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을 움직이는 사람들]27년차 곳간지기, 장세욱의 '믿을맨' 정순욱 CFO⑦재무 전문가 외길 걸어온 CFO…'신용등급 A'까지 한 걸음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08 07:34:44
[편집자주]
동국제강은 올해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으로 인적분할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8년 만에 돌아오는 장세주 회장과 연말 인사로 요직에 오른 4세 장선익 전무 등이 오너가의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격변기를 맞은 동국제강의 주요 인물들을 분석해보고 역할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6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로필이 사회인의 나이테라면 25년 이상 현업에서 뛰어온 인물의 업력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촘촘한 것이 보통이다. 정순욱 동국제강 재경실장(CFO)의 프로필은 다르다. 25년 이상 동국제강에 몸담았지만 이력은 단 세 줄로 요약된다. 자금팀 입사, 자금팀장, 재경실장이다. 굵고 간결한 나이테 사이의 간극은 전문성으로 빼곡하게 채웠다.단어로 요약하자면 동국제강맨이자 재경통이다. 동국제강의 어려웠던 시기와 재도약 시점마다 곳간을 책임지며 장세욱 부회장의 오랜 신임을 받은 '믿을맨'이기도 하다.
◇회계학 전공한 재무 '정통파'…27년차 '믿을맨'
1만 시간을 수련해야 명인이 된다는 법칙을 떠올린다면 정 CFO는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두 바퀴 반 돌아온 인물이다. 동국제강에서 자금 부문에만 천착한 시간이 햇수로 27년차다. 대학에서도 회계학을 전공한 정통파다.
경기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동국제강과의 인연은 1997년 시작됐다. 본사 관리부 자금팀 사원으로 첫 발을 뗐다. 2016년 경영관리담당 자금팀장 역할로 부장에 승진하기까지 계속 재무부문에 몸담았다. 이후에도 재무부문에 적을 두며 2020년 12월 재경실장(이사)으로 임원진에 합류했다.
승진 시점이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의 신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장 부회장이 동국제강의 대표에 올랐던 때 정 CFO가 재경팀장으로 승진하며 주요 실무진으로 부상한다.
이 시기는 2014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뒤인 데다 장세주 회장이 자리를 비운 때로 동국제강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았던 무렵이다. 신용등급 타격도 적지 않았다.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은 2016년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기준 투기 등급인 BB까지 떨어진 바 있다.
장 부회장은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장기 핵심목표로 신용등급 A를 회복을 제시했다. 이날 장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기업설명회(IR) 방식으로 색다르게 진행했는데, 40여분간 동국제강의 재무건전성이 얼마나 회복됐고 얼마나 나아갈지를 공들여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2020년 말 신규 선임된 정 CFO가 자신감의 배경이 됐다는 전언이다.
◇부채·현금흐름 개선 주역…재무약정 조기졸업 성과
동국제강의 재무건전성 흐름이 곧 정 CFO의 성과다. 정 CFO는 동국제강의 목표 변화에 따라 재무 전략을 달리 취해왔다. 궁극적인 목표는 재무건전성 개선이지만 세부 목표가 달라졌다. 자금팀장이 됐던 시기에는 부채비율 완화와 현금성자산 확보 등으로 빠른 정상화를 목표했고 재경 실장에 오른 뒤 목표는 신용등급 성장 등 '알파'를 바라보게 됐다.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하기 전년인 2013년 247.80%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 3분기 두자릿수(90.3%)까지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정 CFO가 자금팀장을 맡았던 2016년을 기점으로 200% 밑으로 낮아졌다. 2020년 153.70%, 2021년 127.70%로 내렸고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는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가 넘어서면 주의를 요하고, 자기자본 한도 안인 100% 이하로 내려오면 '이상적'이라고 평가한다. 시장의 우려를 받았던 기업이 10년 만에 부채 모범생 타이틀을 얻은 셈이다.
현금흐름도 개선됐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3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36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1429억원 상승한 수치다. 현금 보유량은 등락이 있었지만 지난해 3분기 보유량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동국제강은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지 2년 만인 2016년 조기졸업했다. 팀장이 된 뒤로 반년만의 일이지만 이전부터 재무부문에 몸담았던 만큼 주요 실무 결정에는 정 CFO의 역할이 컸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고 페럼타워를 팔았으며 후판사업 구조조정도 치렀다. 조기졸업 이후에도 사업구조 재편에 꾸준히 팔을 걷었다. 브라질 CSP제철소 매각 결정도 정 CFO의 재무적 판단이 주요했다.
성과의 동반자로는 앞서 CFO를 맡았던 곽진수 전략실장(전무)이 꼽힌다. 동국제강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인적 분할 등 굵직한 결정마다 곽 전무와 정 CFO가 협업해 재무적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전임인 이한균 전 상무와도 3년가량 손을 맞춰온 바 있다.
◇신용등급 'A' 회복·인적분할 안착 최우선 목표
정 CFO의 최우선 과제는 신용 시장에서 '믿을맨'이었던 동국제강의 등급을 회복하는 것이다. 2012년까지 A+의 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해 왔다. 10년만에 회복이 코앞이다. 장 부회장이 제시한 목표는 2026년까지 A등급 회복이다.
동국제강의 신용등급 성장도 정 CFO의 공로다. 2016년 하락을 겪은 뒤 현재까지 회복세다.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BB등급까지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신평사들은 등급상향 배경으로 견조한 영업실적과 해외 계열사 지분 매각, 경영 정상화 등을 꼽았다.
동국제강은 올해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 어느때보다도 CFO의 역할이 과중한 시기다. 동국제강은 또다른 미래 과제로 사업회사 안정적 신용등급 확보와 재무 위협 최소화, 현금 운영 환경 구축 등을 제시했다. CFO가 재무팀, 회계팀, 신용관리팀, 내부회계관리팀을 총괄하는 만큼 모두 정 CFO가 지휘봉을 잡아야 하는 숙제다.
재무부문 수장답게 꼼꼼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다. 다만 업무 외 부문에서는 소탈해 후배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고. 업무의 디테일을 중요시해 '작은 노력이 다른 결과를 만든다'를 좌우명 삼았다. 정 CFO 스스로 동국제강의 신용등급 상승을 단순한 지표가 아니라 대외 신인도 향상으로 여겨 집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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