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사장 교체 1년]'김헌동 vs 오세훈' 엇박자, 정책철학이 다르다?⑥매입임대 공급 계획에 '부정적' 입장, 서울시와 지향점 달라
성상우 기자공개 2022-11-18 07:29:02
[편집자주]
선임 과정부터 말 많았던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임기의 3분의 1밖에 안 채웠지만 과거 어떤 사장보다 시끌시끌한 1년을 보냈다. 물론 성과도 있었고 미흡한 점도 있다. 무엇보다 SH의 중장기적 경영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업들에서는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임 사장 체제 속에서 1년을 보낸 SH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5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시장과 서울시 산하 공기업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긴밀한 협업을 이뤄야 하는 관계다. SH는 서울시 정책에 맞춰 부동산 공급 정책 방향을 구상해야 한다. SH 사장의 인사권자가 서울시장이기도 하다. 역대 서울시장과 SH 사장의 관계를 돌이켜봐도 상호협력이 잘 이뤄져왔다.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헌동 SH 사장 사이에서는 다소 다른 기류가 엿보인다. 양측의 정책 철학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행보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그가 이끄는 SH와 서울시의 완만한 정책 조율은 잘 보이지 않는다.
◇"SH와 조율 안됐나" 국감 질타에, 오세훈 시장 '진땀'
지난달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측의 엇박자에 대해 꼬집었다. 맹 의원은 SH가 작년 4월 임대보증금 254건에 대해 15억원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오 시장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자 “한번 확인해보시라”고 말했다. 양측의 의견조율을 잘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맹 의원은 “서울시는 매입임대주택을 포함해 매년 8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실질적인 공급주체인 SH의 김 사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매입임대를 줄여가겠다는 말을 한다”며 “서울시의 발표와 사업 주체의 사업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시냐”고 물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김헌동 사장이) 오랫동안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에 매진하던 분인데 매입임대를 줄이겠다고 한 부분은 SH 사장이 되기 전에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이었다”면서 “(SH에) 들어와서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 사장은 취임 이후에도 최근까지 줄곧 매입임대주택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져왔다. 이를 입증하는 수치 자료는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김 사장 취임 이전 SH공사의 최근 5년간 매입임대주택 실적을 보면 △2262가구(2017년) △2500가구(2018년) △4412가구(2019년) △7200가구(2020년) 등으로 목표치를 달성해왔다. 지난해에는 목표치를 7500가구로 대폭 올렸지만 약 60% 수준을 공급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취임 이후부터는 목표치 대비 수천호 규모의 매입임대주택 공급미달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SH의 올해 매입형임대주택 매입실적은 지난달 기준 169가구 수준으로 목표치(6150가구)의 2.7% 수준이다.
SH 측은 이에 대해 “연내 매입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다만 SH가 해명한 11월 현재 기준 매입물량 396호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올해를 2개월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여전히 연간 목표치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공급 문제해결 다른 방식 접근, SH "맞춰 나갈 것" 입장만
아울러 김 사장은 올해 초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금천구 내의 매입임대주택사업 비중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SH가 매입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그 이후로도 수차례 나왔다. 김 사장의 생각이 SH에 온 뒤 바뀌었다는 오 시장의 해명과 배치되는 행보였다.
SH는 “매입물량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난 8월 대규모 침수피해 이후 신축매입약정형에서 기존주택매입 위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다만 김 사장은 침수 피해가 일어난 지 한참 뒤인 8월말에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입임대주택 확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직접 언급했다.
사실 정책 방향성 측면에서 김 사장과 오 시장 사이 엇박자 가능성은 그의 취임 초기부터 나왔던 우려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대응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야할 지에 대한 방법론 측면에선 다른 입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포함해 민간·공공에서 활용가능한 수단을 절충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다. 김 사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보다는 토지임대부 형식의 반값 아파트나 분양원가 공개, 장기전세 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임대주택 확대를 둘러싼 SH와 서울시의 엇박자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SH는 사업 방향을 오 시장의 정책 기조에 맞추겠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SH 관계자는 “임대주택 물량을 극대화하려는 서울시 정책기조에 발맞춰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매입물량을 다량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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