의 다양한 정기구독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시장 내 차별점을 갖겠단 전략이다. 이를 통한 빠른시일 내에 재고소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평가충당금도 이전보다 낮게 계상했다.

◇렌탈고객 '계정수'에 비례해 증가해온 '재고자산'

SK매직은 렌탈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고객 계정수는 2014년 58만계정에서 올해 3월 224만계정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SK그룹으로 편입한 첫해인 2017년에는 계정수가 전년 대비 무려 30% 증가했다. 이후로도 매년 22%, 17.5%, 11.6%. 9.4% 성장세를 보였다.

렌탈 계정이 증가하면서 재고자산도 늘었다. 2016년 말 233억원에서 작년 말 70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렌탈업은 회사가 제품을 미리 구비해 고객에게 대여해주는 사업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사업 호황 때는 재고자산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재고가 쌓인다는 건 현금흐름 측면에선 반갑지 않다. 제품 생산에 앞서 원재료 매입 등에 자금을 투입했는데 아직 이익으로 실현되진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다량의 재고를 보면서 현금이 묶여있다고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통상 제조업체들은 재고가 많아지면 공장가동률을 낮추거나, 물건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 이 경우 생산량 저하와 판촉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SK매직이 보유한 재고자산은 성격이 달랐다. 만들어놓은 물건이 업황 악화로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인게 아니라, 신규 계정 판매용으로 확보해놓은 물량이었다. 고객 판매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한 수요예측치에 맞춰 생산한 것이었기에 재고자산 증가는 매출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SK매직의 재고자산이 매출을 담보했다는 점은 '재고 평가충당금' 추이에서 증명되기도 했다. 재고손실은 지난 2015년 이후 매년 20억원 미만으로 산정돼왔다. 2020년에는 26억원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이내 20억원 수준으로 유지됐다.

통상적으로 감사인과 경영진은 정기적으로 재고자산의 가치를 평가한다. 판매했을 때 취득원가보다 많은 자금(매출액)을 회수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만일 시장 수요 보다 '과잉' 생산되거나 진부화, 시장가치 하락 등을 겪었을 때는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란 항목을 계상한다. 경영진이 판단하기에 매출액이 취득원가보다 적다면 그 규모만큼을 손실로 처리해 매출원가에 가산한다.

◇재고 급증에 렌탈전략 재정비…'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목할 만한 건 최근 SK매직의 재고 증가추이가 고객 계정수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규고객 유치는 이전대비 정체됐다. 누적 고객수가 작년에는 9%대, 올해 1~3월에는 1%대에 성장하는데 그쳤다.

반대로 재고자산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작년 한해 동안 486억원에서 707억원으로 무려 45% 가량 늘어났다. 재고자산 항목 중 원재료와 제품, 상품이 고루 증가했다. 올들어서는 일시불 포트폴리오 축소로 '상품' 재고를 줄였지만 '제품' 재고는 53%나 급증했다.

창고에 재고가 머무르는 기간도 늘어났다. 재고자산회전기간은 지난 2020년 24일에서 작년 말 31일, 올해 3월 40일로 늘어났다. 판매로 전환되는 속도가 더뎌졌다는 뜻이다.

특이한 건 SK매직은 오히려 이 기간 재고 평가충당금을 더 낮게 잡았다는 점이다. 재고 평가충당금에는 경영진이 판단한 제품의 미래 수요, 적정 판매가격 등이 두루 반영된다. 재고 평가손실을 낮게 계상했다는 건 내부적으론 렌탈용 '제품' 재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단 뜻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최근 '전략 재정비'와 연관이 있다. SK매직은 올해부터 새로운 비전인 '매직 3.0'을 선포하며 '정기구독'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주방가전(매직 1.0) 중심이었던 동양매직 시절 이후 SK그룹으로 편입되며 가전렌탈(매직 2.0)로 사업을 전환한 바 있다.

SK매직의 새 비전은 '큐레이션 컴퍼니'로 불리기도 한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주기로 제공한다는 방향성이 타 가전업계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자체 리서치 조직을 운영 중이다. 마케팅전략실 내 MI(마켓인텔리전스, Market intelligence)팀에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가전형태나 렌탈주기 등에 대한 수요를 조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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