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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상속 분쟁]'상속회복청구' 둘러싼 4가지 궁금증'유언장 없다' 인지 시점, 기망행위 유무 관건…입증책임은 모녀에게

고진영 기자공개 2023-03-15 07:42:21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08:2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상속권 분쟁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우선 상속이 이뤄진지 수년이 지나서야 갈등이 터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친자가 아니라 성년을 지난 후 입적됐다는 점도 복잡함을 더하는 요인이다.

상속인으로서 구 회장의 지위, 양모(養母)김영식씨와 두 여동생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의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핵심은 '유언장의 부재'로 요약된다.

◇’양자’ 구광모 회장도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을까

구광모 회장의 생물학적 부친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이 2004년 양자로 들였다. 양자는 ‘친양자’와 ‘일반양자’로 나뉘는데 친양자는 양부모의 혼인 중 출생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친생부모와 친족관계가 끊어진다. 반면 일반양자는 양부모뿐 아니라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까지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유의미한 차이는 상속권이다. 친양자는 양부모에 대해서만, 일반양자는 친부모와 양부모 양쪽에 대해 상속권을 가진다.

친양자 제도는 2008년 생긴 데다 미성년자가 요건인 만큼 2004년 이미 성인이었던 구광모 회장은 일반양자로 입적됐을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과 구본능 회장 모두에게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구본무 회장의 유산에 대해 배우자 김영식씨,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및 구연수씨 3인은 구광모 회장과 상속순위가 같다.

이 경우 구광모 회장이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상속회복청구는 참칭상속인을 상대로만 할 수 있으며 참칭상속인이란 정당한 상속권이 없는데도 있는 것 같은 외관을 갖추거나 참칭한 자를 말하는데, 구 회장은 적법한 공동상속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공동상속인이라고 해도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자신의 상속분을 넘어서는 부분에 관하여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침해한 것이 되어 참칭상속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별개의 상속분할 협의가 없다는 가정 하에 LG그룹 오너가의 상속분을 계산해보자. LG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은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고 이 중 세 모녀가 5000억원에 상당하는 몫을 받았다.

법정상속분은 다르다. 자녀는 1인당 1, 배우자는 1.5의 비율이 인정되기 때문에 구광모 회장과 두 여동생이 각각 4400억원, 김영식씨가 6700억원가량을 가져갈 수 있다. 세 모녀의 법정상속분만 약 1조5500억원이니 실제로 받은 재산과 1조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제척기간 ‘3년’은 지났나

상속회복청구권에는 기간의 제한이 있다. 민법 제999조에 의해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 행사기간을 판례는 소멸시효가 아닌 제척기간으로 보고 있다. 소멸시효와 달리 제척기간은 중단사유가 없어서 무조건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LG 측에선 제척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입장이다. 구본무 회장은 약 5년 전인 2018년 5월 20일 별세했다.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은 만큼 세 모녀가 ‘침해를 안 날’이 언제인지가 중요해진다. 이에 대한 쟁점은 유언장 관련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구인(세 모녀) 측은 LG 측이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있다고 했으며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피청구인(구광모 회장) 쪽에서 실제로 유언장이 있는 것처럼 말해서 그에 따른 협의와 상속이 이뤄진 경우 이는 침해가 되고, 세 모녀가 이를 뒤늦게 알았다면 그 사실을 인지한 날이 제척기간의 기산점이 된다. 언제 알았는가에 따라 제척기간 도과 여부가 갈린다는 의미다. 제척기간을 경과한 소는 각하된다.

10여년 전 삼성가에서 벌어진 상속회복청구소송에서도 제척기간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주 등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87년 타계하면서 남긴 차명재산을 인도해달라고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2012년 청구했다. 이건희 회장이 단독으로 관리했던 만큼 그 존재를 몰랐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법원은 12만6000주는 상속재산으로 인정되지만 제척기간을 지났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또 나머지 413만2000주는 상속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상속재산이라고 해도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보고 기각했다.

◇구광모 회장, 세 모녀간 상속분할협의 효력은

LG 측은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상속이 완료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속분을 두고 구광모 회장과 맺은 합의가 유효하다면 세 모녀의 청구는 근거를 잃는다. 상속인들 사이에서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이뤄졌을 때 협의 내용은 법정상속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효력이 무조건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에 ‘사기나 강박(민법 제 110조) 또는 착오(민법 제109조)’로 인한 의사표시였을 경우 무효는 아니지만 취소할 수 있다. 착오는 '동기의 착오'와 '내용의 착오'가 모두 인정된다. 기망행위 탓에 중요한 부분을 두고 동기의 착오에 빠졌다면, 표의자(세 모녀)는 사기를 이유로 취소할 수도 있고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도 있다. 가족간 분쟁이라는 점에서 세 모녀가 착오를 선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착오에 빠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세 모녀가 유언장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실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착오가 상대방에 의해 유발됐고 상대방이 알면서도 이를 이용했다면 과실이 있어도 취소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세 모녀가 속아서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있는 줄 알았으며,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한 배경에 이런 착오가 영향을 미쳤다면 협의가 취소될 가능성이 열린다.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할 경우 입증할 책임은 청구자인 세 모녀에게 있다. 반면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협의 당시에 알았다는 분명한 반증이 LG 측에게 있다면 세 모녀의 승소는 어려워진다.

상속법 전문인 법무법인 창경의 박신호 변호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를 종합해 보면 모녀가 동기의 착오를 주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일 때에는 취소할 수 없다고 민법이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쟁점은 첫째, 유언장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상속재산분할에 협의한 세 모녀의 행위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둘째, 유언장의 존재에 관한 기망행위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G 측은 분할협의까지 했는데 원고 측에서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는 이야기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세 모녀의 법무대리인인 로고스 측 변호인은 “(유언장 관련 내용에 대해) 지금으로선 자세히 대응하기 어렵고 조만간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분 청구, 상속재산분할청구는 왜 안될까

법정에서 상속 관련 분쟁은 상속재산분할, 유류분반환청구가 흔하고 상속회복청구는 드문 편이다. 특히 유류분 반환청구가 대중들에게 익숙하다 보니 LG 사건에 대해서도 유류분을 받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많다.

직계비속(자녀)과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은 법적상속분의 절반으로, 앞서 세 모녀가 물려받은 상속분보다 많다. 하지만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에 따라 특정인에게 유산이 몰린 경우를 전제로 한 제도이기 때문에 유언이 따로 없었던 이번 케이스와는 관련이 없다.

또 상속재산분할심판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분할협의가 형성되지 않을 때 청구할 수 있는 소송이다. 권리행사 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 세 모녀가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결론은 불가능하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소유하거나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반환 청구를 할 경우 이를 상속회복청구의 소라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제척기간을 달리 볼 수도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도 견해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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