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CFO / LG]이사회 참여 100%…CE-CFO의 '선두주자' 그룹①CEO 조언자 넘어 '견제' 역할까지, 대표이사 영전 사례 '다수'
박기수 기자공개 2022-11-17 09:52:23
[편집자주]
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0일 15:5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전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이 많아지고 위상도 높아졌지만 그 정도는 그룹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여전히 최고경영책임자(CEO)-CFO간 '상하 관계'가 뚜렷한 분위기다. CFO들이 그룹 성장 역사를 뒤받쳐온 공신들인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대부분의 성과는 CEO의 몫이다. 유정준 부회장, 조대식 의장 등 그룹 역사를 기록해온 CFO 출신 인물들은 엄밀히 따지면 CEO로 승진한 이후 빛을 봤다.CEO와 CFO의 비중을 따지면 LG그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LG그룹의 CFO는 SK를 비롯해 다른 그룹들의 CFO들과는 차이를 갖는다. CEO를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다. 타 그룹에서는 CEO가 CFO의 인사권을 갖기 때문에 '견제'보다 '보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LG그룹의 CEO-CFO는 비교적 수평적이다.
CFO의 위상은 그룹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재계 대기업집단을 살펴보면 'CFO'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재무부문장, 재무실장, 경영관리부문장 등 CEO에 버금가는 임원들이 대부분 CFO를 겸임하는 케이스가 많다. 그러나 LG그룹은 20여 년 전부터 CFO라는 명칭을 공식화해왔다.
LG그룹의 CFO가 CEO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적절한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LG그룹의 CFO는 단순 집행임원을 넘어 CEO와 함께 이사회에 참여한다. 2004년 중순 LG-GS 계열 분리 이후 2005년부터 ㈜LG 이사회의 사내이사진 중 1석은 반드시 CFO에게 주어진다. 사업부문별 대표를 이사회에 선임하는 다른 그룹과 달리 CFO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실제 2022년 상반기 말 기준 LG그룹의 모든 상장사들의 CFO들은 자사 이사회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LG의 하범종 사장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이창실 전무), LG전자(배두용 부사장), LG화학(차동석 부사장), LG생활건강(김홍기 부사장), LG디스플레이(김성현 전무), LG유플러스(이혁주 부사장), LG이노텍(김창태 전무), 지투알(송광륜 상무), 로보스타(우유택 전무), LG헬로비전(안재용 상무) 등 CFO의 직급과 상관 없이 모두 예외가 없다.
LG그룹이 요구하는 CFO는 견제와 조언 역할을 넘어 동반자 역할까지 구사하는 CE-CFO(Chief Executive CFO)에 가깝다. CEO가 핵심 사업 영역에 몰두할 때 CFO는 동반자로서 사업의 구체적 전략을 짜고 각종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세부 전략까지 모색하는 역할을 맡는다.
CFO들에게 여러 역할이 주어진다는 점은 겉으로 드러난 CFO들의 직함을 보면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차동석 부사장의 경우 CFO 역할과 함께 리스크관리의 총괄 역할인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까지 맡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영전한 정호영 전 LG화학 CFO 역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하기도 했다.
CFO 출신 대표이사가 다수 있다는 점도 그룹내 CFO 위상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LG의 COO를 거쳐 현재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있는 권영수 부회장이 있다. 권 부회장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LG전자에서 CFO를 역임했던 경력이 있다.
앞서 언급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총 4곳의 LG 계열사에서 CFO를 맡았던 경력이 있다. 현 소속인 LG디스플레이에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CFO를 맡았다. 이외 LG CNS의 김영섭 사장은 2014년부터 1년 간 LG유플러스에서 CFO를 맡았다. 비상장사 디앤오의 이동언 부사장 역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LG CNS의 CFO를 맡았던 바 있다.
현 LG전자 CFO인 배두용 부사장은 CEO인 조주완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CEO와 CFO가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는 구조는 국내 재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재계 관계자는 "CFO가 CEO를 견제하려면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직구조상의 뒷받침이 필요한데 LG그룹은 이를 오래 전부터 마련해놨다"라며 "CFO의 역할이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 중 하나가 LG그룹"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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