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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리뷰]라마찬드란 CFO, 한온시스템 ‘조달 미스’ 만회할까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매각, 잉여현금 마이너스 기조…재무전략 변화 관건

고진영 기자공개 2023-01-18 07:33:57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메말랐던 유동성 등 2022년은 기업 재무를 총괄하는 CFO들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이 와중에도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타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찾았다. CFO들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재계 내 각 CFO들의 2022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2023년 직면한 큰 과제들은 무엇인지 THE CFO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2일 13:4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고채무책임자(CFO)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조달 전략이 빠질 수 없다.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끌어오는 것은 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최근 한온시스템이 자본시장에서 보인 ‘미스' 스텝이 가볍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대규모의 공모채 미매각을 내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미매각분을 주관사가 떠안아 발행 자체는 마무리했지만 조달 환경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올해는 CFO인 나가 수브라모니 라마찬드란 수석부사장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전망이다.

한온시스템은 유동성에 그리 여유가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2억원을 나타냈다. 2021년 9월 말 2339억원이었는데 2000억원이 넘게 줄어든 셈이다. 이 기간 순이익이 2123억원에서 559억원으로 급감한 반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각각 1840억원, 2309억원씩 늘어난 영향이 컸다. 결과적으로 9개월간 사업을 해서 손에 쥔 현금이 50억원 수준에 그치게 됐다.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가장 큰 배경은 운송비와 원재료비 상승이다. 매출은 증가세지만 반도체 수급 정상화가 늦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방문길 봉쇄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매출원가율은 80%대에서 지난해 3분기 90.7%로 뛰었다.

게다가 한온시스템은 라마찬드란 수석부사장의 CFO 취임과 맞물려 확장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당초 미국 포드와 만도기계(현 만도)의 합작사로 설립됐던 회사다. 라마찬드란 부사장은 포드 계열사였던 비스테온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말 한온시스템(당시 한라비스테온공조)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공급체인관리 부사장, 글로벌운영담당 부사장, 경영기획본부장(CPO) 등을 거쳐 2018년 11월부터 CFO를 맡았다. 최대주주 한앤컴퍼니가 2021년부터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도 재무를 책임지는 라마찬드란 부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의 부임 이후 한온시스템은 4년전 E&FP(마그나인터내셔널 유압제어사업부)를 1조35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또 해외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친환경차용 부품개발 비용이 늘면서 연평균 설비투자(CAPEX)가 6000억원 수준으로 점프한 상태다.

배당 이슈도 있다. 한온시스템은 2021년 배당성향이 가장 높았던 기업이다. 62.27%를 기록했는데 코스피 평균(35.41%)을 훌쩍 넘는다. 2015년 이후 연단위 배당도 분기 단위로 전환해 1년에 4번 배당을 한다. 잉여현금흐름이 2016년 이후론 2020년만 빼고 모두 마이너스를 찍는 상황에서도 연간 1700억~1900억원 수준의 배당을 감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주주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온시스템이 2014년 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지분율 50.50%)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배당 부담과 투자비용을 감당하려면 라마찬드란 부사장이 조달 규모를 크게 줄이긴 어렵다.


그간 시장성 조달 내역을 보면 한온시스템은 2016년 공모채 시장에 데뷔해 해마다 수천억원씩 자금을 끌어 써왔다. 2022년까지 7년간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2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작년 10월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미매각을 냈다. 개별민평이 5.5% 수준인데 6%대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도 모집금액 3000억원 중 2500억원이 안팔려 주관사가 떠안았다. 라마찬드란 부사장으로선 뼈아픈 패착이다.

전략에서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다. 한온시스템은 다른 인수단을 두지 않고 NH투자증권에 단독으로 대표주관사를 맡기는 방식을 줄곧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정기 신용평가에 신용등급이 AA0에서 AA-로 한 노치 강등된 데다 실적도 부진한 상황에서는 전략에 변화를 줬어야했다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딜은 보통 증권사를 여럿 기용해 투자자 모집처를 넓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금창출력이 지출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2022년 9월 말 총차입금이 4조원 수준으로 뛰었다. 이중 1년 내 갚아야하는 단기성 차입은 1조7207억원(43%)이다. 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한 가용현금이 9954억원이니 올해 차환을 위한 추가적 조달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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