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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생태계 교란' 우려 [thebell desk]

이효범 기자공개 2023-01-27 08:12:24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사나 소형사 모두 벤처캐피탈 생태계 속에서 저마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소형사는 초기기업에 몇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집행합니다. 이건 대형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대형사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역할입니다. 그런데 시장에 유동성이 말라 버릴 경우 소형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그만큼 초기기업에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셈이죠."

중소형 벤처캐피탈 대표는 최근 모험자본으로서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올해 국회에서 확정된 모태조합 출자사업 예산이 3135억원으로 2022년 52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벤처캐피탈업계는 최근 10여년 간 꾸준히 성장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4년말 운용 중인 조합 규모는 12조458억원(조합수 447개)이다. 2022년 3분기 말 기준 규모는 47조9083억원(1651개)으로 증가했다. 1개 조합당 평균 규모는 290억원으로 2014년말 260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대형사들이 성장을 주도하긴 했지만 신생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 성장에 힘을 보탰다. 같은 기간 창업투자회사도 103개에서 27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출사표를 던진 소형사들은 성장 여력이 큰 초기기업에 투자했다. 그만큼 모험자본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던 셈이다.

예컨데 100억원 펀드와 1000억원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100억원 펀드로 5억원 씩 20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지만 1000억원 펀드로는 50억원 씩 20개 기업에 투자해야 투자금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 다만 1000억원 펀드가 5억원 씩 초기기업에 투자할 경우 200개 기업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초기기업에 50억원을 투자할 경우 창업주와 지배구조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펀드 레이징 측면에서도 대형사와 소형사가 처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소형사들을 지탱해줬던 건 사실상 정책자금이다. 그런데 최근 정책자금이 줄면서 민간자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민간자금을 집행하는 연기금, 공제회, 캐피탈 등은 주로 대형사에 자금을 맡기는 게 현실이다.

벤처 생태계에서 정책자금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동력이다. 청년 창업을 독려하는 정부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 상징적 의미도 갖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정책 자금을 확대해온 기조와 달리 최근에는 민간자금을 키우는 쪽으로 정책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급격한 기조 변화가 벤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은 부작용을 낳지 않을지 정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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