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재무부담 점검]삼성SDI, 현금흐름 안정 비결은 '보수적 투자'①영업이익률 9%, 경쟁사 크게 웃돌아, 영업활동 실탄창출 투자재원 충당
정명섭 기자공개 2023-03-10 07:29:09
[편집자주]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면서 국내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의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부담은 커지고 있다. 각 기업이 배터리 수요 확대, 시장 선점 등을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운전자금 부담도 커진 탓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배터리업계의 이익은 앞으로도 늘어나겠으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하는 등 재무안정성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더벨은 기업별 재무부담 현황과 대응 방안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보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이 회사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연간 자본적지출(CAPEX)에 각각 4조원, 3조원 이상을 투입한 것과 달리 연 2조원대에서 지출을 통제했다. 삼성SDI의 지난해 CAPEX는 2조5181억원, 2021년엔 2조1802억원이다.보수적인 투자는 삼성SDI가 경쟁사 대비 저평가 받는 요인이다. 다만 수익성은 목표한대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1조8080억원, 영업이익률은 9%로 최근 5년 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영업이익률이 4.7%, -13%인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배터리 사업은 해외 생산거점 확대로 인한 수율 문제, 대규모 투자 지출 등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다른 장치산업 대비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영업이익률을 두 자릿수 가까이 끌어 올린 삼성SDI가 더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성이 높다는 건 영업활동을 하면서 발생한 비용들을 지출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SDI는 높은 이익으로 CAPEX와 각종 비용을 충당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 회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0년 1조9488억원에서 2021년 2조1760억원, 2022년 2조641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SDI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6143억원이다. 이는 1년 전 대비 2886억원 증가한 수치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020년 -1조7784억원에서 2021년 -1조9495억원, 2022년 -2조9462억원으로 유출이 커졌다. 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차입금 조달 등의 재무활동으로 확보한 현금(6286억원) 내에서 대응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 제외)도 2020년 2조2906억원, 2021년 2조2231억원, 2022년 2조123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는 10.6%에서 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이 61.2%에서 75.7%로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관건은 삼성SDI가 향후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다. 삼성SDI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된 이후, 미국 내 전기차 침투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국내외 완성차업체들과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해왔다. 실제로 삼성SDI가 8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연 생산능력은 30∼50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3조~5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지난 1월 포스코퓨처엠과 40조원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번 GM과 합작법인 설립을 고려한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4월에도 미국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CAPEX 확대에 보수적이었던 삼성SDI의 전략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GM과 협력하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6년까지 3배 이상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과 46파이(지름 46mm) 배터리 라인 구축·운영, 원통형 배터리 말레이시아 2공장 착공 등 미래를 대비해 투자해야 할 곳도 산적하다.
나이스신용평가 추산에 따르면, 배터리 기업들이 매년 30%가량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유지하려면, 매출액 대비 60%가량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특히 해외 공장 설립 시 기존 국내, 중국 생산법인 대비 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수주물량을 맞추려면 더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배터리업계가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영업현금 창출 확대, 운전자금 관리 강화, CAPEX 효율화, 추가 유상증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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