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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에 2023년은 어떤 '빈티지'로 기억될까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3-01-20 08:17:51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8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빈티지(vintage)란 와인 양조에 쓰인 포도의 수확연도를 뜻한다. 훌륭한 와인이 탄생하기 위해선 와인메이커의 숙련도, 와이너리의 제조기술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도의 품질이다. 해마다 일조량, 강우량, 기온, 바람 등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와인 맛과 품질에 차이가 난다.

빈티지가 와인 애호가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도 빈티지는 중요하다. VC 업계에서 빈티지는 펀드가 결성된 해를 의미한다. VC가 조성하는 펀드는 경기 및 주가 흐름, 금리, 유동성 등 자금조달(fund raising)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환경에 따라 좋은 빈티지와 나쁜 빈티지로 구분된다.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새해지만 VC 업계의 한 해 전망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 속에 펀드 레이징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모태펀드 출자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VC 업계에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수십년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올해 결성되는 펀드는 나쁜 빈티지일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그레이트 빈티지(great vintage)'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한동안 경험한 적 없는 유동성 긴축의 시대에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어느 VC 업체 대표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의미하는 '유니콘'의 추락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몇 년간 탄생했던 유니콘은 시장의 유동성 덕을 본 측면이 있다. VC업계의 풍부한 유동성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대로 금리인상 기조 속에 유동성이 줄어드는 현재의 상황이 VC 입장에선 될성부른 떡잎(스타트업)을 저가 매수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VC 업계는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결성된 벤처펀드의 회수 성과가 가장 좋았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가치가 하락한 시기에 결성돼 투자에 나섰던 펀드가 좋은 빈티지로 판명났다.

물론 예단할 수는 없다. 합리적인 가격의 매물이 쏟아져도 자금이 없이는 투자가 힘들다. 오랜 업력과 상당한 운용규모(AUM)를 자랑하는 대형 운용사는 지난 하반기부터 펀드 레이징에 나서 투자 혹한기에 쓸 실탄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공적 자금에 의존해 온 중소형 하우스는 생사의 기로에 설수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우후죽순 생겨난 벤처캐피탈의 생존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이래저래 2023년은 VC 업계에 기억될만한 빈티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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