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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1등' 30년, 앞으로의 30년 [thebell note]

김혜란 기자공개 2022-12-08 12:49:21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6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달성한 지 딱 30주년이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고민과 도전 과제가 주어진 한 해였다.

양쯔메모리 등 중국 기업들과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한국이 메모리 초강국을 자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메모리(D램, 낸드플래시) 반도체는 용량을 키우고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여기에서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 덕에 지금까지 전 세계 메모리 1, 2등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다. 한 예로 표준화된 D램을 말하는 DDR이 DDR4에서 DDR5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광장비(EUV)를 활용해 집적도를 높였고 기술적 우위를 자랑했다.

하지만 D램과 낸드 공정 미세화와 적층 단계가 이미 많이 진화했기 때문에 기술적 격차를 더 벌리려면 과거보단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도 차세대 DDR5에 승부수를 던졌고 최근엔 232단 낸드 적층을 세계 최초로 해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본토에 메모리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도 최근 새롭게 발표했다.

반도체 굴기(일어섬)로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 중인 중국의 메모리 기술도 이제 무시할 수 없다. 5년 안에 저가 메모리로 시장을 잠식해갈 거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로엔드 메모리 쪽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 공장은 미국의 장비 규제 벽에 가로 막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는데 대외적 환경마저도 한국 기업에 불리한 환경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직 기술적 우위에 있는 하이엔드 쪽에서 빨리 치고 나가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공장 하나 짓는데 수년이 걸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국내에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서 논의 중인 'K칩스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뿐 정부 시행령에서 대폭 보완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서 크게 나아질 건 없어 보인다.

'메모리 1등'의 타이틀을 이제는 기업 혼자 고군분투한다고 지켜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칩4' 동맹과 미국의 장비 규제에 대한 협상 등 정부가 노력해야 할 일, 세액공제와 규제완화 등 국회가 풀어야 할 일, 그리고 기업이 할 일이 각각 있다. 앞으로 30년 뒤에도 '메모리 60년 1등'을 기념할 수 있길, 그러기 위해선 정말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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