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02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RM(Relationship Manager)이 되도록 하겠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IB헤드가 말한 내년의 조직 운영 목표다.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에서 프로덕트 지식을 갖춘 인력들을 전진배치해 직접 고객을 만나게 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적합한 자금조달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지향점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대다수의 하우스가 수년전부터 강조해 온 ‘고객 중심의 토털 솔루션 제공’이란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같은 이야기가 수년째 반복되는 건 실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서간 장벽이다. 자본시장법에선 증권사에 각 사업부문간 ‘차이니즈월’을 둘 것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IB사업부 내 각 부서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다.
영업성과가 개인의 금전적 보상과 연관되다보니 부서간에는 무형의 장벽이 만들어졌다. ‘너의 고객’과 ‘나의 고객’이 명확하다. 정보의 공유가 제한되다보니 영업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IB헤드들은 무형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성과보상 제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진 못하고 있다.
글로벌 양적완화로 올해 초까지 2년간 이어진 증시 호황이 변화를 저해한 측면도 있다. 풍부한 자금이 풀리며 시장에 수많은 딜이 나왔고 RM들은 차별화를 위한 담금질보단 당장의 딜 수임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PM(Product Manager)들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보단 기술적으로 더 높은 밸류를 책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지지부진했던 '부서간 장벽 허물기'는 내년부터 속도가 날 것 같다. 증시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고객사가 결정한 일감을 수임하는 데 만족하는 현재의 영업체계론 더 이상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기 어렵다. RM들이 선제적으로 고객사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방향성은 더 뚜렷해졌다.
일부 RM들 사이에선 "이제 술과 골프로 영업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업고객에게 총체적인 자금조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진짜 RM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글로벌 최고의 IB로 인정받는 골드만삭스의 최근 조직개편을 봤을 때 국내 하우스들이 허물어야 할 벽은 더 많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IB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사업부를 합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서를 넘어 사업부간 벽까지 허물어 기업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황을 마주한 IB헤드들의 변화에 대한 의지는 작지 않아 보인다. ‘살아남으려면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더해져 조직 운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고민이 연말 이뤄질 조직개편에 어떻게 반영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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