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0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해 자산 급락기에도 한 자릿수대 실적 성장을 이뤄내며 선방했다. 펀드·일임 등 대부분 비즈니스의 순자산이 하락하며 고전한 것은 업계 전반의 상황과 비슷했지만 펀드청산 성과가 지난해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다만 향후 수익원인 공모펀드 수탁고가 감소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NH아문디운용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6.3% 증가한 수치다. 영업수익과 영업이익도 각각 9.6%, 5.6% 늘어나며 모든 실적 지표가 한 자릿수대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854억원, 3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자산 급락기를 맞아 운용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12월 결산 자산운용사 344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67곳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적 선방을 이끈 주역은 펀드수수료다. 수수료 수익 834억원 중 624억원이 펀드수수료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년(553억원)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일임수수료는 211억원에서 199억원으로 5.6% 감소했다.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긴 하지만 고유재산 투자분인 증권평가 및 처분이익도 4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다.

펀드수수료 수익은 성과와 관계없이 거둬들이는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두 부분 모두에서 수익 개선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운용보수에 직결되는 펀드 설정액이 증가했다.

펀드 수가 2021년 951개에서 1006개로 5.7% 증가했으며 설정잔액도 33조7471억원에서 34조7900억원으로 3%가량 불어났다.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 설정잔액이 21조4300억원에서 24조1710억원으로 12%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만 설정잔액이 소폭 증가했던 만큼 운용보수보다는 성과보수가 증가한 것이 전체 펀드수수료 수익을 키운 주역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펀드를 청산하며 일회성으로 큰 성과보수를 받은 것이 주효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2017년 농협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한 블라인드펀드와 연기금 등 외부기관들로 투자자를 구성해 유안타증권 빌딩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는 2141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유안타증권 빌딩은 3060억원에 매각돼 누적 투자수익률 약 95%를 기록했다.

부동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펀드 특성상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펀드 설정 당시 목표수익률을 초과한 부분의 20%까지도 성과보수로 지급하는 경우도 많다"며 "유안타증권 빌딩의 누적 투자수익률이 100%에 육박했던 만큼 성과보수도 많이 지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지난해 호실적의 요인으로 유안타증권 빌딩 처분에 따른 성과보수 증가를 1순위로 꼽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해 일회성 수익을 반영하며 한숨 돌린 모양새지만 공모펀드 수탁고가 감소하고 있는 점은 향후 실적지표에 부담으로 남아있다. 앞서 수치상으로 펀드 설정 잔액이 불어났지만 이는 온전히 사모펀드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지난해 공모펀드 설정잔액은 대부분 유형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증권집합투자기구는 주식형, 채권형 펀드의 설정잔액이 모두 줄어들며 4조9700억원에서 4조5800억원으로 7% 감소했다.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도 7조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17% 쪼그라들었다. 이 밖에 특별자산집합투자기구(-5%), 혼합자산집합투자기구(-5%) 등도 전년 대비 설정잔액이 줄었다.

물론 공모펀드 시장 자체가 하향세를 보이는 만큼 NH아문디자산운용만의 문제점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뮤추얼펀드를 대신해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ETF(상장지수펀드)에서도 자금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NH아문디자산운용의 올해 실적을 낙관할 수 없게 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ETF 브랜드인 'HANARO'는 ETF 시장의 성장세와는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부 ETF 운용사들이 1년 사이 설정잔액을 20~40%가량 불린 가운데 NH아문디자산운용는 약 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20% 이상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