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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모니터]LG화학, 가동률 조정으로 극복한 재고관리 부담80%대까지 떨어진 석유화학 가동률, 업황 악화에 감산 선택

김동현 기자공개 2023-03-24 09:14:28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16: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LG화학은 석유화학 외에도 첨단소재(전지재료·IT소재), 생명과학(의약품)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은 매년 90% 이상의 가동률을 기록하며 높은 생산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점차 감소하며 석유화학 부문은 4분기에 적자전환했다. 1년 내내 이어진 고유가 기조에 전방산업의 악화에 따른 수요 부진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재고자산을 뜯어보면 오히려 석유화학 부문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줄어들며 안정적인 관리 능력을 뽐냈다. 최악의 시기를 지나는 가운데서도 재고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장가동률 조정이 있었다.

◇전체 재고자산 10조 돌파, 석유화학은 오히려 축소

지난해 LG화학의 전체 재고자산은 11조8806억원을 기록하며 그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8조2836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한 2021년과 비교하면 그 수치가 43%나 증가했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 포함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재고자산 수치를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크진 않았다. 2020년 2조3000억원 수준이던 재고자산(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기타)은 그다음해 90% 이상 늘면서 4조38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그 규모가 4조8849억원까지 늘었지만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 재고자산 제외(자료=LG화학 사업보고서)

지난해 LG화학의 재고자산 증가를 이끈 부문은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첨단소재 사업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양극재 생산을 확대 중인 첨단소재 부문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71% 늘어난 1조7668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차전지 원재료 수요가 늘면서 원재료, 제품 등의 재고를 사전에 축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첨단소재 부문 재고자산 항목을 살펴보면 제품 항목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9048억원이었고, 원재료 항목 역시 같은 기간 62% 늘어난 5930억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업황 악화로 수요가 약세를 보인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재고자산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2조5779억원이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를 앞둔 제품 재고를 최대한으로 줄인 결과다. 2021년 1조원을 넘어섰던 제품 관련 재고는 지난해 98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80%대로 떨어진 평균가동률, 시황 회복 기대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도 석유화학 사업부문 재고가 줄어든 배경에는 공장 가동률 조정을 꼽을 수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그동안 공장 평균가동률을 90%대 수준으로 유지했다. 업황에 따라 연도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2001년 기업분할로 현재의 LG화학 체제가 들어선 이후 연간 평균 가동률이 90% 아래로 내려간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러나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의 악화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기 시작하며 가동률이 점차 떨어졌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평균가동률 90.1%를 기록해 90%선을 위협했다. 하반기의 가동률 하락 폭은 더욱 커져 지난해 연간 평균가동률은 81.4%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 지표라 할 수 있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가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았다. 석유화학 업종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업스트림 공정을 담당하는 업체일수록 유가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이러한 업스트림에 의존하고 있어 수요 약세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한달 단위로 생산물량이 결정돼 공장 가동률 하락은 사실상 감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LG화학은 무리하게 생산을 늘리기보다 보유 물량으로 수요에 대응한 셈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중국 리오프닝 등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가동률은 점진적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에틸렌 스프레드 역시 이달 들어 290달러까지 올라가며 손익분기점(300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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