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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현지화와 IB 확대로 새로운 50년 준비한다"③김시걸 독일KEB하나은행 법인장, "스텝바이스텝으로 현지화 추진할 것"

프랑크푸르트(독일)=한희연 기자공개 2022-09-30 07:30:42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KEB하나은행(이하 독일 하나은행)은 50여년간 둥지를 틀었던 옛 사무실을 떠나 지난해 새 터전으로 이사했다. 고풍스러운 프랑크푸르크 오페라하우스를 뒤로 하고 5분쯤 걷다보면 독일 하나은행의 새 사무실이 자리한다.

해외법인의 사무실 이전은 흔한 일은 아니다. 네트워크를 축적하는 게 중요한 해외 금융 시장에서 사무실 이전도 조심스럽다. 김시걸 법인장(사진)은 사무실을 이전하며 또 다른 도약을 내세웠다. 김 법인장은 '새로운 50년을 준비하자'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었다. 지금까지 독일 내 가장 오랜 업력의 한국계 은행으로 잘 자리매김해 왔는데 새로운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자는 의미다.

김 법인장이 독일법인에 온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국내에서도 기업여신 쪽에 오래 몸담으며 영업으로 잔뼈가 굵었다. 오랜기간 지점 생활을 하며 나름의 철학을 갖고 영업력을 키워왔다.

그가 독일과 인연을 맺은건 2013년 1월이다. 이때 독일법인으로 발령받아 여신계 부장으로 2017년 1월까지 4년간 일했다. 이후 국내 영업점에서 2년 여간 근무했고 2019년 8월 법인장으로 다시 독일에 왔다.

두번째로 온 독일법인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자산 규모도 훨씬 커졌고 이전에는 취급하지 못했던 IB딜도 다수 다루는 곳으로 성장했다. 기존의 강점이었던 탄탄한 고객기반에 더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다수 갖춘 무대가 그에게 펼쳐진 셈이다.

그가 내세우는 독일 하나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50년이 넘는 업력과 이에 따른 안정적 고객기반이다. 이는 탄탄한 자산구조의 밑거름으로 작용, 매년 꾸준한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독일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980만 달러의 영업이익, 510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익 중 여신으로부터 나오는 이자이익은 약 50%, 수출입·송금/자금이체 수수료 등이 40%, 기타(외환매매익 및 파생상품, 여신관련 수수료)는 10% 정도로 구성돼 있다. 기업고객이 주요 고객이며 지상사 90%, 현지기업 10%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지상사에 많이 의존하는 이익구조는 해외에 있는 한국계 은행의 공통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각 나라에서 현지 고객 비중을 늘리려는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김 법인장은 "탄탄한 고객기반을 이미 갖고 있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현지화를 할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은 이 지역이 확장가능성이 여전히 큰 곳이라는 방증"이라며 "다만 너무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차근차근 접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지화 추진의 경우 최근들어 가시화된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는 슐챠인론(Schuldschein Loan)이라는 특화 금융상품이 있다. 글로벌 기업보다는 독일내 강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이라 이전까지는 금리차이나 정보부족 등으로 한국계 은행들의 참여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슐챠인론을 취급하는 국내 은행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기회만 엿보던 시장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한 셈이다.

김 법인장은 "독일법인에 책임자로 처음 왔을 때는 슐챠인론에 대한 논의만 있었지 실제 취급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며 "이번에는 금리수준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기라 판단해 과감하게 시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도인만큼 할 수 있는 수준부터 접근하기로 했다. 금액을 좀 줄인다든지, 등급을 적절히 맞춘다든지 '실질적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간 것이다. 그 결과 5~6건의 슐챠인론 취급 실적을 쌓게 됐다. 상품에 대한 스터디를 통해 내부 이해도도 높아진데다 독일 금융시장 내에서 하나은행의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계기도 됐다.


IB 딜을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 확보도 김 법인장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특히 2019년 하반기 독일 하나은행이 단독으로 진행한 이탈리아 부동산 딜은 상당히 의미있다. 이탈리아의 컨트리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선이 일부 있었으나 탄탄한 투자자 베이스 등 이면의 강점을 찾아내 딜을 끝까지 이뤄냈다. 이는 하나은행 전체에서도 처음으로 이탈리아 내 부동산에 투자한 사례가 됐다.

IB 관련 딜을 하나 둘 취급하다보니 딜에 초청받는 사례도 많아지면서 취급건은 점점 늘어났다. 최근 2년새 독일 아마존, 이탈리아 아마존 물류창고, 이탈리아 상업용빌딩 등 각종 부동산과 인프라 관련 딜을 수행했다. 특히 2020년 독일 아마존 딜은 신디론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닌, 직접 주관한 딜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올해에는 독일 중소도시에 인터넷 광통신망을 보급하는 파이버(Fiber) 인프라딜을 성사시켰다. 지역 균형 개발이 잘 돼 있는 독일은 중소도시에 상당히 많은 인구가 분산해 살고 있다. 이들 지방도시에는 아직 인터넷 광통신이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인데 중소 통신회사가 이들 지방 중소형 도시를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 이딜을 추진했을 때 대형 통신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신 심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하나은행은 독일 지방도시 현황과 인구 분포, 앞으로의 확장성 등을 근거로 딜을 성공시켰다.

슐챠인론이나 이탈리아 부동산딜, 파이버 인프라 딜 등은 결과적으로 모두 미개척 분야를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나가려 고민하는 독일 하나은행의 노력이 바탕이 돼 이뤄진 결과다.

김 법인장은 "EU 금융의 중심인 독일에서 지난 50년간 잘 안착해왔는데, 이제는 뉴노멀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단계적 현지화와 IB 활성화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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