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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 손에달린 IPO 빅딜]PE에게 받은 높은 밸류, 독이 든 성배였다①경영권 프리미엄 얹어 맥쿼리PE 엑시트 보장한 SK스퀘어…유사 사례 줄 이을 듯

최윤신 기자공개 2023-03-13 12:59:20

[편집자주]

재무적투자자(FI)들이 IPO 시장 빅딜의 공을 쥐었다. 엑시트의 길이 막히며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불행한 주도권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 높은 가치로 투자한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상장 후보기업과 투자자의 이야기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한 상장후보군 다수가 IPO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해부터 증시가 침체하면서 약속한 수익률로 엑시트를 보장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가 IPO가 아닌 매각을 통해 FI의 투자를 보장하는 사례를 만들어 주목받는다. 업계에선 IPO를 전제로 대규모 지분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이 매각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 바이아웃 하던 PE, 소수지분 투자 열올린 이유

지난해 증시 침체 상황에서 상장을 철회한 기업 대다수는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PE)가 수천억원을 투자해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철회한 SK쉴더스, 원스토어는 물론 올해 초 IPO를 철회한 컬리와 오아시스 등이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1번가,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LG CNS 등 빅딜 후보군도 동일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 회사들의 IPO가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가격으로 상장하는 게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빅딜 후보군의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건 맥쿼리자산운용,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글로벌 PE와 글랜우드PE, MBK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파트너스 등 바이아웃(경영권 거래)에 도가 튼 운용사들이다.


이들이 비상장 기업의 경영권 지분이 아닌 소수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건 지난 몇 년간의 시장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금리는 장기간 하향안정화 상태였다. 2015년 이후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시장의 유동성은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PE들의 바이아웃 투자에는 한계가 나타났다. 기업의 조달이 원활했기 때문에 한계에 몰려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려는 수요는 드물었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은 경영권이 아닌 소수지분만을 매각하길 원했다.

소수 지분에 대한 PE들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 된 건 2017~2018년경이다. 대기업그룹사에선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본격화하며 대규모 자본이 필요했고, PE가 이 자리를 메꿨다. 지배구조 관련 규제 강화 등에 따라 대주주가 보유했던 지분을 사줄 대상이 필요하기도 했는데, 여기서도 PE가 핵심 역할을 맡았다.

대형 PE는 이미 높은 밸류로 투자를 유치한 플랫폼 기업들에도 다수 참여했다. 규모의 경제달성을 위해 계획된 적자 전략을 펼치는 기업들에게 훌륭한 자금공급원이었다.

PE들은 이런 투자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 2020~2021년 공모주 초호황시기에 ‘잭팟’ 수준의 캐피탈게인을 거두고 엑시트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테이퍼링이 본격화하며 글로벌 금리가 치솟았고, 시장의 유동성은 빠르게 걷혔다.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는 거품처럼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도무지 IPO를 통해선 PE의 투자 회수가 불가능한 시장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 PE의 투자, VC와는 다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진 PE들의 높은 투자밸류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짧은 시간 안에 이들이 투자할 당시의 밸류에이션을 만족시키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투자의 매커니즘을 고려할 때 PE의 대규모 지분 투자는 IPO로 엑시트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란 의견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PE의 투자는 미래 성장성을 바라보고 이뤄지는 반면 IPO는 올해 혹은 내년의 성과에 대한 밸류에이션”이라며 “거기에 투자자들을 위한 할인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2020~2021년 같은 장이 아니고선 접점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PE가 IPO를 바라보는 시선이 기존 주요 플레이어인 VC들과 다르단 점도 상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주요 발행사와 증권사의 IPO 담당자들은 PE와 VC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PE들이 투자 당시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하는 것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수십 곳의 비상장 투자를 하는 VC와 달리 소수의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최근 오아시스의 IPO 철회는 이런 차이를 표면에 나타나게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수요예측 이후 회사와 다른 주주들은 당초 제시한 밸류에이션을 낮춰서라도 상장을 강행하길 원했던 반면, 3대주주인 유니슨캐피탈이 강경하게 반대했다.

물론 초기에 투자한 한국투자파트너스 등과 달리 유니슨캐피탈은 상장을 강행할 경우 투자단가 대비 낮은 기업가치로 상장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IPO만을 유일한 엑시트 수단으로 봤다면 당장의 평가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상장한 뒤 엑시트를 도모하는 게 합리적이었다”며 “다른 방식의 엑시트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 선택지 없는 기업도

IPO가 어려운 상황에서 PE들의 엑시트를 보장해주기 위해 찾을 수 있는 해답은 결국 매각이다. 최근 확정된 SK쉴더스 지분 매각이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K스퀘어는 최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인 EQT파트너스에 SK쉴더스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한 지분은 맥쿼리PE가 보유한 지분 36.9%와 SK스퀘어 보유지분 31.1%다.

SK스퀘어 측은 SK쉴더스 처분의 목적을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선 2대주주인 맥쿼리PE의 엑시트를 보장하기 위한 선택으로 본다. IPO를 통해 엑시트 창구를 마련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서라도 PE의 엑시트를 보장한 것이다. SK스퀘어가 보유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넘기면서 맥쿼리PE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었다.

IPO 대신 매각으로 선회하는 기업은 SK쉴더스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SK스퀘어는 IPO를 추진 중인 자회사 11번가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자를 찾고 있다. 2018년 인수 당시 H&Q컨소시엄으로부터 2조7500억원의 밸류로 5000억원을 투자받았고, 올해 안에 엑시트를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시장 상황과 11번가의 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적격한 요건으로 상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SK쉴더스와 같은 방식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을 단행할 수 있는 회사는 제한적이다. 회사의 결정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이미 지난해 IPO를 대신해 매각을 추진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는 투자형지주사로 일반적인 국내 기업과 의사결정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며 “다른 상장 후보군이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엑시트를 놓고 PE와 기업간 잡음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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