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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뿐인 자본, 신종자본증권]영구채보다 더 영구채 같은 '30년물 한전채'⑪영구채와 달리 중도상환 '강제' 조건 없어 실질 만기 30년...발행제도 개선 필요성↑

양도웅 기자공개 2022-12-05 12:59:36

[편집자주]

흥국생명이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사태를 진화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고, 발행사가 자기 의지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그 특징을 토대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THE CFO가 조명하고자 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더불어 금융사보다 발행 규정이 느슨한 비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취지대로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8일 15:3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는 '만기'다. 그렇다고 계약서에 만기가 없다고 적진 않는다. 대부분 만기 30년을 적은 뒤, 발행사가 전적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조건을 붙인다.

돈 갚는 날짜를 발행사가 결정할 수 있으니 이 돈은 발행사의 돈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이다. 영구채로 조달한 자금을 재무제표에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하는 이유이자 재무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기업들이 영구채 발행에 손을 대는 이유다.

논란을 일으키는 건 특정 기간 후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인상되는 스텝업 조항과 특정 기간 후엔 돈을 갚는다는 시장과의 암묵적 약속 때문에 발행사가 30년 뒤가 아닌 그보다 일찍 돈을 갚는다는 사실이다. 만기 30년도, 만기 연장도 현실에선 유명무실한 계약 조건이라는 얘기다.

올해 흥국생명 사태가 벌어진 것도, 10년 전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영구채 자본인정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일각에서 영구채를 두고 실상 5년물 회사채나 다름없다고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즉 만기 측면에서 개념과 현실의 불일치가 논란과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이에 부합하는 사례는 또 있다. 영구채보다 더 영구채 같은 회사채로, 올해 3월과 4월 한국전력공사가 1000억원, 13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회사채 얘기다.

진에어가 발행한 30년물 영구채는 콜옵션이 있는 반면,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한 30년물 회사채는 콜옵션이 없다. (출처=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한국전력공사채권(한전채)은 가장 최근 발행한 진에어 영구채를 포함해 다른 영구채와 동일하게 만기 30년 짜리다. 만기 연장 조건은 없지만 특정 기간이 지난 뒤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다고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없다. 2022년부터 2052년까지 6개월마다 각 3.3%, 3.72%로 고정된 금리에 맞는 이자만 투자자에 지급하면 된다.

또한 다른 영구채처럼 발행 5년 뒤에 한전이 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한다는 암묵적 약속이 시장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한전이 만기 30년보다 일찍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요인이 계약상으로든, 현실에서든 없는 셈이다.

실상 기업들이 영구채로 조달한 돈을 5년 만에 되돌려줘야 하는 것과 달리 한전은 회사채로 조달한 2300억원을 2052년까지 30년간 곳간에 보유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전채에만 해당하는 특수 사례일 수 있지만 30년물 회사채가 30년물 영구채보다 원금 보유 기간 측면에서는 더 이득인 셈이다.

그럼에도 계약상 발행사에 만기 연장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30년 뒤에 갚는 한전채는 부채로 계상되는 게 현실이다. 반면 계약상 발행사에 만기 연장 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는 5년 뒤에 갚아야 하는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영구채는 자본으로 계상되고 있다.

본문에서 말하는 하이브리드채권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가리킨다.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이는 영구채를 실제로 영구채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개념과 현실의 불일치는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이는 결국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에 불확실성이라는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번 흥국생명 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경색됐던 채권시장 분위기는 더 얼어붙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러한 지적은 10년 전에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 영구채가 5년 후 중도상환 옵션과 스텝업 조항 등으로 자본인정 논란이 벌어졌을 무렵,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구채의 만기의 영구성과 조기상환 부담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명확한 판단기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최근 도입된 하이브리드채권(영구채) 구조가 단기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조기상환에 따른 부담이 기업의 재부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10년째 영구채 논란은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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