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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티빙 합병설 재부각, 유영상 SKT 사장 '재조명' 3년전 합병 '깜짝발언', CJ측 단호한 부인…결국 다시 수면 위로

원충희 기자공개 2023-05-23 10:57:44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2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소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콘텐츠웨이브와 CJ그룹 산하 OTT 티빙의 합병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겸 SK브로드밴드 대표)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 받고 있다. 그는 3년 전 부사장 시절 웨이브와 티빙의 깜짝 합병제안 발언을 한 적 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도 거들었다. 그러나 CJ 측의 단호한 부인으로 단발성 이슈에 그쳤다.

글로벌에 이어 국내 시장까지 장악한 공룡 플랫폼 넷플릭스에 대항하려면 국내 OTT도 걸맞은 규모와 자금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게 SK텔레콤 측의 논리였다. 당시 CJ ENM은 얻을 게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비관적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재무상태가 상당히 악화되면서 협상 테이블에 나선 상황으로 알려졌다.

◇SKT, 2020년 티빙 향해 공개 러브콜…OTT사업 돌파구 마련용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당시 부사장)는 2020년 7월 23일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고 깜짝 제안을 했다. 이보다 한달 전에는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들이 통합해야 승산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유 대표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당시 SK텔레콤 사장)에 이어 사내 넘버투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에 무게감이 실렸다. 제안 상대방도 티빙으로 명확히 지목했고 제휴·협업이 아닌 합병이란 구체적 방식을 언급했다.

티빙 측은 "내달 합작법인 준비 중인 상황에서 뜬금없는 얘기"라며 "제안받은 적도 없고 응할 생각도 없다"고 반응했다. 그때 CJ ENM은 JTBC와 함께 티빙 기반 OTT 합작법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JTBC가 신청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결과가 나오지 않자 CJ 측은 2020년 9월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를 아우르는 다자간 합작구도로 전환해 기업결합 심사를 거치지 않는 방안을 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웨이브와의 합병 발언은 그야말로 단발성 이슈로 그쳤다.

SK텔레콤의 합병제안 의도는 장기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다. 웨이브는 출범 후 9개월 동안 무료 가입자 1000만명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컸지만 내실은 다져지지 않았다. 핵심인 유료·활성이용자는 200~300만명 수준, 이마저도 초창기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끌어모았다. OTT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높은 집단이 아닌 탓에 유료 구독모델로 전환할 경우 이탈자가 많아질 수 있다.

국내 OTT 시장 구도는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군소 플랫폼의 난립 상황이다. OTT 경쟁력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 확보가 핵심인데 구독료를 통한 제작비 확보와 재투자 선순환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합종연횡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티빙은 KT의 OTT '시즌'과 합병을 이루면서 웨이브가 고립되는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국내시장 OTT 합종연횡 지속…CJ 상황 180도 바뀌어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역량 확보를 위해 CJ ENM과의 협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CJ ENM은 엠넷 방송국과 스튜디오드래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곳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드라마 제작사로 JTBC의 계열의 스튜디오룰루랄라(SLL)와 함께 국내 영상콘텐츠 제작사 투톱으로 꼽힌다. 반면 웨이브는 주주사인 지상파 3사 외 내세울 만한 콘텐츠 공급기반이 약하다.

제안을 받는 쪽인 CJ ENM으로선 꽃놀이패를 쥐었다. SK텔레콤으로선 핵심사업의 생존이 걸린 제안인데 반해 CJ ENM은 여러 제휴 상대방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것은 작년부터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 등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광고·콘텐츠 등 업황 악화,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 과정에서 제작비 부담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부진해졌다.

비핵심자산 매각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콘텐츠제작사 에이스토리 지분을 처분하고 넷마블 지분 매각설도 나돌고 있다. 콘텐츠 사업에선 가장 적자 규모가 큰 티빙을 손봐야했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대표하는 사업이라 함부로 처리하기도 어렵다. 웨이브-티빙 합병설이 재등장한 데는 CJ 측이 기존 입장을 바꿔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기 떄문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에 이어 국내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공룡 넷플릭스에 대항하려면 국내 OTT도 어느 정도의 규모와 자금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은 업계 몸담고 있는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3년 전 유 대표의 깜짝 발언에도 이런 연유가 있었는데 SK는 콘텐츠 제작기반과 역량을, CJ는 재무개선 효과를 얻기 위해 이번에 협상 테이블로 나선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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