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 매각 결렬, '자문사' 이스트딜시큐어드 책임론 불거지나 2016년 영광 재현 실패, '3차 입찰 패착' 중재 분쟁 후폭풍도
김경태 기자공개 2022-09-27 08:07:36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6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이 결렬됐다.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매각 측이 과도한 입찰을 진행한 점이 딜 성사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매각주관사인 이스트딜시큐어드(Eastdil Secured)에서 시황 변화를 읽지 못하고 3차 입찰까지 진행한 점이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브룩필드자산운용 간 IFC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우선협상대상자 시한인 25일까지 거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매도자 측을 설득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IFC 거래 결렬 원인으로 매각 측의 과도한 입찰 진행을 꼽고 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작년 하반기 이스트딜시큐어드를 매각주관사로 선임했다. 이스트딜시큐어드는 AIG가 2016년 브룩필드에 IFC를 팔 때 매각주관사였다. 당시 2조5500억원에 거래가 성사되면서 단번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브룩필드는 과거 이스트딜시큐어드의 성공 사례에 주목해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거래가 파기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매각 측은 총 3번의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3번의 입찰이 짧은 기간이 아닌 약 반년 동안 진행되면서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았다.
엔데믹에 접어든 뒤 예상보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 자금이 풀렸던 반대급부로 엔데믹 시점에 금리 인상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시장 흐름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입찰을 하던 작년 12월 연준 기준금리는 0.25%로 역사적 저점에 있었다. 당시 ARA, NH투자증권 등 국내외 후보자들이 대거 참전했다. 그 후 2차 입찰이 있던 올 3월에는 기준금리가 0.5%를 기록했다. 증권사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2차입찰에서 4조4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올 4월 3차 입찰에서는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4조1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그 후 올 5월 Fed가 빅스텝을 밟으면서 기준금리 급등이 본격화됐다.
당시 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입찰 참여사들은 금리인상으로 인해 인수구조를 손보는데 어려움이 컸다. 여기에 입찰 일정이 길어지면서 피로감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각종 악재로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거래 성사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IFC 거래가가 4조1000억원에 달하는 데 이자율을 고려할 때 지분(Equity) 투자자의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뒤로 자이언트스텝을 3연속 밟으면서 상황은 더 엄혹해졌다.
IFC 거래가 결렬되면서 이스트딜시큐어드의 국내 사업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스트딜시큐어드는 6년전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국내에 별도의 사무소나 법인을 두지 않았다. IFC 거래를 담당한 권성욱 매니징디렉터는 홍콩사무소에 기반을 두고 딜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 잠시 머무르며 마케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IFC 거래가 성사되면 이스트딜시큐어드가 국내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IFC 거래 파기로 한국 시장에서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로 기억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이스트딜시큐어드가 분쟁의 한복판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돌려 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제소했다. 향후 중재가 본격화되면 매각주관사 이스트딜시큐어드의 절차 진행 등에 관해 언급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활약 중인 다른 부동산자문사들이 빅딜 수임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활동하는 글로벌 부동산컨설팅기업으로는 CBRE코리아, 세빌스코리아, 쿠시먼앤웨이크필드(C&W)코리아, 존스랑라살(JLL)코리아, 컬리어스코리아 등이 있다. 다년간 한국시장에서 활동하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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