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경제학 2.0]삼성 오너가, 사면으로 본 경영·투자 효과④IMF·서브프라임 등 위기 때마다 등판, 총수 경영복귀 이후 EBITDA·CAPEX 증가
원충희 기자공개 2022-08-17 14:30:50
[편집자주]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정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이슈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사면복권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6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에 사면 복권되면서 삼성 총수일가는 2대째 정부의 사면을 받았다. 사면의 근거는 투자·고용 확충 등 국가경제 활성화다. 실제로 삼성 오너들이 사면 받았던 시기는 모두 국가경제 위기시점과 겹친다.앞서 고(故) 이건회 회장은 두 차례 사면을 받았는데 2017년 외환위기 직전과 미국발 서브프라임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2009년 말이다. 두 차례 모두 삼성전자는 투자와 시장 내 위상이 한층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총수가 직접 키를 잡으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과감한 경영·투자결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故 이 회장, 첫 번째 사면 후 '애니콜 신화' 일궈내
고 이 회장이 처음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시점은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로 검찰에 불려갈 때다. 다음 해인 1996년 8월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라 구속된 것은 아니지만 경영행보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유의 몸이 된 것은 1년 후인 1997년 10월 개천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이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딱 두 달 전으로 경제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던 시기였다.
사령탑의 존재유무는 삼성전자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EBITDA)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살펴본 결과 삼성전자의 경영실적은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1995년 6조4733억원을 기록한 EBITDA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시점(1996~1997년)에는 각각 4조1274억원, 4조6451억원으로 저조해졌다.
외환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경기가 위축될 때 구심점 역할을 할 총수마저 사정(司正)에 휘말린 탓이다. 고 이 회장이 사면 받아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앉은 1998년부터는 흐름이 바뀌었다. 그 해 5조9131억원으로 반등했던 EBITDA는 1999년에 8조4749억원, 2000년에는 12조원을 돌파했다.
재계 관계자는 "IMF 이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데다 고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직접 챙기면서 생긴 변화"라며 "출시 9개월 만에 200만대나 팔리면서 애니콜 신화를 만들었던 SGH-600이 나온 시기도 이때(1998년 10월)"라고 말했다.
◇두 번째 복귀 2년 만에 글로벌 휴대폰 시장 5위→1위
삼성 총수일가가 또 사법리스크에 시달린 시점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진 2008년이었다. 경영권 승계에 활용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배임), 조세포탈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된 고 이 회장은 그 해 4월 퇴진과 전략기획실(구조조정본부) 해체,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이 포함된 쇄신안을 내놓고 물러났다.
2009년 12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근거로 사면 받은 고 이 회장은 3개월 뒤인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던 시기로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 7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 이 회장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긴장감을 불어넣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5위도 안 됐던 삼성의 휴대폰 시장 위상이 이 회장 복귀 2년 만에 글로벌 1위로 재탄생된 것만 봐도 오너의 존재감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07년 아이폰이 나온 후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등한시하고 피처폰 사업에 올인하다 십 수 년간의 적자 끝에 결국 휴대폰 사업을 정리했다. 고 이 회장의 경영복귀 2년이 삼성과 LG의 휴대폰 사업이 엇갈린 결정적 시기였던 셈이다.
투자에서도 확연히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설비투자(CAPEX) 추이를 보면 고 이 회장이 퇴진할 때인 2008년 14조3024억원에서 2009년 8조5254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가 경영복귀 원년(2010년)에는 22조8791억원으로 대폭 늘더니 2016년까지 20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과감한 투자결정은 총수가 제자리에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들이 실형 등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절치부심하는 시기를 거칠 때 회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인식전환을 하면서 새로운 포부를 다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회장도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넘어서는 게 진정한 의미의 효도)'를 말했던 만큼 복권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일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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