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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대형 스팩 보유한 증권사, 합병 안될까 '조마조마'스팩 검토했던 에이피알 직상장 유력…하나증권, 대형 스팩 추가 검토했으나 일단 보류

남준우 기자공개 2023-03-27 07:19:0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 시장 침체기에 국내 증권사들은 직상장의 대체재로 불리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에 400억원 이상의 대형 스팩들이 기대를 안고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대보다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IB들이 늘고 있다.

합병 대상을 찾기 힘들다. 5000억~1조원에 해당하는 비상장법인이 필요한데 시장 파급력이 적은 스팩 합병을 선택지에 둘 이유가 없다. 투자 열기가 식으며 한때 내부적으로 대형 스팩 추가 상장을 검토했던 하나증권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NH투자증권, 대형 스팩 청산까지 약 1년 남아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증시에 입성한 대형 스팩은 총 6개다. 엔에이치스팩19·20호, 하나금융25호스팩, 삼성스팩7·8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등이다. 삼성스팩7호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가총액 400억원 이상이다.

주당 평가가액이나 공모가도 1만원으로 일반 스팩 공모가의 5배라는 공통점도 있다. 엔에이치스팩19~20호의 경우 상장 당시 주당 2000원이었다. 각각 24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식 병합을 통해 액면가를 5배로 올릴 예정이다.

스팩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발기인들의 수요로 기대감을 안고 시장에 진입했다. 다만 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대감과 달리 합병을 진행시키려는 비상장법인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급한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엔에이치스팩19호는 2021년 5월, 엔에이치스팩20호는 2021년 9월에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합병에 필요한 시간이 통상적으로 약 6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청산 시점까지 엔에이치스팩19호는 약 8개월, 엔에이치스팩20호는 약 1년의 시간이 남았다.

아직 두 스팩 모두 합병 후보군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스팩의 경우 시가총액이 약 5000억원~1조원 사이에 해당하는 비상장법인과 합병해야 한다. IB 업계에서는 그 정도 규모의 기업이라면 굳이 스팩 합병을 선택할 유인이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례로 올 하반기 IPO를 계획 중인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도 초반에는 스팩 합병을 하나의 선택지로 검토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실적과 성장성에 몸값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유가증권시장 직상장도 유력해진 상황이다. 에이피알은 최근 진행한 프리 IPO에서 약 7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하나증권, 상황 지켜본 후 대형 스팩 추가 여부 결정할 듯

스팩 합병을 진행한다면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투자자 IR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스팩 합병의 경우 스폰서로 참여한 발기인 정도만 모아두고 IR을 진행한다.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팩 합병과 직상장이 업무상 큰 차이가 없다. 거래소 예비심사도 같은 규정 하에서 이뤄진다. 다만 기업들은 스팩 합병을 IPO의 대체재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주주총회를 개최하더라도 참석자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합병 공시 후 스팩 주가가 상승하면 이를 매도하여 차익을 얻으면 그만이다.

최근 대형 스팩에 대한 투자 열기도 상대적으로 식고 있다. KB제24호스팩(500억원)은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도 일반 청약에서 미달을 겪으며 주관사가 약 20억원을 인수했다.

대형 스팩 추가를 계획했던 하우스들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하나금융25호스팩 이후 대형 스팩 추가를 내부적으로 검토했었다. 최근에는 하나금융25호스팩의 성공 여부를 지켜본 이후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대형 스팩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 이하라 수요예측 참여 유인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스팩들이 호기롭게 시장에 들어왔지만 마땅한 후보군들을 물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대형 스팩을 보유한 한 증권사는 주관사 계약을 할 때마다 스팩을 추천하지만 5000억원 이상의 실적 좋고 유망한 기업들은 굳이 스팩 합병을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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