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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영구채 상환의 의미 [thebell desk]

이경주 기자공개 2023-01-30 07:37:44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7일 22:3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는 올 들어 가장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달 초 7000억원 규모 원화 회사채와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 외화채를 찍었다. 한 달 만에 3조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높아진 금리를 감수했다. 원화채는 4%, 달러채는 6% 내외다. 저금리 시기였던 2021년 9월엔 원화채를 3년물 기준 1.84%에 찍었던 포스코다.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조달이다. 경기침체로 펀더멘털 약화가 예상되고 무엇보다 부동산이라는 뇌관이 자본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포스코는 조달한 현금을 기존 사채 차환과 성장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다. 차환 대상에 갚을 의무가 없는 영구채를 포함시켰다. 10년 전(2013년 6월 13일) 사모로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1-2회’차다. 증권신고서 세부 용처에 기재한 내역이다.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과 배치된다.

‘1-2회차’는 만기가 30년인데 발행사가 원하면 더 연장을 할 수 있다. 갚지 않아도 되는 조건은 회계적으로 큰 차이를 준다. 외부자금임에도 ‘자본’으로 인정받아 재무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 조항이 있다. 10년에 한번 씩 금리를 재조정(국고채 10년물 가격+1.4%)하고 추가로 0.25%가 가산된다. 언제 원금을 회수할지 모르는 것에 대한 불투명성을 돈으로 환산해 투자자에게 준다.

스텝업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컸던 걸까. 아니다. 금리가 워낙 높아진 시기인 탓이다. 1-2회차 금리는 현재 4.6%다. 이달 26일 국고채 가격 기준(10년물 3.231%)으로 스텝업을 적용하면 4.881%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날 기준 포스코 회사채 10년물 개별민평이 4.540%로 0.3% 수준의 차이다.

스텝업을 수용하는 것과 같은 금액을 회사채로 발행하는 것에 대한 비용부담이 비슷하다. 그런데 영구채는 ‘자본’이고 회사채는 ‘부채’다.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라면 영구채를 유지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이익이라는 의미다. 물론 스텝업 도래 시기(2023년 6월 13일)에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지켜보고 결정할 일이다. 그런데 포스코는 반년 가량이 남은 시점에 상환으로 못박았다.

업계에선 사모 투자자와 모종의 합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발행 당시 10년 후 상환을 약속했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원금 회수 시기가 분명한 것이 당연히 이득이다. 발행사도 이를 보장해줘야 유치가 수월하다. 합의에 법적 구속력은 없을 수 있다. 상환 의무를 계약서에 명시하면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

이른 바 ‘신뢰’ 영역에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포스코는 신뢰를 지키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 해 신뢰를 깨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 평판 저하로 향후엔 영구채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환을 택한 것에 대한 명분이 된다.

이것이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관행’이다. 신뢰를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말이 영구채지 회사채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자본으로 인정받아 왔다. 지난 10년간 재무안정성에 그만한 보탬을 받으면서 다른 투자를 유치했다. 결국 발행사와 영구채 투자자에게만 이득이다.

비단 포스코 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다만 포스코는 신용도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초우량 기업이다. 공기업이나 민영화된 기업을 제외하면 자본시장에서 맏형 같은 존재다. 포스코의 선택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 1-2회차 상환 선택을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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