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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미팅'이 사라진 뒤 [thebell note]

김형락 기자공개 2022-09-19 07:36:2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통은 상사하기에 따라 술 없이도 가능한 것이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퇴임 후 펴낸 산문집에서 밝힌 지론이다. 불통 해법으로 호프데이부터 떠올리는 상사들에게 건네는 충고다. 무늬만 소통에 치중하지 말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마음을 여는 소통의 자세를 꼬집은 대목이다.

기업들의 사내소통 방식이 시대 흐름을 따라 바뀌고 있다. 할 말은 하는 MZ세대를 맞이하면서 소통에 더욱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다. 직원들과 밥을 먹고, 셀카도 찍고, 대화도 나눈다. 직원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새로운 오너상을 정립해가고 있다.

CEO 중에선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소통에 적극적이다. 반도체 경영진과 임직원이 소통하는 행사 위톡(We Talk)을 한 달에 한 번으로 정례화하고 일부 내용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외부로도 공개하고 있다. CEO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로 접수된 의견 4577건을 다 읽고 피드백을 줄 것도 약속했다. 경청하고, 상호 소통에 기반해 이야기를 나누는 리더의 덕목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인 디앤오는 CFO가 직원들 앞에 섰다. 이서준 디엔오 CFO(상무)는 지난달 경영진 커뮤니케이션 채널(LEADERS & TODAY)에 출연해 임직원이 궁금해하는 경영 현황을 설명했다. 사업구조 재편 이후 예상 실적과 신사업 추진 내용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향후 중점 경영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모습이 신선했다.

원할한 사내소통은 많은 기업들이 풀어야 하는 숙제다. 오너, CEO에게만 주어진 과업도 아니다. 경영계획과 성과관리로 업무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인 CFO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물론 모든 기업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적용되는 소통 방안은 없다. 각자 처한 경영 환경, 조직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디앤오는 소통의 본질에 충실한 방법을 택했다. 횟수의 많고 적음, 거추장스러운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메시지에 집중했다. 10여 분가량 진행한 CFO 인터뷰 영상에는 직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디앤오는 주력해왔던 건설과 건물관리(FM)사업을 매각한 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격변기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해 줄 소통이 절실했다. CFO를 비롯한 경영진 릴레이 인터뷰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구성원의 결속력을 제고해야 하는 때 찾은 시의적절한 소통 방식이다. 상사 눈치를 보는 호프미팅보다 잔잔한 인터뷰 영상이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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