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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人사이트]"국내 2차전지 소재 공급망 경쟁력 충분하다"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김혜란 기자/ 이민우 기자공개 2023-03-29 13:47:25

[편집자주]

반도체와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 산업이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지정학적 이슈, 만성적 인력난, 경쟁당국의 견제 심화 등으로 전방위적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 첨단산업 기업의 경쟁력이 지금보다 강해지려면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이슈를 잘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산업과 기술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필수다. 기업 외부의 전문가들을 만나 첨단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 인사이트를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밸류체인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공급망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차전지 산업에서만큼은 소부장 생태계가 탄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부터 2차전지 소재 분야를 깊이 연구해온 전문가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사진)은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선 국내에 워낙 사업을 하는 회사도 많고 발전도 많이 돼 준비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차전지 분야의 경우 반도체 산업과 달리 일본 소재 의존도가 낮고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2차전지 산업이 지난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해온 데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배터리 제조 강국화를 이끌면서 소재 생태계도 초기부터 발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을 지난 13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만나 국내 2차전지 소재 산업의 현황과 앞으로 진화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2차전지 소재 공급망 리스크 크지 않다"

배터리 소재는 크게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 있다. 양극재에 있는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통해 분리막을 거쳐 음극재로 이동할 때 에너지가 충전되고, 반대로 음극재에서 양극재로 리튬이온이 이동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게 리튬이온배터리의 원리다.

박 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쪽은 국내 기업들이 웬만큼 다 커버할 수 있다"며 "국내 소재기업들의 규모가 작을 때는 양산성이 문제였는데 시장에서 자본을 충분히 조달하고 국내 수요 업체(전지기업)와 협력해 양산 이슈를 해결하면서 이제는 (생산성이) 국내기업들의 강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전지사와 소재사가 충분한 기술경쟁력과 투자여력, 양산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공급망 측면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배터리3사가) 중국 회사들로부터 값싸게 소재를 조달했다"며 "하지만 그즈음부터 중국 전지사들이 크기 시작하면서 공급망 다변화가 요구됐고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보다 기술 경쟁력도 갖추게 되면서 (배터리3사와와 국내 소재기업 간) 협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전지 소재 관련 스타트업들이 자본시장에서 펀딩을 많이 받아 상장하기도 했고 초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가 이제는 시장에서 인정받아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내에도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시가총액이 약 22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고 엘앤에프도 시총이 약 10조원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시가총액도 20조원을 넘어섰다.

◇하이니켈로 진화한 양극재

양극재와 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를 내다보면 한국 기업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2차전지 배터리 소재 중 가장 중요한 건 배터리 전체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양극재다. 중요도가 높다 보니 지금까지 가장 빨리 진화가 이뤄졌다.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다. 이 중 니켈 함량을 높이는 '하이니켈'이 진화의 방향성이었다. 곧 니켈이 90% 이상 들어간 제품도 나올 예정이다.

하이니켈로 진화하는 것은 니켈이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향상시키는 데 적합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비싼 코발트를 니켈로 대체하는 게 유리하기도 하다.

다만 박 연구원은 "모든 원료나 소재가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며 "장점이 아무리 많더라도 단점이 있어 그걸 보완해줄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 안정성이 낮아진다. 즉 화재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줄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한데, 대표적인 예가 '농도구배형 기술'(중심부의 니켈 함량을 높이는 식으로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적용하는 것이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 제품으로 대체해 안정성을 높이기도 한다.

니켈 없는 2차전지 배터리는 없을까.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 박 연구원은 "LFP 관련해선 오랫동안 해온 중국업체들과 경쟁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한다는 입장, 한국이 잘하는 NCM, NCA 배터리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앞으로도 니켈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을 것이다. 국내 전지 3사들도 최근에는 LFP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포스코 뉴스룸)

◇흑연 음극재 대체할 소재는

양극재 다음으로 중요한 소재가 음극재다. 음극재의 원재료는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이 주로 쓰이고 있는데, 두 소재를 섞어 쓴다. 음극재는 흑연에서 어떤 소재로 진화할까. 박 연구원은 흑연계 음극재가 가진 단점을 보완할 소재로 실리콘과 리튬메탈 음극재를 꼽았다. 두 소재는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가 높고, 충전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박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에 대한 연구·개발(R&D)는 1990년대부터 해왔는데 안정성 문제를 지금까지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며 "(하이니켈) 양극재만으로도 불안한데 실리콘이나 리튬 음극재로 대체하면 불안정성이 훨씬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실리콘이나 리튬 음극재의 경우 스웰링(swelling, 충·방전을 반복하면 소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음극재 외에도 전해질과 바인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해결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 음극재는 실리콘 복합체(SiOx, Si-C)와 흑연을 섞어 쓰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가격이다. 예를 들어 실리콘 음극재를 5% 첨가하면 주행거리가 10% 늘어날 수 있지만 배터리 음극재의 원가가 30% 이상 비싸진다.

실리콘 음극재의 가격이 천연흑연보다 10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당장 실리콘 음극재로 대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정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면서 점진적으로 흑연 음극재에 실리콘을 섞어 만든 소재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박 연구원은 내다봤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가져올 변화

양극재와 음극재 소재가 진화하면 전해질 등 다른 소재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 박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의 경우 스웰링 문제 해결을 위해 실리콘 음극재에 적합한 바인더(PPA계, PI계), 전해질(THF계) 등의 소재로 가는 게 방향"이라고 말했다.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의 경우도 전해질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다른 소재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 박 연구원은 "전고체로 바뀌어 안정성이 높아졌으면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실리콘이나 리튬메탈 음극재로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전고체 배터리로 가려면 고체 전해질이 필요한데, 기존 액상공정(전해액)에서 분말공정(고체전해질)으로 전환해 대량양산체제를 갖춰야 하고 고체 전해질 원료인 황화리튬의 양산도 선행돼야 하는 등 선결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엔 나트륨이온 이야기가 나오는데 안정성 면에선 장점이 있지만 낮은 에너지 밀도 등 단점도 많아 상용화가 되더라도 사용처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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