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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2세 경영 점검]손태희 퍼시스 사장, 해외사업 '승부수' 띄우나2019년말 승진 경영전면 나서, 중국·베트남 자회사 출자구조 재편

이효범 기자공개 2022-12-01 08:21:59

[편집자주]

가구업계 창업주 시대가 저물고 있다. 조창걸 전 한샘 회장이 경영권을 매각한 것도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일찌감치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이제 막 경영권을 이양하면서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구업 1세대인 창업주의 오너십이 이동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2세들의 행보와 경영 성과를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30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사장(사진)은 2019년말 승진해 사장에 올랐다. 퍼시스홀딩스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게 컸다. 또 같은해 1월 부친인 손동창 회장은 명예회장 직함을 달고 경영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장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지난 2년간 손 사장이 이끄는 퍼시스그룹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그동안 실적만 놓고 보면 순항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그의 의중을 짐작하게 할만한 단서들도 포착된다. 퍼시스홀딩스가 적자 자회사였던 해외법인들의 출자구조에 변화를 주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포석을 쌓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 경영인 체제 중심, 이사회 사내이사 그쳐

손 사장은 2010년 퍼시스의 물류계열사인 바로물류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디즈, 일룸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치면서 2016년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 연말 그룹 인사에서 사장에 올랐다. 경영수업에 돌입한 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이사회 대표이사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퍼시스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지주사 역할을 하는 퍼시스홀딩스를 비롯해 퍼시스, 일룸, 시디즈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퍼시스홀딩스 사장 직급을 갖고 있지만 이사회에서는 사내이사에 머물렀다. 2018년 3월 취임한 이후 이사회에서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퍼시스맨으로 불리는 이종태 회장이 퍼시스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은 1985년에 퍼시스에 입사해 회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미 2009년 1월부터 퍼시스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그룹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손 사장은 특히 일룸에서 2016년 3월 사내이사로 취임하기도 했다. 다만 5년 간 사내이사를 맡았다가 2021년 3월 사임했다. 일룸은 사실상 손 사장의 개인회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2021년말 기준 손 사장이 지분 29.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체 지분 중 자사주가 61.29%라 의결권 지분율로 따지면 손 사장의 입김이 가장 세다. 다만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지휘봉을 맡겼다.

나머지 국내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서도 손 사장은 모두 빠져 있다. 물론 그와 부친이 막강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지만 퍼시스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과 주요 임원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확고한 후계자인 손 사장도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과도기적인 체제 아래에서도 퍼시스그룹의 성과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퍼시스홀딩스 실적은 개선됐다. 별도기준 매출액(영업수익)은 2019년 231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72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룹 지주사로서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법 이익, 용역 수수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계열사들도 같은 기간 성장했다. 퍼시스의 매출액은 2019년 3048억원에서 2021년 3265억원으로, 일룸의 매출액은 2396억원에서 3710억원으로 불어났다. 시디즈 매출액도 1929억원에서 2519억원으로 늘었다. 각 계열사들의 영업이익률도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주택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 가구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퍼시스그룹도 완전히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퍼시스는 3분기 누적 매출액 2838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3분기 누적 실적과 비교해 20% 안팎으로 증가한 규모다. 이와 달리 시디즈는 수익성 부진에 빠졌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1.08%로 전년 동기 대비 6.77%포인트 감소했다.

◇해외사업 재편 신호탄, 베트남 공장 설립해 원가 경쟁력 기대

손 사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특징적인 변화 중 하나는 해외사업이다. 퍼시스홀딩스는 100% 지분을 가진 해외법인으로 퍼시스베트남, 시디즈차이나 2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올들어 손 사장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시디즈가 시디즈차이나를 사들였다. 또 시디즈는 이와 별개로 미국법인을 별도로 설립했다. 각 법인의 지분 100%를 확보하는데 투입한 자금은 약 48억원이다. 미국법인에만 38억원을 출자했다.

퍼시스홀딩스 지주사 역할에 한층 더 집중하는 한편, 시디즈가 직접 해외사업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더욱이 퍼시스홀딩스는 보유한 퍼시스베트남 지분을 퍼시스에게 540억원에 넘기기도 했다. 퍼시스베트남은 2019년 설립된 이후 현지에서 가구생산 공장을 건설해왔다. 이르면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업계는 퍼시스그룹의 이같은 해외사업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가구기업들이 해외사업을 타진해왔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퍼시스그룹은 해외법인을 통해 중국, 베트남, 대만 등을 주로 공략해왔다.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베트남에 생산기반을 두고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퍼시스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보다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낮아 제조원가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퍼시스의 매출물량이 점차적으로 증대되는 추세로 향후 수요증가에 대비한 생산기지 확보 차원에서 베트남법인의 지분을 취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출의 대부분이 국내 판매에 머무르고 있으나 베트남 현지 및 이를 거점으로 동남아 오피스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장기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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