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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수펙스추구협의회, 구조본과 지원조직 그 사이 [컨트롤타워, 과거와 미래]③강제성 없지만 의견 무시하기 어려워...그룹 내 엘리트 코스 이미지도 여전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27 07:45:01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로 대표되는 컨트롤타워 조직은 그간 적폐 취급을 받아왔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수많은 부작용을 낳아왔던 탓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 컨트롤타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11:2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올해 처음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자산 기준 재계 서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오른 지 16년 만이다.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사업영역 역시 반도체, 정유화학, 통신 등 그 어느 그룹보다 폭넒고 다양하다. 그룹 전반을 살피고 각 계열사의 역할을 조율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과거 구조조정본부와는 확실히 다르지만 SK그룹이 표방하는 것처럼 단순 지원조직 역시 아니라는 것이 SK그룹 내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협의회다.

◇구조조정본부는 아니지만, 자문기구도 아니다

SK그룹은 협의회가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걸 매우 경계하는 모양새다.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존중하면서 사회적 가치 추구 등 그룹 차원의 공동 어젠다 논의와 계열사의 비즈니스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협의' 기구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주요 그룹의 컨트롤타워에 붙어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한 행보로 보인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실제 SK그룹에도 최정예 인력으로 이뤄진 오너의 지원 조직 구조조정본부(구조본)가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SK그룹의 말대로 협의회를 컨트롤타워로 보기 애매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옛 구조조정본부와는 확실히 다르다. 과거 밀실에서 계열사의 대소사가 논의되고 이 과정에 정작 당사자인 계열사가 낄 자리가 없었다면 이제 논의 과정은 한층 투명해졌고 결과물 역시 명령이 아닌 제안 수준이다.

SK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구조본의 경우 구조조정을 포함해 계열사 사업을 정리 및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SK그룹은 계열사 의견을 수렴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며 "협의회의 제안을 듣고 계열사가 의견을 제시하고 반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마냥 자문만 제공하는 곳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협의회에서 빠져있지만 나머지 구성원을 살펴보면 모두 최 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들로 이뤄졌다. 이 점을 빼더라도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둔 전문가이자 재계 안팎에서 내로라하는 경영인이다. 실제 협의회 7개 위원회의 위원장들은 대부분 부회장급이다.

이들로부터 나온 제안을 100%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 결국 이들이 실질적으로 SK그룹의 중대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실세라고 볼 수 있다.

과거 구조조정본부와의 연결고리 역시 찾을 수 있다. 2012년부터 협의회 의장을 맡았던 김창근 전 의장은 2000년대 초반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03년 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2012년 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다만 계열사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협의회에 SK그룹 주요 계열사 현직 CEO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들로부터 나온 결론이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치는 일은 많지 않다"며 "최태원 회장과 SK㈜, 협의회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한 만큼 SK㈜ 지분율이 높은 곳은 SK㈜와 밀접한 협의회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높은 업무강도, 엘리트 이미지는 여전

과거 구조조정본부와 협의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내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 '실세 조직' 혹은 '요직으로 가는 등용문' 정도로 통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능력있는 사람들이 가서 많이 일하고, 많은 보수를 받으며, 많은 기회를 얻는 곳'이다.

실제 협의회의 정점에 위치한 위원장들을 제외하고도 수펙스 팀장 출신 가운데 계열사 대표이사를 비롯해 요직을 맡고 있는 인물들도 많다. 지난해 말 SKC 대표이사에 오른 박원철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협의회 의장을 그룹의 2인자로 보는 시각 역시 여전하다. 현재 조대식 의장은 계열사 가운데 SK㈜의 사내이사와 함께 SK실트론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이밖에 해외 법인 2곳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조 의장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5~6개 계열사 이사회에 참가하는 다른 인물들보다도 그룹 내 서열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협의회 의장을 거친 인물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점 역시 그룹 내 위상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을 빼면 지금까지 협의회 의장을 거친 전문경영인은 3명에 그친다.

손길승 전 의장, 김창근 전 의장, 조대식 의장이다. 김창근 전 의장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의장을 지냈고, 조대식 의장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손길승 전 의장은 최종현 명예회장의 분신으로 불릴 정도였고 김창근 의장 역시 SK그룹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둘의 최종 직급이 '회장'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오너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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