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오일머니' 행선지]PIF, 게임업 투자 포인트는 'IP' 보유 유무넥슨·NC·시프트업 기준 충족 판단…네오위즈 등도 중견게임사도 후보로 거론
손현지 기자공개 2022-12-06 13:07:27
[편집자주]
중동의 큰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국내 IT·게임·콘텐츠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PIF는 1971년 설립됐고 현재 6200억달러가 넘는 운용기금을 굴리고 있다. 석유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사우디 비전 2030' 아래 국내 IT·콘텐츠 고부가 가치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PIF가 주목한 산업과 기업의 면면과 미칠 영향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일본, 한국 등 다수의 글로벌 게임사 투자에 한창이다. K-게임 1호 투자처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조 단위의 투자금을 투입하며 지분을 각각 9.26%, 9.14% 취득했다.PIF는 두 회사 외에도 여러 게임사를 투자 물망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진다. 사우디 투자부(MISA)가 지난달 MOU를 맺은 중견게임사 시프트업 뿐 아니라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중소·중견 게임사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흥행성이 높은 지적재산권(IP)를 보유하고 있거나, 신규 IP 개발 역량이 뛰어난 게임사들이다. '명품 IP'를 가진 게임사들은 모바일, PC, 콘솔 등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플랫폼 다변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메이드·넷마블 제친 후보군은…중견게임사?
지난달 16~17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대동한 사우디 투자부(MISA)가 국내 게임사들을 찾았다. 이들은 석유산업 중심에서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구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와중에 방한했다.
당시 MISA는 넥슨, 엔씨소프트 등 지분투자 관계에 있는 회사 뿐 아니라 넷마블, 위메이드 등 주요 메이저 게임사들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중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은 곳은 의외로 중소 게임사 '시프트업'이다. 시프트업은 지난 2017년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 후 사우디아라비아 PIF 등이 눈여겨보고 있는 회사다.
PIF의 투자 결정 기준이 'IP'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향후 자금투자까지 기대된다. 시프트업은 국내 탑급 아트디렉터, 개발인재들이 대거 시프트업으로 모이면서 자체 IP 개발역량이 뛰어난 회사로 평가된다.
올들어 신규 IP 출시가 저조한 게임업계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 '프로젝트: 이브' 등 새로운 IP들을 연달아 성사시켰다. 실패 확률이 낮은 검증된 IP를 지속적으로 우려먹는 대기업들과는 달리 미래 먹거리가 될 신규 IP를 지속 발굴해내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가 시프트업 상장전 지분투자(프리IPO)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PIF는 글로벌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 테이크투 등을 투자할 때도 IP 경쟁력을 보고 결정했다. 국내 게임사 투자를 진행할 때도 리니지(엔씨소프틍), 던전앤파이터(넥슨)와 같은 강력한 IP가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3N 중 넷마블 투자를 아직 하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넷마블은 상대적으로 인기 IP가 부족해 외부 인기 IP를 도입하고 이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각에선 PIF가 네오위즈 등 중견 게임사에 투자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네오위즈가 개발 중인 콘솔 게임 'P의 거짓'은 글로벌 게임 컨퍼런스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차지한 기대작이다. 글로벌 게임 전시회 '2022 지스타'에서도 상을 휩쓸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 이후 붉은사막과 도깨비 등 신작 IP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콘솔·PC 전용' IP 개발 관건
중동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IP다. 그동안은 국내 게임 IP 개발환경이 코로나19로 인해 그리 좋지 않았다. 해외 퍼블리셔와 소통 등에 차질이 생기면서 신작출시도 늦어졌고 흥행이 보장된, 기존 IP들을 재가공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제는 같은 IP라 하더라도 장르에 따라 흥행 성적은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바일 전용 게임 IP를 콘솔이나 PC 전용으로 전환할 경우 흥행성이 상대적으로 더 보장되기 어렵다. PC 게임을 모바일화 했을 때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크로스 플랫폼' IP 개발력이 관건이다. 최근 게임사들이 PC·콘솔 IP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다. 넥슨도 올해 콘솔 게임 '데이브 더 다이브' IP를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THRONE AND LIBERTY(TL)' IP를 콘솔 전용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넥슨(카트라이더), 크래프톤(칼리스타 프로토콜) 등도 콘솔 전용이나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다. 시프트업이 내년 내놓을 스텔라 블레이드도 소니와 플레이스테이션 PS5 독점 출시 계약을 맺으며 IP 성공확률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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