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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프리뷰]정몽원 HL회장은 이번에도 '노고'를 인정 받을까반대→기권했던 국민연금, 올해 표심은…자산운용사도 캐스팅보트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3-03-13 07:28:44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은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배당부터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등 기업의 주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매듭짓게 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별·보통결의 안건들은 주주의 구성에 따라 통과되기도,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더벨이 주주총회 안건이 불러올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주주 구성에 따른 안건 통과 가능성 등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개선 노력이 다소 미흡하나 그간 경영노력과 최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HL홀딩스와 HL만도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해 오다 지난 2020년 한 수를 접었다. 반대 대신 기권표를 낸 국민연금은 성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경영노력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HL홀딩스와 HL만도 사내이사 재선임에 나선다. 정 회장의 직·간접 지분 등을 고려하면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주주행동에 따라 갈린 주주총회 결과들을 고려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 회장은 이번에도 노고를 인정 받아 무탈한 재선임에 성공할까.

◇정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 상정, 국민연금 표심은

HL홀딩스와 HL만도는 정몽원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의 건을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 각각 상정한다. HL만도가 24일, HL홀딩스가 28일 각각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HL홀딩스와 HL만도 지분을 보면 재선임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반대가 이어져 왔지만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장기 재임한 이유기도 하다.

HL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의 HL홀딩스 지분은 24.31%다. HL만도도 정 회장의 지배력이 적지 않다. 직접 지분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0.01%지만 HL홀딩스의 지분이 30.25%에 육박한다. 정 회장의 HL홀딩스의 지분을 감안하면 영향력이 크다.

국민연금의 HL홀딩스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6.49%다. 하지만 지분율과 무관하게 국민연금의 선임 반대는 지배력에 흠집을 낼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20년 기권 의견을 내기 전까지 정 회장의 선임을 두고 HL홀딩스와 HL만도 주주총회 모두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왔다.

국민연금은 한국ESG기준원이 자료를 공개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14회의 HL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제안 안건에 7회의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반대 의견은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몰려 있다. 2017년 정몽원 회장 사내이사 선임의 건 등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에는 정 회장의 연임을 두고 주주가치 훼손 이력과 장기연임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2015년에도 주주가치 훼손 이력으로 반대표를 냈다. 2012년에는 사유 미공시로 찬성했다. HL만도의 정 회장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국민연금이 2017년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경영성과 뜨뜻미지근…참석률 등 개선

국민연금의 표가 정 회장 쪽으로 향할 지를 가늠하려면 HL홀딩스와 HL만도의 경영성과가 중요하다. 2020년 기권의 이유가 '경영개선 노력' 등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과 2017년의 반대 사유도 주주가치 훼손이었다.

숫자로 본다면 성장세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HL홀딩스는 매출은 늘었고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매출은 1조2773억원, 영업이익은 886억원으로 각각 22.7% 늘고 36.7% 줄었다. 4분기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쪼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HL만도는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전년대비 개선됐지만 순이익이 줄었다. 지난 한해 영업이익은 2479억원, 매출은 7조514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7%, 22.2% 늘었다. 순이익은 1177억원으로 34.1% 하락했다.

매출 7조원을 처음으로 넘겼고 8조원 시대가 기대된다는 점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HL만도의 미래전략 최전방에 서 있는 자회사 HL클레무브도 자율주행 기술 부문에서 선전 중이다.

사내이사로서는 분명하게 개선된 지표도 있다. 이사회 참석률이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정 회장의 HL홀딩스 이사회 출석률은 100%다. HL만도도 마찬가지다. 2017년 국민연금은 HL만도 주총에서 반대 사유로 이사회 참석률 저조 등을 거론한 바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반대 사유 중 하나인 '장기연임'은 해소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영실적 개선으로 장기연임에 따른 우려를 희석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캐스팅보트 운용사, 주주환원책 따라 표심 갈릴 듯

HL홀딩스 주주총회의 또 다른 변수는 자산운용사들이다. HL홀딩스에서 국민연금 다음으로 지분이 높고 5% 이상 주주인 주요 주주는 베어링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 등 두 곳이다. 국민연금이 정 회장의 당위성을 두고 판가름한다면 자산운용사들의 표 행방은 HL홀딩스의 주주환원 정책 만족도와 정 회장의 기업가치 기여도 평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베어링자산운용의 지분이 6.40%, VIP자산운용의 지분이 5.09%다. 만약 국민연금과 두 자산운용사의 의견이 같다면 17.98%의 힘이 생긴다. 정 회장과의 지분율 차이가 6.33%에 그치게 된다. HL홀딩스 소액주주의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은 만큼 정 회장 편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차이다.

베어링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 모두 '가치투자'의 명가로 손꼽힌다. VIP자산운용의 표심에 주목할 만하다.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 HL홀딩스 지분 5.09%, 53만3201주를 신규취득해 5% 이상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8년간 HL홀딩스에 투자해온 장기 투자자다.

VIP자산운용은 5% 이상 보유 공시를 통해 HL홀딩스에 중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 수립을 요구한 바 있다. VIP자산운용은 보유 목적에서 "한라홀딩스는 향후 대규모의 자회사 매각 대금이 유입되고, 자회사와 자체 사업부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선 효과가 주주가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해 발표할 것을 권고한다"고 요청했다.

VIP자산운용 등은 정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하기보다 우호적 행동주의에 나설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정액배당에 가까운 배당정책 보다는 자사주 소각 중심의 정책이 대주주를 포함한 장기주주 이익에 더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본다"며 "HL홀딩스도 주주환원 정책 요구 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고, 대주주와 날을 세우기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L홀딩스의 평년 배당수익률은 4~5%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주당 배당금은 2000원으로 고정돼 있다. HL홀딩스는 2018년 주당 배당금을 135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린 뒤 지난해 연말 결산 배당까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자사주 취득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00억원 수준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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