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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단계별 전략으로 장기 성장 기반 마련”④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 “단기 지표보다 성장성에 집중해야”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기욱 기자공개 2022-10-04 07:30:58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부코핀은행을 위해서 지난 32년동안 KB에서 일한 것 같다. 리스크관리, 기획, HR, 디지털 등 각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모든 것들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사진)은 건전성 악화, 적자 심화를 겪고 있는 은행을 정상화시켜야하는 중책을 맡고 타국으로 왔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 5월에 선임됐다. 통상 본부장 또는 부행장급 인사가 맡는 해외 법인장에 부사장급 인사가 취임한 것은 이례적이다. KB부코핀은행이 KB금융그룹 내에서 갖고 있는 중요도 등을 고려하면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는 KB부코핀은행의 성장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행장은 현재 KB부코핀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건전성 회복을 꼽았다. 다만 현재의 부실자산 규모나 부실자산 비율 등 단기적인 지표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로드맵과 성장 가능성이 더욱 부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첫 번째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건전성 강화”라며 “가능하면 부실 자산을 빨리 정리하고 회수나 상·매각을 통한 건전성 지표 개선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나치게 현재의 부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다”며 “KB부코핀은행은 주식을 사고파는 단기 투자의 개념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KB는 1~2년이 아니라 길게는 100년의 미래 먹거리를 보고 진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향후 KB부코핀은행을 단계별 전략에 따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나갈 방침이다. 출범 초기인 현재는 장기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성과 KB부코핀은행의 풍부한 영업망 등을 고려하면 안정화 이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B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전국에 330개의 영업점을 운영 중이며 직원 수는 약 3500명에 달한다.

이 행장은 “KB부코핀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전국 은행이라는 점”이라며 “영업은 소수의 한국 직원들끼리 할 수 없는 부분이고 결국은 현지 직원들이 직접 뛰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서 KB부코핀은행은 다른 한국 은행 법인들에 비해 영업망이 잘 갖춰져 있다”며 “기반만 잘 갖춘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기업 영업을 바탕으로 저원가성 수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후 리테일 영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대기업 벤더기업들의 직원들을 급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대기업과도 적극적으로 소통 중이다. 공공기관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저원가성 수신 확보 이후에는 SME,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로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증해주는 소상공인 대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소호 대출에서 그치지 않고 경영컨설팅 등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성실 상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리테일 영업에는 현지 은행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활용할 방침이다. 모든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들이 받고 있는 계좌 개설 및 유지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모기지론, 오토론 등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모두 모바일로 제공해 모바일 생활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대기업, 중소기업, 리테일의 비중이 각각 30%, 30%, 40%씩 차지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최소 300만 고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행장은 “단계적으로 성장한다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 모두 연계가 돼 있는 요소들이고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그 효과가 대기업, 중소기업, 리테일 순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비즈니스 외 IT서비스 사업도 검토 중이다. 이미 한국에서 고도화돼 있는 IT, 플랫폼 서비스를 인도네시아 현지 상호조합 등에게 제공하고 수수료 등을 받는 방식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기업, 리테일, 디지털 등 다방면의 전략을 빠르게 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행장의 다양한 경험이 있다. 이 행장은 일반 행원 시절 수신부와 여신부를 모두 경험했으며 신용리스크관리부장과 지주 IT총괄 전무, HR총괄 부사장, 전략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여수신부터 리스크관리, 인사, 기획, IT 등 은행의 핵심 업무들을 모두 경험해본 것이다.

이 행장은 “CEO가 되니 부행장, 부사장 때와는 다른 관점이 생긴다”며 “CEO는 한 분야가 아닌 전체를 보고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지주 회장님을 비롯한 사장단 회의에 매번 참석하고 했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지 법인 경영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꼽았다. 그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당국 관계자, 고객 등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취임과 동시 언어 학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법인 CEO로서는 이례적으로 취임사 전문을 인도네시아어로 소화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금융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제조업 상품들은 전 세계가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하지만 금융 상품, 서비스는 각 사람마다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에서 통했던 상품을 그냥 낸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며 “일례로 대출 상품만 해도 회수 인프라가 다르고 신용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상 모든 것은 고객 중심이고 이 나라의 고객은 인도네시아인이다”며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하고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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