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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전자 vs 애플]서로 다른 순현금 눈높이[유동성]④M&A 자금 비축하는 삼성전자, 주주 환원 늘린 애플

김형락 기자공개 2023-03-13 07:30:2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7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 단위로 현금을 쌓아둔 삼성전자와 애플은 유동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주주 환원에 적적히 안배해야 현금 창출력을 키우면서 주식 시장에서 기업가치 상승도 이뤄낼 수 있다.

각 사업 영역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과 자본적 지출(CAPEX)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이 오르내린다. 스마트폰, PC 등 주요 제품을 위탁 생산업체에 맡기는 애플은 상대적으로 CAPEX가 적어 FCF 규모가 큰 편이다.

두 기업의 유동성 관리 방향은 반대다. 삼성전자는 100조원 넘는 현금을 인수·합병(M&A) 실탄으로 비축하고 있다. 애플은 한 때 100조원 넘게 고여 있던 유동성을 주주 환원으로 풀어 최근 현금 보유액을 60조원대로 낮췄다. 궁극적으로는 순현금 중립(0)을 지향한다.

◇ 2017년 해외 유보금 송환세율 낮아진 뒤 순현금 목표 '0'로 설정한 애플

애플의 유동성 관리 전략은 미국 세법에 따라 달라졌다. 2017년 12월 해외에 유보한 현금을 미국으로 회수할 때 적용하는 세율을 낮추는 새법개정안(Tax Cuts and Jobs Act of 2017)이 상·하원을 통과하자 애플은 흩어져 있던 유동성을 본사로 모으기 시작했다.

애플이 2018년 해외 유보금 회수 계획을 밝히며 추정한 송환세는 약 380억달러다. 기존 세법에서는 35%였던 송환세율이 각각 15.5%(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잉여금), 8%(기타 잉여금)로 낮아지면서 법인세 부담을 덜게 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제조업 부활을 외치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조치였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는 2018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유동성 정책을 내놨다. 장기적으로 순현금 중립 상태를 만들겠다고 안내했다. 세제 개편으로 해외에 흩어져 있던 현금 접근성이 올라가 유동성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의 순현금은 1630억달러였다.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더 큰 순현금 플러스(+) 포지션이었다. 이를 현금과 차입금이 동일한 순현금 '0달러'로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기존 현금을 투자활동에 풀거나, 주주 환원 규모를 늘려야 달성 가능한 목표였다. 애플은 주주 환원 확대를 선택했다.

애플은 아이폰 인기에 비례해 현금 창출력이 커졌다. 아이폰 출시 이듬해인 2008년 96억달러(9월 결산 연결 기준, 이하 동일)였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1040억달러를 넘어 지난해 1222억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FCF는 영업활동현금흐름과 같이 움직였다. 2009년까지 100억달러 아래였던 FCF는 2021년 785억달러, 지난해 966억달러를 기록해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은 CAPEX와 배당을 지급하고도 현금이 남는 현금흐름이 이어졌다. 애플의 유형자산 취득액은 2020년(73억달러)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억~130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금 지급액은 CAPEX보다 컸다. 2018년부터 140억달러 안팎이 배당으로 빠져나갔다.


애플은 2018년부터 FCF 상당 부분을 자사주 정책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유동성 관리 전략을 펴고 있다. 2017년 329억달러였던 자사주 매입액은 이듬해 727억달러로 2배 증가했다. 이후에도 자사주 매입에 △2019년 669억달러 △2020년 724억달러 △2021년 860억달러 △2022년 894억달러를 썼다. 배당 수준은 유지하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 환원 규모를 늘려 순현금을 줄여가고 있다.

◇ 순현금 100조원 상회, M&A 대기 자금 쌓아두는 삼성전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들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115조원(이하 연결 기준)이다. 주주 환원, 설비 투자를 집행하고도 남은 이익을 유보금으로 축적해뒀다. 차입금 10조원을 뺀 순현금은 105조원이다. 2017년 하만(커넥티드카·전장·오디오 전문 기업) 인수 뒤 추가 M&A 자금으로 비축해 둔 유동성이다.

삼성전자는 M&A에 따라 순현금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만 인수자금 약 9조원이 빠져나간 2017년 순현금이 한 차례 감소한 뒤 다시 우상향해 2020년(105조원) 100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현금 창출 규모는 애플보다 적다. 2022년 삼성전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예년(65조원) 수준인 62조원이다. MX(Mobile eXperience)사업부를 포괄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과 영업이익 24조원(지난해)을 책임지는 DS(반도체) 부문을 합한 실적이다. 애플은 지난해(9월 결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158조원(1222억달러)이 들어왔다.

매년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삼성전자는 FCF가 일정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최근 3년 연간 평균 유형자산 취득액은 45조원이다. 주주 환원 규모는 FCF에 연동해뒀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누적 FCF의 50%를 환원하는 기본 원칙 아래 매년 정규 배당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을 지급한다. 정규배당 이후 잔여 재원 발생하면 추가로 환원한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FCF는 2021년 19조6000억원, 지난해 9조8000억원이다. 2017년 10월부터 FCF를 계산할 때 M&A 비용을 차감하지 않기로 하는 등 자체적으로 계산한 FCF를 연간 실적 발표 때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설정한 M&A 실행 마지노선은 내년이다. 2021년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시 CFO였던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현 삼성SDI 대표이사)은 향후 3년 동안 전략적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M&A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해 7월 서병훈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도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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