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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CFO의 이상적 역할은 'CEO 견제'"이우종 서울대 CFO전략과정 주임교수 "CFO 역량 확대가 기업신뢰 향상 지름길"

문누리 기자공개 2022-11-18 07:20:28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6일 10:04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인기 상품인 핫도그 세트 가격을 1달러50센트로 영원히 유지하겠다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이 외국엔 공식석상에서 경영전략을 적극 어필하는 CFO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엔 오너나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두고 나서는 게 부담스러워 숨어있는 CFO가 많다.

심지어 CFO 직책이 없는 회사도 부지기수다. 일부 회사는 공시책임자를 CFO로 간주하고, 일부는 재무팀을 포함한 총괄임원을 CFO로 여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CFO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책임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존재한다. 빠른 경제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올바른 CFO의 역할에 대해선 깊이 생각할 여유 없이 달려온 탓이다.

오랜 시간 CFO를 직접 만나고 연구해온 이우종 서울대 교수(사진)는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CFO가 최고경영책임자(CEO)에 대한 견제 역할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부인이지만 외부의 시각을 반영하는, 주주와 채권자를 위해 소통하는 수탁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CFO전략과정 주임교수인 이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의 회계학 교수로, 동 대학과 대학원에서 학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홍콩이공대학에서 근무했다. 현재 학부와 대학원, MBA 과정, CFO전략과정 등에서 재무회계 주제들을 강의하고 있다.

◇법적으로 기업 내 필수 존재, 외부와 적극 소통해야

이 교수는 시장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재무 및 비재무정보의 역할, 그리고 이에 따른 자원분배의 효율성 문제를 연구하면서 CFO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대응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 재무위험 관리시스템 구축 등 기업 내 CFO 중요성이 부상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 내 위상과 역할, 권한은 그만큼 올라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CFO가 기본적으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잘 해야 하는 직책이라 평가했다. 그는 "CFO는 정보가 잘 흐르도록 기업 안팎을 연결하는 브릿지"라며 "만약 CEO가 주주나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배임을 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는 왜곡 소지가 있다면 CFO가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줘야 하며, 거절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CFO는 기업 관련 재무정보를 집계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위치에서 각 부문별로 생성된 정보를 취합한다. 기업 내부적으로 이를 이사회와 경영자에게 보고해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등 의사결정을 잘 하도록 돕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 밖에 있는 주주나 채권자에게도 내부상황을 잘 보고하는 소통 책임자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법규범 상에서 CEO 외에 형법상 책임이 주어지는 유일한 직책이 CFO인 만큼 점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2004년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대규모 상장기업에 최초 적용됐다. 2018년엔 새로운 외감법 도입에 따라 상장법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인증 수준이 기존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됐다.

이 교수는 "보고·자금조달 등 전통적인 CFO 역할만 봐도 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CFO의 역할과 기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경영전략책임자(CSO) 등 직책 여부는 각 기업마다 다르지만 CFO는 법적으로 필수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책임에 비해 낮은 위상, 이사회에 적극 참여 필요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내에선 CFO 위상이 기대만큼 아직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CFO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긴 어렵다"며 "CFO도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임원진 내 감사위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FO가 기업 재무제표에 CEO와 공동서명(인증)하므로 기업내 위상 또한 이와 동급이거나 CEO 다음으로 기업 내 최상위여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 기업 CFO들에 비해 위상이 약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CFO가 기업 내 전통적인 보고책임자 정도로만 인식된다는 평이다. 예컨대 기술 기반의 IT 기업들의 경우 CFO보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는 특정 이슈에 대한 관련 정보를 이사회에서 직접 전달하기 위해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등 분위기가 다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경영의사를 내릴 때 더 효과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경영전략 관련 이슈가 주요한 이사회에 CFO가 들어가 좀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밑단의 정보와 실질적인 상황까지 전달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국내 250대 주요기업 중에선 CFO의 이사회 참여가 비교적 활발하다. THE CFO가 국내 250대 기업 CFO 정보를 분석한 결과 총 237개 기업 중 107곳(45%)의 CFO가 사내이사로 선임돼있다. 상위권 기업 중 절반가량이 CFO를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들여 의사결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셈이다.

이사회에 참석하는 CFO들은 단순히 '금고지기'처럼 자금 관리나 재무 현황 보고 등의 수동적 위치에 머물지 않고 전략적으로 의사 결정권자 위치에서 활동할 수 있다. 다만 이들 표본기업은 대부분(96개) 매출 1조원 이상의 대기업이라 우리나라 전체 기업들로 확장하면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CFO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CFO' 용어 통일 및 법규범 만들어야... ESG 공시도 선제적 준비

이 교수는 CFO 위상을 공고화하려면 용어를 통일하고 모범기준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미국에선 'CFO'를 법적인 공식 용어로 정한 반면 우리나라에선 법적인 규준이 따로 없다.

그는 "재무이사나 재무담당자를 통상적으로 CFO로 부르지만, 궁극적으론 재무제표에 서명하는 사람을 CFO로 확정해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면서 "혹시라도 기업 손해배상건 등이 발생하면 재무제표에 서명한 사람 본인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책임소재와 제도를 서로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적으로 규범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CFO들의 역량도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가끔 보면 상장기업의 경우에도 재무전문성이 전혀 없는 분들이 CEO가 서명하라고 하니까 어떤 책임을 지는지도 모르고 서명한다"면서 "실질적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본인이 CFO인지 모른채 서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CFO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FO 용어는 쓰지만 사실상 실체가 명확히 존재하지 않는 만큼 법적으로 명확한 책임을 알려주고, 그에 맞춰 필요한 전문성 부분까지 교육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ESG 등으로 재무정보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해 추후 공시해야 하는 만큼 나중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은 현재 ESG 경영 관련 공시가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UN 책임투자원칙(PRI)에 따르면 ESG를 투자 결정과 자산 운용에 고려한다는 원칙이 만들어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CFO의 기본적인 재무보고 역할 범위가 주주와 채권자를 벗어난 다른 관계자들까지로 넓어지고 있다"면서 "나중에 의무공시사항이 되면 이젠 공식적으로 CFO가 책임져야 할 일이 되는 만큼 미리부터 준비사항을 확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FO 역량 확대가 곧 국내 자본시장 신뢰도 향상의 지름길

이 교수는 단순히 기업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CFO의 역량이 확대돼야 한다고 평했다. 그는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 지수가 경제규모에 비해 나쁜 수준"이라며 "이는 회계 재무정보가 시장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회계투명성이 나쁘다는 인식이 씌워지면 공식적인 회계 정보 기준으로 의사결정하기보단 증권사 '찌라시' 등으로 결정하게 된다"면서 "신뢰가 무너지니 시장 구조 자체가 무너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회계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은 해당 시장을 떠나고 해외로 도망가게 된다는 평가다.

좋은 기업들이 우리 시장에 남아서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기여해야 하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좋은 기업이 떠나도록 놔두면 안된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회계 투명성 인식이 제고되려면 CFO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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