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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글로벌 사업은 단순한 패션 아닌 장기적 생존 문제"②조남훈 KB금융 글로벌전략총괄 "투트랙 기반 매년 40% 성장, 질정성장 단계 진입"

한희연 기자공개 2022-09-28 07:15:15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5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4년여간 KB국민은행의 글로벌 사업부문은 매년 30~40%대의 성장을 거듭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라는 전세계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관리에 힘쓰며 전략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간 성장속도를 바짝 높여왔으나 올해에는 숨고르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조남훈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지주 글로벌전략총괄(CGSO) 겸직·사진)는 "올해와 내년은 쉽지 않은 시기"라며 "이미 전략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KB금융지주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를 맡으며 최근 글로벌 사업의 고공 성장을 함께한 인물이다.

조 전무는 몇년간의 성장세에 대해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지속되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됐고 결과적으로 자산가격이 오르고 관련된 파이낸스 수요가 많았다"며 "이같은 긍정적 효과를 누리면서 제한업종과 국가별 포트폴리오 조정 등 철저한 건전성관리를 바탕으로 양질의 성장을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숨고르기를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입장이다. 그는 "돈이 얼마나 풀리고 도느냐가 중요한데 긴축이 시작된만큼 올해와 내년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이 경색 국면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건전성관리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서 성장에 방점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KB금융은 몇년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정체되고 있는 국내 시장과 계속 성장해야 하는 기업의 숙명 사이에서 글로벌 사업은 필연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었기 때문이다.

조 전무는 "글로벌 사업은 단순히 패션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며 "우리의 자산 사이즈는 국내만으로는 다 소화할 수 없는데 결국 해외에서 소화처를 찾아야 했고 이는 당면과제"라고 설명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몇년간 신흥국과 선진국을 나눠 투트랙으로 성장을 도모해 왔고 자산과 순익규모, 네트워크 등이 대폭 늘었다. 올들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은 이제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조 전무는 "투트랙 전략을 이제 구체화해야 하는 단계"라며 "자산이나 비이자이익 몇 퍼센트 성장 같은 목표보다는 디테일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선진시장의 경우 지금까지는 시작 단계로 북을 렌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제 다음 단계로의 진입을 꾀하고 있다. 갖고 있는 고객의 커버리지를 넓히고 제공가능한 상품과 서비스의 깊이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해당 국가에서 대출·외환·무역금융·파생 등 글로벌 자금관리를 해 줄 수 있다면 확실한 파이낸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IB 데스크 유닛을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전체 자금거래를 커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1차적으로 한국계 고객으로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고객 베이스를 넓히고 제공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의 경우 성장하는 시장인만큼 확장전략에 디지털이라는 무기를 더해 나가고 있다. KB금융의 글로벌사업부문의 2030 성장로드맵 전략중 하나는 '동남아 디지털 중심 마켓 페네트레이션(Market Penetration)이다. 디지털 진출국 확대, 현지업체 제휴와 계열사 시너지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일례로 캄보디아의 경우 리브KB캄보디아 플랫폼에 기반한 여수신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전문직 대상 비대면 신용대출인 KB스마트론은 상반기 누적금액 500만 달러를 취급했다. QR페이인 리브페이로 디지털 금융시장도 공략중이다. KB캄보디아은행과 프라삭 MFI 등 두개의 자회사가 합병해 만들어질 통합상업은행은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전략을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모멘텀이 될 전망으로 출범 시기에 맞춰 슈퍼 애플리케이션으로 재탄생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고객 중심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맞춰 디지털금융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없는 현금 인출서비스 상용화와 모바일뱅킹 앱인 Wokee 새단장을 추진하는 한편 차세대시스템을 추진하며 디지털 금융서비스 강화를 꾀하고 있다.

2018년부터의 KB 글로벌 사업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성장의 단계로 나아가기까지의 궤적에 조 전무는 늘 함께였다. 하지만 조 전무는 스스로를 글로벌 전문가가 아니라며 자신을 낮춘다. 경력만 보면 글로벌 보다는 전략과 재무 쪽에서 오래 일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래 '증권맨'이었다. 사회생활 첫 발을 대우증권에서 시작했고 지점, 마케팅, 기획실 등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글로벌 부문은 2011년 홍콩법인 이사 겸 아시아태평양 본부 이사를 맡으며 첫 인연을 맺었다. 여기서 그는 홍콩법인 증자를 진두지휘하며 안정적 현지법인 기반을 다졌다. 2012년엔 런던법인장으로 부임, 수익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상품 개발에 매진했다.

KB금융에 합류한 건 2015년이다. KB투자증권에서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그룹 M&A지원과 인수후 통합작업(PMI) 등을 맡았다. 2017년 그는 다시 글로벌 부문을 맡게 된다. KB증권 글로벌 사업본부장으로 이머징마켓 진출 전략을 짰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8년 KB금융지주 글로벌전략 담당 상무로 발탁, 3년간 해외사업 재개의 포석을 닦았다. 이후 2021년부터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대표(전무)로 선임됐고 지주의 글로벌부문을 겸직하고 있다.

증권맨 출신으로서 그의 업무 스타일은 기존 은행원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늘 직원들에게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하자'고 강조한다. 조 전무는 "숫자에 임팩트가 있는 것 중심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매긴다"며 "일례로 보고서를 써도 상황에 대한 분석보고서가 아닌 뭘 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어떤 업무가 필요한지 등을 담으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우증권 기획부에서 오래도록 트레이닝된 그만의 업무 스타일이다.

상황 인식과 문제점 파악은 바텀라인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위해 경영진에게 보고할 때는 구체적 행동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팩트 있는 일을 취사선택하고 일단 하기로 한 방향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추진하는 그의 업무 스타일은 결과적으로 KB의 해외사업 드라이브에 상당한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바탕에는 경영진들의 지지가 상당한 힘이 됐다.

그는 "회장님과 행장님 등 경영진들이 기본적으로 글로벌 쪽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좋은 인풋도 많이 제공하고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당장 큰 수익이 현실화되기 힘든 분야지만 미래를 위한 씨를 뿌린다는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영진들은 방향성에 대한 아이디어도 계속 제시하고 컨설팅을 통해 외부 의견도 들으며 그때그때 최적의 결정을 내리려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재건 임무를 맡고 처음 지주로 왔던 2018년 그는 '몇년 후 돌아봤을 때 뭐라고 하나 큰 틀을 만들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투트랙으로 전략을 세우고 초심을 바탕으로 뚜벅뚜벅 이를 추진하며 5년여를 달려왔다. 하지만 그는 갈수록 어려운 길이고 할일은 더욱 많다고 얘기한다. 단순한 양적성장보다 구체화된 목표를 가진 질적성장은 더욱 정교하고 단단한 업무 추진을 요구한다.

그는 "기존에 세웠던 전략을 이제는 구체화해야 하는 단계에 왔고 이를 잘 이행해야 하는게 지금의 숙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타깃 고객은 누구고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면 이중 제공가능한 서비스는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는 어떤 곳을 파트너로 잡아 함께해야 하는지 등 전략을 더욱 구체화할 시점이란 얘기다.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도 당장의 과제다. 정상화 과정은 곧 자본투입과 연결된다.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구축하려면 정상화 과정에서부터 적절한 속도와 인풋의 양 등을 균형 있게 조절해야 한다.

그는 "글로벌을 추진한다 하면 막연하게 JP모간이나 메릴린치 등 글로벌 대형 은행을 벤치마크 할 것이라 여기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정확하게 나의 타깃과 고객, 어디까지 서비스를 할 것인지 등을 전략적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채널과 전략을 촘촘히 짜 영리하게 공략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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