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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내부 승진과 외부 영입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1-02 09:00:59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2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대개 오랜 세월 회사에서 일하고 성과로 능력이 검증된 고위 임원 중에서 발탁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회사 밖에서 영입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외부 영입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한 회사의 CEO로 성과를 내고 업계에서 널리 알려지는 경우 한 사람이 여러 회사의 CEO를 지내기도 하는데 회사가 위기일 때 ‘구원투수’로 영입되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포드자동차에 CEO로 영입되어 성공적으로 회사를 살려낸 앨런 머랄리는 보잉의 CEO를 지냈던 사람이다. 피아트의 전설적인 CEO 세르지오 마르키오네는 스위스 품질관리회사 SGS의 CEO였다가 피아트의 사외이사로 들어왔는데 CEO에 발탁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많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는 혁신과 쇄신에 걸림돌이 별로 없다. 이른바 회사와의 정서적 유대가 약해서다. 역설적이지만 오너든 이사회든 그 때문에 외부로 눈을 돌린다. 외부 영입 CEO도 사회적 제약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고 내부 기반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문제는 당사자의 사회적 자산과 개인 역량의 문제다. 오히려 외부 CEO의 가장 큰 약점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산의 가동율을 저하시키고 조직을 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노스이스턴대 베이 교수와 메사추세츠대 음커찬 교수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외부 영입 CEO의 성과가 내부 승진 CEO의 성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 교수들은 15년의 기간 동안 발생한 550건의 제조업체 CEO 교체를 데이터로 사용했다. 그중 29%가 외부 영입이다. 일반적인 관점과 달리 실적이 좋은 기업에서 이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생산설비와 공정의 스트림라인화, 제품군 통합, 신규 자본 유치, 자본집약적 생산, 관리조직과 노동생산성 개선 등이 각론이다. 즉, 외부 영입 CEO가 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 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워서가 아니라 전통적인 카테고리의 경영개선에 더 효율적이었다는 의미다.

이 연구 결과는 국내 상황에서 어렵게 외부 영입에 눈을 돌릴 필요는 적다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다만 내부 승진 CEO는 밖에서처럼 회사를 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외이사들이 그 역할을 해 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마찬가지의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다른 회사의 현직 CEO가 사외이사로 많이 영입된다. 사업 내용에 관계없이 경영전문가가 외부인의 시각으로 회사를 본다면 큰 도움이 된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디즈니의 밥 아이거 회장이 애플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CEO 엠마 웜슬리, 아마존 이사회에는 코닝 회장 웬델 윅스, 골드만삭스 이사회에는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 월마트 이사회에는 세자 콘드 NBC유니버설 회장, 코카콜라 이사회에는 안나 보탱 산탄더은행 회장이 있다. GM의 메리 바라 회장과 오라클 CEO 사프라 카츠, 나이키의 마크 파커 회장은 월트디즈니 사외이사다.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들에서 대학교수나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서구에서처럼 다른 회사 CEO가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사례가 거의 전무 해서이기도 하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큰 방법 하나를 우리는 활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직 CEO는 이사회 참석율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하고 1박 2일이 기본인 미국기업 CEO들에 비하면 대개 서울에서 이동하는 국내기업 CEO들은 형편이 나을 것이다. 이해상충없는 현직 경영전문가 사외이사는 외부 영입 CEO의 장점을 회사에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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