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01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엄밀히 말하면 원전수혜주로 분류하기 어려운 회사입니다. 투자하신 분들은 어떻게든 좋게 해석하려고 하시는데, 저까지 양념을 쳐서 홍보할 필요는 없지요. 오히려 전화가 오면 제발 잘 알아보고 투자하시라고 권하고 있습니다."코스닥 상장사인 '일진파워' IR 담당자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주(株)'가 강세를 띠면서 일진파워 IR 담당자는 하루가 멀게 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원자력사업부문 사업 전망을 묻는 투자자의 질문이다. 일평균 네 통은 받는다고 한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면서 이러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원전주로 묶인 종목 주가는 10%는 우습게 등락을 반복하는 상태다. 일진파워도 마찬가지다. 일진파워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건 2007년이지만 상한가를 찍은 건 근래 들어서다. 모두가 일진파워를 원전 기자재를 제작하는 회사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에게 회사 홍보를 하는 IR 담당자가 '원전주로 분류하지 말아달라'고 하니 황당한 노릇이다.
IR이 이렇게 주장하는 덴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실제 원전에 쓰이는 기자재가 아닌 연구용 원자력 기자재를 개발·생산한다는 점. 둘째 원천기술이 없어 타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이다. 결론은 일진파워 전체 매출액에서 원자력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단 5%에 불과하며 이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그렇게 크지 않다.
일진파워를 원전주로 둔갑시킨 것은 회사의 홍보가 아닌 '투자자의 기대'다. 과거 일진파워는 국가 주도의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업인 'SMART' 프로젝트에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SMR 모델용 기자재를 만들어 납품한 역할을 맡았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SMR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일진파워가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를 품은 투자자가 여전히 많다.
기대가 현실을 지나치게 넘어설 때 문제가 생긴다. 정책 테마주로 한 번 묶이면 블라인드 투자가 이뤄지기 십상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일진파워 사례는 테마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산업 실체 간 간극이 크단 걸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투자자의 기대가 클수록 이 괴리 수준은 더욱 메우기 어렵단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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