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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속도는 경쟁력, 기업은행 역량 이식해 프로세스 효율화"③차재영 IBK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우량 기업 적극 지원"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기욱 기자공개 2022-10-05 07:30:01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기업은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속도’라고 생각한다. 대출의 승인, 거절 등을 빠르게 의사 결정해줄수록 기업고개들의 편의성이 늘어난다.”

차재영 IBK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사진)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주요 성장 전략 중 하나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신용 사회가 정착돼있지 않아 신용평가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신뢰성도 떨어진다. 자연히 은행들은 담보 대출에 영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차 법인장은 “한국 같은 경우 전체 대출의 40%가 담보, 20%가 신용보증 대출, 40%가 신용대출로 이뤄지는 구조”라며 “실질적으로 60%가 신용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데 인도네시아 시장은 담보가치만을 바탕으로 대출을 취급하다보니 영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는 담보 가치 이상의 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는 기업인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담보에서 벗어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자금이 필요한 우량 기업들한테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차 법인장은 기업은행의 기업 여신 심사 시스템을 이식해 IBK인도네시아은행만의 자체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IBK인도네시아은행에는 기업은행 본사 심사역 2명이 파견 나와 있다. 기업은행의 심사역 직원들은 국내 타 은행보다 기업 심사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용평가 시스템은 영업 범위를 확대시켜줄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성도 크게 증가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해진 신용평가 등급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출 실행 시 불필요한 논의가 최소화될 수 있다.

차 법인장은 “한국에서는 기업 신용평가에서 A등급이 나왔다고 하면 굳이 부가 설명이 필요없고 누구도 대출 실행에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며 “그레이존(Gray zone)에 있는 기업들을 면밀히 심사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주는 것이 기업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거절을 하더라도 명확한 이유와 함께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주면 기업들이 심사를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대체로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들은 의사결정이 한국 은행들보다 느린 편이기 때문에 업무 속도가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은 간편 심사제도, 사전심사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작업도 병행 중이다.

차 법인장은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마케팅, 관리부문 인력들이 함께 모여 전반적인 논의를 먼저 하는 방식”이라며 “속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리스크가 높은 대출을 취급하는 방법으로 단기 실적을 키우는 것은 쉽지만 초기 출범 단계에서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스템, 프로세스 등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객관적 지표 바탕으로 문제 해결하는 ‘숫자 경영’…“중소기업 지원 준비 돼있어”

차 법인장의 경영 철학은 ‘숫자 경영’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차 법인장은 뉴욕지점장 경력이 있는 글로벌전문가인 동시에 경영관리부장을 지낸 재무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숫자를 보면 기업의 모든 문제 현황과 원인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무 분야에 10년정도 근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며 “숫자라는 것은 하나 하나 조직 내 개인의 움직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부실을 파악할 때 숫자를 베이스로 거꾸로 계속 따라가다 보면 지급 단계의 문제인지, 관리 단계의 문제인지, 심사의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 목표 역시 구체적인 숫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IBK인도네시아법인장에 취임한 후 곧장 10년 재무 계획을 세웠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차 법인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10년 안에 우리가 이 정도의 자산, 대출, 예금, 이익 규모로 성장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IBK인도네시아 직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중간에 수정을 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조직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동인이 된다”고 평가했다.

차 법인장은 매주 관련 재무 지표들을 직접 점검하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한 추진력도 잃지 않고 있다. 한 IBK인도네시아은행 관계자는 “일례로 부실비율 낮추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며 “(차 법인장은) 매주 한 번씩 숫자 디테일을 보면서 직원들과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솔루션에 대해 고민한다”고 언급했다.

차 법인장 중소기업 발전 지원이라는 기업은행의 정체성도 재차 강조했다. 차 법인장은 “한국 기업과 교포기업, 현지기업 등 중소기업들을 위해 IBK인도네시아은행이 시장에 진출해 있고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들을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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